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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대만에만 있다는 ‘이 죽음’…가장 많은 업종은?

한국·일본·대만에만 있다는 이 죽음, 'OO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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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올해 2월7일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했다. 윤 센터장은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숨져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그의 배우자였다. 1차 검안에서 윤 센터장의 사인은 ‘급성 심정지’였다. 

2019년 2월 7일 설 연휴 근무 중 심정지로 돌연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집무실 앞에 누군가 놓고간 커피와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

출처조선DB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A(33)씨도 당직을 서다 갑자기 죽었다. 그는 지난 1월31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근무했다. 이어 12시간을 더해 일하다 2월 1일 오후 7시 퇴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동료들은 그의 주검을 오전 9시 당직실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A 씨는 30대다. 건장한 청년이 돌연사했다. 경찰 의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신을 부검한 결과, 타살 협의점은 없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과 유족 측은 과로사를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수련을 담당한 길병원 측은 “과로사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대전협과 유족 측은 반발했다. “병원이 파악하고 있는 근무 실태와 실제 전공의 근무 시간에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과로사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나 정신적 긴장이 심한 업무를 하는 사람,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출처자료 법제처

과로사는 산업 재해의 한 종류다. 의학적으로 정의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한 용어는 아니다. 사회에서 추상적으로 쓰는 표현 중 하나다. 한국에서 과로사로 산업재해보상을 받으려면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국내에는 과로사로 판정 나면 보상받을 수 있는 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있다. 그러나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법은 없다. 최근 장시간 노동으로 사망한 과로 사망자가 늘어 과로사를 미리 방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는 과로사방지법 제정을 논의하기도 했다. 과로사는 사망 이후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법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DB

현행법상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내리는 과로사 판정 기준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희자 공인노무사에게 물었다. 그는 서울 질판위 위원으로 현재 과로사 산재 전문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일본·대만에만 있는 ‘과로사 인정기준’


이 노무사는 “과로사라는 말은 일본에서 생겨났다”고 밝혔다. 일본은 1980년 후반 과로사를 사회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1988년 전국 변호사·의사 등이 모여 ‘과로사 110번’을 설립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과로사 관련 전화 상담을 하던 단체다. 이외에도 다양한 민간단체가 생겨나 과로사 방지의 중요성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당시 일본 후생 노동성은 ‘과로사’라는 병은 없다면서, 일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2000년 이후 산재인정건수가 증가하고 학회 등에서 과로사를 증명하는 연구가 나왔다. 이에 일본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02년 2월 후생노동성은 ‘과중 노동에 의한 건강장애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또 청·장년층 자살자가 급증하자 직장 내 정신건강 대처를 강화했다. 2001년 12월 노동자 자살 예방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의 직장 문화를 다룬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출처네이버 영화

2010년 과로사에 해당하는 질병을 노동기준법 시행규칙 35조에 기재했다. 장시간 일하다 뇌출혈·지주막하출혈·뇌경색·고혈압성 뇌증·심근경색·협심증·심정지로 사망하는 경우다. 과중한 업무로 정신적·심리적 정신·행동장애가 나타나는 현상도 이에 해당한다. 2014년 제정한 과로사 등 방지 대책 추진법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법률이다. 추가적으로 매년 과로사 상황·정책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매해 ‘과로사 백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 노무사는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과로사를 연구하는 전문가와 학자가 많았다. 한국에는 과로사를 얘기하는 수준이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로사와 관련해 시민과 노동단체, 노동계·의학계·법조계 전문가가 80년대 후반 논의해왔던 일본과 다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과로사 방지법을 제정하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 노·사·정간 합의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tvN 드라마 '미생',

출처tvN'미생' 캡처

일본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과로사를 산재로 인정하는 국가는 한국·대만이 있다. 이 노무사는 “한국과 대만의 대다수 기업이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했다. 따라서 과로사 관련 인정 기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인적자원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로사 가장 많은 업종은 건설업·금융권


국내에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기관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2008년 7월 과로사 판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뇌심혈관계질환을 비롯해 근골격계·암 등의 각종 질환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한다. 전국 6개 지사를 둔 질판위는 정부·노동자 단체·전문 단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과로사가 가장 자주 발생한 업종은 건설업과 금융권이었다. 2008~2017년 근로복지공단이 처리한 뇌심질환 신청·승인 결과를 보면 유족이 복지공단에 산업재해 급여를 신청한 건수는 6381건이다. 그중 건설·금융업 종사자 신청 건수는 960건(15%)이었다.

2019년 1월29일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사다리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조선DB

전체 사업장 중 5건 이상 과로사 신청을 접수하고 2건 이상 승인한 사업장은 총 31곳이었다. 이 중 과로사 승인자가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건설(9건·승인기준)이었다. 이어 GS건설(8건), 롯데건설(6건) 순이었다. 지난 10년간 건설업 종사자 중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해 산재 신청한 800건 중 155건(19.4%)만 과로사로 인정받았다.


금융권도 과로사가 많은 업종이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최근 10년간 직원 6명이 관련 산재 신청을 했다. 이 중 5명이 과로사로 인정받았다. NH농협은행에서도 3명이 과로사 판정을 받았다. 우리은행·신한은행에서도 각각 2명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이 기간 금융권에서 160명이 과로사 심사를 신청했다. 승인율은 31.9%(51명)이었다.

./한정애 의원 의원실 보도자료

과로사 산재 인정 받으려면···’사망 전 3개월 기록만 인정?’


이 노무사는 “과로사 인정 기준 중 가장 큰 허점은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 시간’이라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유족 측이 산재보상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업무 때문에 사망했다는 질판위의 판단이 있어야한다. 질판위는 근로기준법상 상한규정(주당 52시간)을 훨씬 넘긴 주당 60시간 이상 일해야 과로 때문에 숨졌다고 판단한다.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 시간이 그렇다는 말이다. 법률에 그렇게 명시해놨다. 즉, 발병 3개월 전에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발병 직전(12주)에 과로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뇌심혈관계질환은 피로가 쌓여 서서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질병이 발생한 3개월 직전 업무시간만으로 과로사를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라는 지적이다.


또 과로사법과 관련해서 보상보다 예방 중심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근무환경에서 사업자가 근로자 건강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과로사는 관리자가 직원 건강에 신경 쓴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개인의 책임이다. 그러나 근로자는 회사의 지시·감독에 따라 일한다. 따라서 노사 전문가들은 “신체에 무리가 가는 업무를 시킨다면 그 결과는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이 노무사는 “근로자가 일하다 몸이 힘들면 쉬겠다고 심적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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