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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불능' 소리듣던 짝퉁 차이나, 이젠 원조까지 '꿀꺽'

조회수 2020. 9. 21. 19: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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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에서 이젠 원조 잡아먹는 글로벌 회사로
넥슨 인수전 뛰어든 텐센트
'짝퉁' 산자이 문화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첨단 기술·명품 회사 잇따라 인수

넥슨은 2006년 10월 중국의 텐센트를 상대로 중국 북경시 법원에 저작권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중국에서 등장한 게임 ‘QQ탕(堂)’이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표절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넥슨 측은 게임 구성·게임명·아이템·배경·디자인과 조작 등 거의 모든 부분이 흡사해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슨은 텐센트에 저작권 침해를 시인하고 경제손실액 한화 6000만원을 배상하라 요청했다. 당시 넥슨은 중국에서 ‘파오파오탕(泡泡堂)’이라는 비엔비 중국 버전을 서비스하고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도 QQ탕이 파오파오탕을 베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마화텅 텐센트 CEO는 창업 초기부터 ‘창조적 모방’을 회사 철학으로 삼았다. ‘짝퉁 회사’ 오명은 잠시였다. 텐센트는 게임뿐만 아니라 메신저·음악 등 여러 사업에서 성공해 10년도 안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3년부터 세계 게임 시장에서 5년 연속 매출 1위를 유지했다. 2017년에는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594조원)를 넘었다. 지금도 삼성전자의 200조원대를 훨씬 넘는 시가총액 4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을 인수할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미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주주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1월 14일 열린 '넥슨 매각 사태: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10여년 전만 해도 넥슨이나 엔씨소프트가 텐센트를 인수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면서 "반대로 국내 업체의 매각설이 나온다는 사실이 착잡하다"고 했다. 중국 기업의 영향력은 게임산업을 넘어선 지 오래다. 표절과 베끼기 대명사 중국 기업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여러 회사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출처: 유튜브 영상 캡처
(왼쪽부터) 텐센트 QQ탕과 넥슨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한류 콘텐츠 공격적 투자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분야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한류붐을 타고 한국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아서다. 텐센트도 한국 엔터업계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지분 6.7%를 갖고 있는 2대주주다. 카카오의 사외이사진에 피아오 얀리 텐센트 게임즈 부사장이 올라와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은 아이유의 소속사로 유명하다. 카카오M은 또다시 가수 케이윌과 소유, 배우 이동욱·이미연이 속한 스타쉽, 아이돌 에이핑크가 속한 플랜에이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배우 이병헌·한지민이 있는 BH엔터테인먼트, 공유·공효진 소속사 숲엔터테인먼트, 김태리 소속사 제이와이드 컴퍼니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출처: 카카오M 공식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M 사업부문 소개 일부와 아티스트 소개.

텐센트는 한국의 ‘3대 기획사’에도 영향을 뻗치고 있다. 2016년에는 모바일 티켓팅 회사 웨잉과 함께 YG에 투자해 3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이때 YG는 중국인 투자자 탕 샤오밍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JYP가 텐센트와 합작해 만든 중국인 남자아이돌 ‘보이스토리는’ 2018년 9월 데뷔했다. JYP 수장 박진영이 첫 미니앨범을 프로듀싱했지만 중국을 주무대로 활동할 예정이다. 빌보드는 "한국 음반사들은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점점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주목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분투자는 아니지만 텐센트 뮤직과 음원 유통·마케팅 계약을 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위해 중국 자본을 활용하는 셈이다. 

출처: BOY STORY 'Enough' 뮤비 캡처
중국 아이돌 그룹 보이스토리. 멤버 6명 평균 연령은 13세다. JYP의 중국 법인 JYP 차이나와 중국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TME)이 합작 설립한 신성 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다. 중국인 연습생을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으로 키웠다. 중국 최대 온라인 뮤직플랫폼 QQ뮤직에서 데뷔 예능을 방영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미 중국 자본이 깊숙이 침투한 엔터사들도 있다. 아이돌 AOA·씨엔블루, 유재석·정형돈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는 소녕환구전매유한공사(Suning Universal Media·쑤닝유니버설미디어)다. 1992년 종합부동산 개발회사로 시작한 중국 회사다. 2015년 330억원을 투자하며 주요주주로 떠올랐다. FNC주식 22%를 차지한다.


유해진과 김옥빈의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전신은 심엔터테인먼트다. 화이브라더스의 투자 사업 부문 자회사 화이러헝유한공사는 2016년 3월 심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9.6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심엔터는 이후 1년만에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배우 서강준과 차은우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중국계 최대주주로부터 대표가 해임되는 사태를 겪었다. 2016년 12월 중국계 투자집단 JC그룹이 한국지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주)가 지분 50.07%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골드파이낸스코리아는 2018년 창업자 나병준 대표를 해임하고, 워이지에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이어 자회사 판타지오뮤직의 우영승 대표마저 해임했다. 

출처: 판타지오 공식홈페이지 캡처
판타지오 소속 연예인 중 일부.

이에 판타지오 임직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일방적이고 부당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영향으로 소속 배우 강한나는 전속계약 해지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독자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계열사 판타지오뮤직의 적자 상태를 보면 해임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판타지오의 2017년 실적은 영업손실 64.3억원, 당기순손실 88.3억원이었다.


