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짐승 올가미에..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는데 가슴 찢어집니다"

조회수 2020. 9. 21. 18:3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애지중지 키운 곰이 새끼 낳으면, 그만큼 행복할 때가 없습니다
“지리산에 살다가 곡성으로 넘어간 곰이었어요. 잘 살고 있다가 작년 여름 세상을 떠났죠. 전염병에 걸린 것도 아니었어요. 짐승 잡으려고 만든 올가미에 걸려 죽었습니다. 내 자식처럼 키웠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정말 가슴이 아프죠.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이다. 일제강점기 때 위험한 동물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반달가슴곰·호랑이 등 대형포유류 7만여마리를 죽였다. 이 기간 사라진 반달가슴곰은 1039마리. 해방 이후 전쟁·남획 등이 이어지면서 개체수는 더욱 줄었다. 정부는 1998년 2월 반달가슴곰을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했다.


2004년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은 62마리. 61마리는 지리산에, 1마리는 김천 수도산에 살고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사현(47)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장을 만났다.

출처: jobsN
이사현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장.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전북대학교 조경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3년 정도 조경회사에서 일했다. 가로수를 심거나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을 조성했다. 2001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생태조경을 배웠다.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을 답사하면서 야생동물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원 졸업 후 2004년 국립공원공단에 입사했다. 덕유산국립공원에서 3년 동안 물·나무 등 자연자원을 조사하고 모니터링했다. 2006년 공단 자원보존처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까지 생태복원부에서 지리산반달곰 복원사업을 맡다가 2011년 덕유산 국립공원으로 발령 받았다. 2014년부터 구례 종복원기술원에서 일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은 어떤 곳인가.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은 반달가슴곰·산양·여우 등 야생동물과 멸종위기식물 복원 사업을 한다. 지리산 남부복원센터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소백산에 있는 중부복원센터는 여우 복원사업을 한다. 설악산 북부복원센터는 산양 개체수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2014년 남부복원센터 복원기술팀장으로 와서 올해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반달곰들이 지리산 어느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곰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불법 설치한 올무도 수거한다. 또 꿀을 좋아하는 곰이 양봉업자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꿀통 주변에 전기 울타리도 설치한다.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수익사업도 한다. 이를테면 지리산반달가슴곰 상표를 단 벌꿀·사과·쌀 등을 공동 개발해 상품화하고 수익을 얻는다. 주민들과 함께 올무를 수거하고 밀렵 금지 캠페인도 한다.”

출처: 국립공원공단 제공
건강검진을 위해 종복원기술원 직원들이 곰을 포획하고 있다.

-지리산반달곰 복원사업의 진행 상황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1차 목표는 개체수 회복이었다. 곰·들소 등 대형 포유류가 50마리 이상이면 100년 동안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멸종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있다. 그래서 지리산에 최소한 50마리 이상 반달곰이 살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2017년 1단계 목표를 달성했다.


지금은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넓히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반달가슴곰 60여마리가 지리산 권역에 모여 살고 있다. 만일 곰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이 지리산에 퍼지면 수십마리가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서식 범위를 넓혀야 한다.


원래는 설악산이나 오대산을 2차 서식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변수가 생겼다. 2017년부터 ‘KM-53’이라는 반달곰이 지리산을 벗어나 김천 수도산으로 갔다. 수도산은 가야산·덕유산 국립공원과 이어진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곰이 살기 좋은 곳은 맞지만 수도산에 정착한 정확한 이유는 곰만이 알고 있다. 곰이 알아서 활동하도록 두면 좋겠지만 곰과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 올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환경부와 협의해 설악산·수도산 중 2차 서식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곰들이 모여 산다면 근친교배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에서 반달곰을 데려오고 있다. 작년에도 러시아에서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데려와 지리산에 방사했다. 수도산이나 설악산에 서식지를 만들면 근친 교배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국립공원공단 제공
종복원기술원은 곰이 양봉업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전기울타리도 설치한다.

-해외에서 곰을 데려오면 종이 섞이는 것 아닌가.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예전부터 한반도에 살던 아종이다. 아종은 종 분류를 더 세분화한 단위다. 북한·중국 동북부·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주로 분포한 ‘우수리아종’이 복원 대상이다. 이들은 핏줄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일본·대만에도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지만 아종이 다르다. 아종이 달라도 교배는 할 수 있지만 국제 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같은 아종끼리 교배해 복원사업을 하라고 권한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반달곰을 데려오는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지리산국립공원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해 잘 안다. 자발적으로 올무를 수거하는 등 복원사업에 도움을 주는 분도 많다. 문제는 반달가슴곰이 국립공원 경계를 생각하지 않고 지리산 바깥으로 나가 활동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지리산 바깥에는 올무가 많다. 애지중지 키운 곰이 올무에 걸려 죽으면 허망하다. 반달가슴곰을 싫어하는 주민도 있다. 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곰이 드나들게 하냐면서 따지기도 한다.”


-보람 있을 때는.


“곰이 새끼를 낳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또 지리산반달가슴곰 상표를 단 벌꿀·사과 등이 잘 팔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벌꿀은 매년 재고가 없을 정도로 잘 나간다고 들었다. 반달가슴곰이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처우가 궁금하다.


“종복원기술원 직원으로 일하는 현장 직원들은 2700만~3600만원 정도 받는다. 수의사 연봉은 4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국립공원공단 소속으로 종복원기술원에서 일한다. 연봉도 공단 규정에 따라 지급받는다. 현재 종복원기술원에서 일하는 직원은 82명이다. 그중 남부복원센터 직원은 29명이다. 결원이 생기면 주로 생물 분야 전공자를 채용한다.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국립공원 탐방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 왜 곰을 풀어놓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곰의 위치를 추적해보니 등산객이 정해진 탐방로만 이용하면 곰을 마주칠 확률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탐방로가 아닌 샛길로 다니면 곰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봄철에는 특히 곰을 조심해야 한다. 어미곰이 새끼와 같이 활동하는 시기라서 공격성이 더 강해진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단독 산행보다는 3명 정도 일행을 꾸려 다니기를 권한다. 곰은 소리에 민감하다. 라디오를 켜 놓거나 배낭에 종을 달고 산행하면 곰이 그쪽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앞으로 계획은.


“2차 서식지를 조성해 반달가슴곰이 더 넓은 지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또 복원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경제·문화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반달가슴곰과 지역 주민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