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사는 이 33살 남자가 휴대폰 울리면 긴장하는 이유

조회수 2020. 9. 21. 18: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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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사람들 전화오면 걱정부터 드는 한국 10년차 우즈벡인
노무법인 더월드 툴킨 과장

2019년 1월 한밤 중에 전화가 올린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서울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인 툴킨 후다이베르디예브(33). 외국인 노동자 근로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법인 더월드에서 우즈베키스탄 담당 과장으로 일하는 그에게 전화가 온 곳은 병원 응급실이었다. 야간 근무를 하던 우즈벡인이 병원으로 실려왔는데, 의사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그는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줬다. 톨킨은 그런 전화를 한 달에 한두 건은 받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벡인은 모두 9만2000명. 정식 취업비자나 방문비자를 받고 온 사람들 수치다.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10만명은 훌쩍 넘는다. 톨킨 과장이 일하는 노무법인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의 노무관리를 대행하는 업무를 한다. 또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로 피해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의 편에 서기도 한다.

출처: jobsN
툴킨 후다이베르디예브 노무법인 더월드 과장

“010 번호로 우즈벡어로 전화가 오면 걱정부터 듭니다. 사건이 생겨야 연락이 오거든요. 그래도 잘 해결했다며 고맙다는 전화가 오면 뿌듯합니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지났다는 툴킨 과장에게 지금 하는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는 고향 사람을 위한 봉사다.


-한국에 온 지 얼마나 지났나.


“한국에는 2008년 어학연수를 하러 왔다. 어린시절 태권도를 배우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마르칸트외국어대학에서 한국학과를 다녔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2년을 지내고 나니 한국에 정착하고 싶어졌다. 우즈베키스탄과 문화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안전한 나라였다.


대학원에 들어가 사회복지 석사까지 마치고 법무법인에 입사했다. 외국인 사건을 주로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우즈벡인 관련 사건에서 통역 업무를 했다. 2년 정도 일하다가 한국에 온 고향 사람을 돕기 위한 일을 찾았다. 바로 노무법인이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어떤 일인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일하다 다친 사람들도 만난다. 외국인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다. 그걸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업주가 많다.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려고 해도 한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하다.


노동 사건 통역 외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들이 많다.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통역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비자문제로 상담을 해달라는 전화도 많이 온다.”

툴킨 과장

-우리나라에서 우즈벡인도 모여 사는 곳이 있나.


“서울 동대문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리키스스탄 사람들이 많이 산다. 각 나라 음식을 파는 식당도 많이 있다. 서울 외에는 경상남도 김해시와 경기도 안산시에 우즈벡인이 많다.”


-우즈벡인은 한국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제조업이다. 또 체격이 좋으니 건설현장에서도 우즈벡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인은 농촌지역에서 많이 일한다.”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


“제일 중요한 것이 언어다. 나이든 사업주가 외국어를 배우기 힘드니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갈등은 언어와 문화에서 생긴다.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오해가 커진다.


음식 같은 것에도 신경써주는 게 좋다. 한국 음식은 상당수가 맵고 자극적이다. 한국에 처음 온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 수 있으니 밥을 잘 챙겨주면 적응이 쉽다.”


-외국인 사건은 어떻게 진행하나.


“주로 들어오는 사건은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 사건이다. 가끔 부당해고나 산업재해 사건도 들어온다. 계약서를 쓰고 일을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해고는 해고를 할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한 달 전에 미리 예고를 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줘야 한다. 일한 지 1년을 채운 사람에게는 퇴직금도 줘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월급이나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문의가 오면 노무사를 통해 관할 노동청에 정식으로 구제신청을 넣는다.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 월급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상담도 들어온다. 그 때는 체당금제도 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체당금은 회사의 도산으로 임금이나 휴업수당,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퇴사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임금채권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외국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제도를 설명해주는 일도 내 몫이다.”

툴킨 과장

-가족들도 함께 사나.


“2014년 결혼해서 아내와 아들 한 명이 있다. 아내는 제빵공장에서 일한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태어나서는 부모님께서 봐주셨는데, 작년에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제는 제법 한국말을 잘하고 어린이집에서도 잘 지낸다.


-한국에 살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아무래도 음식 문제가 컸다. 우즈벡인은 80%가 무슬림(이슬람 교도)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한국 요리에는 대부분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사원은 계속 생기고 있어서 그 문제는 크지 않다.”


-하는 일은 만족스럽나.


“한국에서 고국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우리 법인이 사건을 맡을 때 착수금을 받지 않고 성공보수만 받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받을 돈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훨씬 좋아한다.”


글 jobsN 최광

jobs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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