명품, 첨단 기술까지 삼킨 중국 기업


‘중국 시장에는 사람 빼고 다 가짜’라는 말이 있다. 최근 짝퉁이 극성인 분야는 K뷰티다. 설화수를 ‘설안수’로 영문명만 교묘하게 바꾸는 방식은 이젠 낡은 축에 속한다. 아예 매장 간판에 한국을 뜻하는 영문 'KOREA'나 'Kr'을 사용해 마치 한국 회사인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회사도 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무무소’는 이런 한국 마케팅으로 베트남까지 진출했다.


모조품이 만연한 문화를 ‘산자이(山寨) 문화’라 한다. 산자이란 ‘산적들의 소굴’을 뜻한다.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곳이다. 하지만 단순히 ‘짝퉁’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중국인에게는 고대 소설 ‘수호전’에서 108명의 호걸이 살며 권력에 대항했던 양산박처럼 현지 무명 기업이 세계적인 브랜드에 대항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출처: 베트남 VTC1 영상 캡처
베트남 현지 언론도 '한국 기업으로 둔갑한 중국기업'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MUMUSO라는 글자 아래 한글로 '무궁생활'이라 적혀있고, 비닐봉지에는 'KOREA'라 쓰여 있다.

중국 기업은 이제 자체 명품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회사에 침투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랑방’의 최대주주는 ‘푸싱그룹’이다. 중국 투자금융사로 궈광창 회장은 ‘중국의 워렌버핏’으로, 푸싱그룹은 중국판 버크셔 헤서웨이로 불린다. 맥주회사 칭다오, 프랑스 리조트호텔 클럽메드 등 100여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푸싱그룹은 2018년 2월 랑방에 1억유로(약 1330억원)를 투자해 인수했다. 랑방은 창업자 잔느 랑방이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명품 브랜드다. 2001년부터 랑방의 정체성을 이끈 수석 디자이너 앨버 엘바즈를 2015년 해고한 뒤 타격을 입었다. 로이터통신은 2016년 랑방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23% 감소한 1억62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푸싱그룹은 그리스의 보석회사 폴리폴리, 이탈리아 남성복 회사 라파엘카루소 등 명품 브랜드를 잇따라 인수했다.


중국의 섬유업체 산둥루이그룹은 푸싱그룹이 랑방을 인수할 시기 스위스 명품 회사 발리를 사들였다. 산둥루이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는 프랑스 회사 SMCP는 산드로·마쥬·끌로디 피에로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추야푸 산둥루이그룹 회장은 회사 창립 45주년 행사에서 "10년내 글로벌 패션브랜드 톱10에 자리매김하며 중국의 루이비통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출처: 랑방 공식 홈페이지 캡처
랑방이 역대 수석 디자이너 스케치.

중국 기업이 앞다퉈 명품 회사를 사들이는 이유는 중국이 명품 최대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지우링허우(90后·90년대생), 링링허우(00后·2000년대생) 등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 배인앤컴퍼니 조사를 보면 2017년 중국 명품 매출액은 전세계 매출액 3080억달러(약 330조원)의 32%를 차지한다. 매킨지는 2025년 명품시장의 44%를 중국인들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 기술의 격전지 자동차 업계에서도 중국 기업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스웨덴의 자존심 볼보와 독일 대표기업 벤츠의 최대주주는 중국 지리자동차다. 1986년 냉장고 부품 사업에서 시작해 1997년 국유기업 지리차를 인수하며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원래 벤츠와 BMW, 현대자동차 디자인을 베끼기로 유명했다. 2009년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롤스로이스를 베낀 차를 당당히 내놨다. 외신은 ‘구제불능’이라며 비웃었다. 

출처: 유튜브 볼보 CF 영상 캡처
지리차가 인수한 이후에도 볼보는 광고 속에서 여전히 'MADE BY SWEDEN'을 강조한다.

얼마지나지 않아 2010년 지리차는 볼보를 18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다. 볼보는 1999년 미국 포드자동차가 인수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볼보의 2009년 회계연도 기준 영업손실은 6억5300만달러(약 7260억원). 지리차는 볼보 경영권을 보장하고 R&D에 집중투자했다. 두회사가 합작해 2017년 11월 출시한 링크앤코(LYNK&CO)는 4개월만에 3만여대가 팔렸다. 그 결과 2017년 매출은 25조5000억원으로 2009년 13조80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이었다.


2017년에는 영국 스포츠카 회사 로터스를 인수했다. 마찬가지로 로터스도 지리차가 인수하기 전 적자에 시달렸다. 2018년 2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다임러트럭·다임러밴·다임러버스 등을 둔 독일 다임러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지분율 9.69%이지만 독일 내 충격파는 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리차의 투자로 엔지니어링 노하우와 기술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확고해졌다”고 썼다. 중국 자본에 위협을 느낀 독일 정부는 해외 투자 법률을 강화했다. 독일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분 인수 기준을 25%에서 10%로 낮췄다. 조사 기간도 2개월에서 4개월로 늘렸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내세우며 첨단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고, 202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출처: 지리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조선DB
지리자동차 emgrand1과 링크앤코01.

중국 기업이 닥치는 대로 해외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기술 먹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용 타이어를 제조하는 등 기술력을 자랑하는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가 인수했다. 인수 전 금호타이어 노조는 강하게 반대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이후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핵심 기술을 빼가고 쌍용차는 돌보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6개국의 스마트제조 기술 수준을 분석해 2월 2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기술 수준이 후발주자인 중국과 기술 격차가 0.6년밖에 안됐다. 가장 앞선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2.5년이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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