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찰 때부터 한국어 들은 미국인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1. 1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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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찰 때부터 한국어 듣고자란 미국인이에요

“안녕하세요. 올림픽 꿈나무 88년생 용띠 올리버 쌤입니다. 한국 나이로 32살이죠. 최근 8년 동안 한국에서 살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20대 대부분을 보낸 한국은 제 고향과 같아요. 현재는 더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 와 있지만 한국이 생각나 자주 한국에 놀러갑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마다 고향에 돌아가는 기분이 들죠.”

출처: 올리버쌤 페이스북 캡처.
올리버쌤.

본명 올리버 샨 그랜트(Oliver Shan Grant). 미국 텍사스에서 온 그는 대표적인 ‘대한미국인’. 한국에 와 교사로 활동하다가 3년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 현재 팔로워 100만의 ‘헤비급 BJ’로 거듭났다. 한국인이 잘 모르는 영어 회화와 미국 문화를 유쾌한 1인극으로 풀어 설명해주는 것이 올리버쌤 방송의 특징. 그가 어떻게 한국의 교사로 유튜버로 20대를 보냈는지 들어보았다.


-한국 생활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기저귀 차던 시절부터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 전쟁에 참전하셨는데 저에게 당시의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전쟁통에서 아이를 구출한 일화 등 무용담을 많이 자랑하셨죠. 또 엄마와 손잡고 다니던 도넛 가게 사장님이 한국인이셨어요. 자연스레 한국어와 한국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 한국이 친숙해졌습니다.


대학에서 언어학·스페인어학을 전공했습니다. 언어 교육에 관심이 있었죠. 2007년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2009년 인턴 교사로 일하면서 때 현지 학생들에게 스페인어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이를 계기로 ‘아 내가 현지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데 흥미가 있구나’ 깨달았어요. 

출처: 올리버쌤 인스타그램 캡처.
불고기 양념을 절이고 있는 올리버쌤(왼쪽).

영어 교사 자격증을 딴 직후 해외 취업 에이전시(대행사)에서 대한민국 서울시 교육청의 공고를 봤습니다. 바로 지원을 했어요. 이력서를 내고 면접만 세 번 봤어요. 2010년도부터 서울 은평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부터 은빛초등학교에서 근무했어요. 교사 생활은 2016년 2월까지 했죠.”


-한국어는 어떻게 공부했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가정에서 자라 유년기부터 자연스레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꾸준히 한국어를 접한 덕에 결국 20대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15살때 한국에 여행다녀온 후, 한글 관련 책을 사 본격적으로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독학했는데, 그때만 해도 미국에서 질 좋은 교재를 찾아보기 힘들어 고생했습니다. 책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영화 ‘친구’와 ‘실미도’ DVD를 사 50번 넘게 돌려 봤던 기억이 나요.


한국에 온 이후는 학교 선생님, 학생들에게서 일상 한국어를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유튜브 방송을 하긴 여전히 어려워요. 지금 한국어 수준을 한국인 9살 아이 정도라고 생각해요. 사회·문화에 관해 어려운 주제로 방송할 때면 답답한 때가 많아요. 그때마다 ‘어쩔 수 없지’ 생각으로 더 열심히 공부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강의를 만들어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2015년 시작했습니다.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미국 사회에서 실생활에 쓰는 용어와 문장을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원어민 교사인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니까요. 시간표가 정해져 있는 정규 수업 때 가르쳐주려면 시간이 부족하니 따로 동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면 좋겠다 생각했죠. 

출처: 올리버쌤 페이스북·유튜브 캡처.
올리버쌤 페이스북의 첫 방송(왼쪽)과 드라마 스카이캐슬 OST의 가사를 해석하는 최근 방송(오른쪽).

첫 방송은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영어 교육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영상을 보고 좋아해줬어요. 학생끼리 영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났죠. 그 이후로 주기적으로 영상을 만들었고 곧 동영상 전문 플랫폼인 유튜브로 넘어갔죠. 시청자 분들이 제 한국어 말투를 보고 '애기같다' '귀여운척 한다'는 말씀을 종종 하세요. 아마 초등·중학생을 가르칠 때 친절히 설명하려다 보니 이렇게 굳어진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두 나라 사람이 만나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미국인과 한국인도 상대방의 특징을 파악하고 만나야 갈등을 줄일 수 있겠죠. 둘 사이 다리를 놓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자주 틀리는 일상 영어’를 주 콘텐츠로 제작했습니다. 교과서와 실생활의 표현이 다르단 건 모두가 알지만 한국에 살다 보면 현지 회화 표현을 배우기 힘들잖아요. 

출처: 올리버쌤 유튜브 캡처.
올리버쌤 유튜브 재생 목록. 언어 관련 영상과 문화 관련 영상이 두루 올라와 있다.

