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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땐 일본만화, 커서는 다이빙에 '미친' 35세 여성이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1. 19: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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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에 미쳐 다이빙 사업하는 여자
파인드블루 김환희 대표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사무실에 앉아 밀린 업무를 보다가도 곧 다가올 휴가 기간에 멋진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특별히 좋아하는 액티비티나 취미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일년 내내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액티비티를 항상 즐기며 그것으로 돈까지 버는 사람이 있다.


작은 사업을 하다가 다이빙에 빠져서 주말마다 바다로 나가 다이빙을 즐기던 김환희(35) 씨는 2년 전 ‘파인드 블루’라는 회사를 하나 더 차렸다. 그리고 다이버들에게 전 세계 다이빙 명소를 찾아 소개해주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 년에 절반 이상을 다이빙을 하러 바다로 나가는 그를 만났다.

출처: jobsN
파인드블루 김환희 대표.

- 다이빙을 하러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어제 돌아왔다고.

“일년에 절반 정도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해외에 나가요. 이번에는 다이버들을 인솔해서 인도네시아 라자암팟과 렘베를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다이빙 포인트를 찾으러 나가기도 하고, 직접 다이버들을 인솔해서 나가기도 하다보니 늘 바쁘게 살고 있어요.”


- 다이빙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전 세계에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해주고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예약을 대행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특별히 리브어보드(Liveaboard) 다이빙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리브어보드란 숙박을 할 수 있는 배에서 5일~10일 동안 먹고 자며 다이빙을 하는 방식이에요. 10~30인승의 작은 크루즈를 타고 바다에서 오로지 다이빙만 하는 여행입니다. 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여행이기도 해요.”


- 언제부터 다이빙을 좋아하게 됐나.

“원래 물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일본 만화책을 무척 좋아했죠. 만화계의 거장 아다치 미츠루의 ‘진베(고래상어)’란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뒤 고래상어를 좋아하게 됐어요. 어린 시절부터 고래상어를 직접 보는 것이 꿈이었을 정도로 뇌리에 깊게 남아있었어요. 그러다 다이빙을 하면 고래상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6년 전 제주도에서 처음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재밌었어요. 다른 사업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마다 다이빙을 하러 다녔어요. 횟수가 점점 늘어 1년에 200회 이상 다이빙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인도네시아 미솔 섬에서.(왼)·인도네시아 라자암팟에서.(오)

- 취미로 하던 다이빙으로 사업을 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다이빙을 시작했던 6년 전만 해도 필리핀 같은 특정 지역 외에는 다이빙 스팟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인도네시아의 라자암팟을 가보게 됐는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줄 몰랐거든요. 바닷속이 마치 보물같이 아름다웠어요. 신이 지구를 만들었다면 태초의 모습이 라자암팟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명받았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바닷속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사람들이 쪽지로 질문을 보내왔어요. 그 포인트가 어디인지, 배를 어떻게 예약해서 그곳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수많은 질문들에 답해주며 이런 걸 체계적으로 소개해주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최고의 장소를 찾아서 소개해주고 체계적인 예약 시스템을 제공해주면, 저와 같은 다이버들이 보다 편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업을 준비하다 2년 전에 파인드 블루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 다이빙 관련 사업을 하면서 특별히 어떤 면에 중점을 뒀는지.

“제가 다이빙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다이빙에 미친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아요. 해외 바다에서 리브어보드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 년에 한두번 휴가를 내고 다이빙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입니다. 항공료를 제외하고도 다이빙에 200만원 이상 돈을 지불해요. 아름다운 바닷속을 그리며 오랜 시간 기다리다 비싼 돈 들여서 다이빙을 왔는데 실망하면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이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믿을 수 있는 대행사와 투명하고 풍부한 정보에요. 저는 직접 가서 검증해보고 경험한 바닷속과 리브어보드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있는 그대로 찍어요. 그리고 SNS와 유튜브에 공유하죠. 제가 올리는 정보들을 본 후 신뢰를 갖고 연락해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출처: 본인제공
제6회 LS 산전배 수중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왼)·다이빙하면서수중활영하는김환희.(오)

- 리브어보드를 이용해서 다이빙을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회사의 매출 규모도 궁금하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많이 가는 인도네시아 코모도의 경우 5일 코스가 200만원 정도 합니다. 고객님이 가신 곳 중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던 곳이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였어요.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곳인데 8일 코스에 700만원 정도였습니다. 다이빙 관련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됐는데, 그동안 1500여 명의 다이버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2017년도 첫해에는 매출이 3억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8억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 다이빙의 매력이 무엇인가. 바닷속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바닷속에 들어가면 무중력 상태 같은 느낌과 고요한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물속에 떠다니는 생물체들은 경이로움을 주죠. 한 번 바다를 경험하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때가 있어요. 리브어보드를 하며 배 위에서 망망대해를 지켜볼 때도 비슷한 쾌감을 느낍니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안 좋았던 기억들이 모두 씻기는 느낌이 들어요.”


- 바닷속에서 수중사진도 찍고 영상을 유튜브로 올리고 있다고.