한국인이 미국인을 만날 때 그들의 문화를 알고 만나면 실수를 줄이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죠?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정리하면서, 한국인이 미국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또 미국의 인종·언어 차별, 마약문제 등 사회 갈등을 보여주는 ‘미국의 민낯’ 시리즈도 계속 만들었어요. 내용이 다소 비판적이어서 가끔 ‘반미(反美)주의자 아니냐는 댓글을 봅니다. 전혀 아니에요. 여러분이 보고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포함한 다양한 모습을 보고 균형적 시각을 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할 뿐입니다.”


-주 타겟층은 학생이나 직장인인가?


“특정 타겟 집단은 없어요. 영어와 미국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죠. 실제로 제 채널 시청자를 분석해보면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교육영상이지만 영상의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어쨌든 재밌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 중 제 영상을 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사람도 꽤 많아요. 언어와 함께 문화적 차이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제 영상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영상 주제 선정과 제작 과정은?


“한국 학생을 많이 가르쳐봐서 한국인이 어떤 부분에서 표현 실수를 하는지 잘 알아요. 경험을 살려 동영상 주제를 선정할 때가 많습니다. 유튜버 시청자나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주제를 잡을 때도 있고요. 가끔은 제가 한국어 공부하다가 ‘이 표현은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궁금해지는 것을 주제 삼아 영상을 제작합니다. 제가 워낙 뉴스를 많이 보다보니 사회·문화적 주제는 항상 머리에 맴돌고 있어요. 

출처: 올리버쌤 유튜브 캡처.
영어 설명을 위해 1인극을 자주 한다.

물론 이런 주제로 영상을 만들기까지 공부를 많이 합니다. 미국·한국의 보수·진보 신문이나 책·동영상·인터넷 커뮤니티 글 등을 최대한 많이 보고 제작해요. ‘미국에 노숙자가 많은 이유’ ‘미국인이 국경에 벽을 쌓는 진짜 이유’ 등 논쟁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몇 달 동안 공부할 때도 있습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대본을 쓰고 촬영하는 일은 제가 다 해요. 그래픽 디자인을 도와주는 친구가 한 명 있지만 대부분 일을 혼자 하기 때문에 촬영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갈등할 일이 없습니다.”


-다른 외국인 유튜버들과 경쟁의 어려움은 없나.


“요즘에 한국에서 유튜브를 하시는 외국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분들과 경쟁관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으로 다른 내용의 콘텐츠를 만드니까요. 한국을 바라보는 더 다양한 시선을 볼 수 있도록 더 많은 외국인 유튜버가 탄생했으면 좋겠어요.  

출처: 올리버쌤 유튜브 캡처.
실생활 표현을 설명해주는 올리버쌤.

굳이 다른 외국인 방송과 차별점을 생각해보면, 제가 먹방·뷰티와 달리 비인기분야인 ‘교육’ 방송을 하는 점이라 생각해요. 유튜브를 시작한 3년 전에는 교육 방송을 하는 외국인 BJ가 적어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로 번 수입은


“그동안의 유튜브 수익을 평균 내 계산해보면 교사 월급의 1.5~2배인 것 같습니다.”


-올리버쌤이 느낀 한국·미국 직장 문화는?


“개인적으로 회식이 큰 장점을 가진 한국 고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으니까요. 회식자리를 통해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큰 문제겠죠. 다만 갑질은 정말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갑질을 당한적은 없지만 가기 싫은 행사 참여를 강요당하거나 이유 없는 야근, 휴가 중 업무 전화에 시달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한국에서 일하는 미국인들이 한국 직장에 대해 갖는 생각은 상황마다 달라요. 대기업 등 좋은 회사에 다니면 별 불만 없이 일하지만 작은 학원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죠. 가장 힘든 점으로 상사가 자기 아이디어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는 것을 꼽습니다. 또 야근·주말근무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내지 못해 지치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다만 한국분들이 미국 직장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인 시간이나 생각은 존중해주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이유로 정말 쉽게 잘립니다. 한국에서 평생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교사도 미국에선 주 정부 예산 상황이 안 좋으면 휴지조각처럼 버려져요.”


-한국의 (영어)교육을 보며 든 생각은?


“교사로 일하면서 학생들과 친해지려고 ‘주말 어떻게 보냈어’ 물어보면 ‘새벽 1시까지 학원에 있다 왔어요’ 같은 대답이 자주 돌아왔어요.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제 경험상, 한국 학생들은 미국 학생보다 어린 시절 취미와 추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다양한 취미를 가지도록 도와주는 게 미국 가정의 장점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학창시절을 좀 더 재밌게 보낼 수 있도록 공부량이 줄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출처: 올리버쌤 인스타그램 캡처.
올리버쌤.

-올리버쌤이 추천하는 직장인 영어 공부법은?


“일상 회화 실력 쌓기가 목적이라면 어플리캐이션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어를 자주 쓰는 직장에 들어가려거나 이민 계획 중이라면 토익·토스 등 시험을 공부할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일상 언어는 어플로 친구 사귀면서 훨씬 재밌게 배울 수 있어요.”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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