“처음 다이빙을 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만 보기가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고프로를 사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카메라와 수중 하우징 장비를 사서 사진 찍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요즘도 다이빙을 하면 꼭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요. 페이스북(@hani kim)과 유튜브(fannyfink83)에 올립니다. 내가 느낀 감동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회사를 알리는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 수중사진을 더 잘 찍어보고 싶어서 수중 하우징 장비와 조명 등을 사는데 1000만원 정도 쓰기도 했어요. 수중촬영 클럽에서 꾸준히 스터디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6회 LS산전배 수중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출처: 본인제공
수중촬영장비를들고.

- 대학교를 졸업하고 20대 때부터 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스토리가 궁금하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에 관해서는 ‘오덕(Otaku)’이라 할 정도로 마니아였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대학교 다닐 때부터 개성이 강하고 뭘 주도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회사에 취업을 하면 적응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졸업 후에 우선 관심 있는 일본에 대해 배워보고 싶어서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식당에서 일 하다가,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일본에서 유명한 미야자키 토종닭 전문점 본점에서 일하게 됐어요. 전국에 몇 백 개의 분점이 있는 큰 프랜차이즈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적극적인 성격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요. 알바생들이 돌아가면서 길거리에서 식당을 홍보하고 손님을 모셔오는 일을 했어요. 한 알바생이 손님을 불러오면 다음 순번이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른 알바생들은 한 번 나가서 손님을 불러오는데 30분 이상 걸렸는데, 저는 5분이면 충분했어요. 나중에는 하루에 손님 100명을 불러오기도 했어요. 손님 한 명이 5만원 정도 소비했는데, 제가 불러온 손님으로 하루에만 500만원씩의 매출이 났던 거예요.


사장님이 제 기록을 보더니 전국에 새로운 매장이 생기면 저를 보내서 종업원 시스템을 세팅하는 일을 맡겼어요. 3년 정도 그렇게 일하다 보니, 이런 재능으로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외국인 인력들을 교육해서 일본 기업에 배치해주는 회사를 차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어요. 일본에 더 있을 수 없어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 일본에서 귀국 후에 어떤 사업을 시작했나.

“갑자기 귀국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 크게 사업을 시작할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일본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할 방법이 뭘까 생각했죠. 그때 일본의 한류 문화가 떠올랐어요. 당시 일본 내에서 동방신기와 빅뱅 때문에 한류의 인기가 정점을 찍고 있었거든요. 일본 문화 ‘오덕’이었기에, 한류를 좋아하는 일본인 ‘오덕’들은 무엇을 좋아할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200만 원을 들여서 일본 쇼핑몰에 ‘하니샵 코리아’라는 업체를 만들고 한류 아이돌 관련 상품을 팔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아이돌 상품을 생산하는 거래처를 확보하고, 일본 팬들이 주문을 하면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일본의 한류 ‘오덕’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했는지.

“제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일본 팬들이 원하는 걸 만족시켜 주려고 노력했어요. 동방신기의 사진집이나 여행 책이 나오면 모두 번역해서 번역본을 함께 보내줬어요. 샤이니의 앨범이 나오면 번역본과 함께 가사 발음까지 일본어로 적어서 보내줬죠. 드라마에 아이돌 주인공이 나와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아이돌이 들고 있는 머그잔을 찾아서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어요. 아이돌이 라면 모델을 하면, 아이돌 얼굴이 새겨진 라면을 팔았어요. 마트에 붙이는 라면 광고 포스터도 구해서 같이 보내줬습니다. ‘오덕’이라면 그런 것도 소유하고 싶거든요. 일본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트위터도 홍보하는데 많이 이용했어요. 아이돌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오면, 아이돌의 대사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트위터에 올려줬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트위터 팔로워가 엄청나게 늘기 시작했어요. 현재 3만 5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솔로몬 제도에서.

- 일본 내에 한류 열기가 많이 식었다고 들었는데. 매출의 변화가 궁금하다.

“제가 아이돌 관련 상품을 일본에 팔기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 한류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어요. 그러다 일본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한국 아이돌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최근에는 아이돌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한류의 인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는 연 매출이 15억 가까이 나온 적도 있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해 3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 지금은 ‘파인드 블루’와 ‘하니샵 코리아’ 두 개의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둘 다 신경 쓰려면 정신없을 텐데.

“다이빙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이돌 관련 상품 판매는 거의 담당 직원에게 맡기고 있어요. 오래전부터 함께 일했기 때문에 믿고 맡기고 있습니다. 다이빙은 제가 인솔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해 다이빙을 하러 나가느라 직접 해야 할 일이 많은 사업이에요. 그래서 2년 전부터는 파인드 블루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돈도 버는 것 같다. 만족감은 어떤지 궁금하다.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업을 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어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닌데, 돈을 벌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큰 것 같아요.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도 나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짜릿해요. 다이빙 사업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 다른 여가 활동을 할 만한 여유가 없을 것 같다. 다이빙 말고 다른 취미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취미가 없네요. 하하. 저의 꿈이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다이빙을 해보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후배들이 사업을 하는 저에게 진로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돈을 쫓아가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쫓아가라’고 말해줍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파다 보면 그걸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보이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돈을 쓰며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다른 그룹들과 이벤트도 만들고 소통하다 보니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오덕’이 아니었다면 일본 ‘오덕’들에게 아이돌 관련 상품을 쉽게 팔 수 없었을 거예요. 다이빙에 미치지 않았다면 다이버들에게 아름다운 바다를 소개하는 일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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