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하면 돈 못번다고요? 저희는 1000억 초대박냈습니다

조회수 2020. 9. 21. 1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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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1000억, 100억 투자 유치' 돈 못번다는 편견 깬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 서정훈 대표
완주에서 시작해 해외까지
소셜 프랜차이즈 만드는 것이 목표

'연 매출 1000억원, 누적 투자액 100억.'


바이오 벤처기업 제너럴바이오의 성적이다. 생활제품, 의약외품, 기능성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이 중소기업이 다른 곳보다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너럴바이오를 이끄는 서정훈(46)대표는 자체 연구개발 및 제조,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이 편견을 깼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에 현지 지사를 두고 해외 10여개국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처음엔 B2B 형태로 소재를 개발해 납품하는 기업으로 시작했다. 사업 초기 자리를 잘 잡아 장애인 고용을 통해 제조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제조기업으로서 ‘제품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하는 서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제너럴바이오 서정훈 대표

대기업 엔지니어에서 창업가로


서정훈 대표는 LG그룹 계열사에서 소재와 외주업체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였다.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할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 그러다 2007년 일을 그만둔 계기가 생겼다. "그렇게 9년을 일했는데 삶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없었죠. 아들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아내가 힘들어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죠. 터닝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 좋은 곳으로 가서 작은 사업을 하면서 가족들과 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모은 것과 아파트를 정리해 3억이라는 돈을 마련했다. 2007년 11월 형편에 맞춰 전라북도 완주에 공장을 샀다. 가족과 함께 살면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야 했다.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 한 명과 완주에 내려와 몰두해 의약품 원료를 개발했다. 그렇게 제너럴바이오 첫 제품이 탄생했다. 개발 후 납품을 위해 뛰어다녔지만 이름 없는 곳이라면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2008년 봄, 제약회사에 첫 납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이후 다른 회사에서도 연락이 오면서 시작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때 경기도에 있던 가족도 완주로 내려왔다. 완주공장이 안정화한 후에는 남원에 3만3000평짜리 공장을 하나 더 지을 수 있었다. 

출처: 제너럴바이오 제공
제너럴바이오 회사 전경

장애인 채용 시작


서 대표가 창업한 곳은 완주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다. 그곳에서 그의 관심이 쏠린 곳은 장애인 복지였다. "도시에는 기관이나 공공시설 등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있지만 시골에는 없더군요. 그냥 방치하는 수준입니다. 돈을 버는 기업가로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기부했어요. 그러나 기부를 하고도 그들의 삶이 바뀌지 않더군요. 다음에 선택한 것이 고용입니다. 일자리를 제공하면 소득이 생기고 소득이 생기면 생활방식도 바뀌고 자존감도 높아질 것 같았습니다.


또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도 떠올랐습니다. 누나 중에 한 명이 중증 장애였어요. 제가 7살 때 1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때 아버지께서 '나중에 잘 되면 누나 같은 사람을 도우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2009년 장애인 직원 두 명을 채용했다. 일반인의 10%도 안 되는 생산성을 보였지만 서대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장애인 직원 중 한 명이 근무한 지 1년 정도 후에 자기 얘기를 하더군요. 김치공장에서 일할 때 최저임금도 아닌 근로 교육 수당 정도만 받았다고 했어요. 또 공장 사람들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학대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아내와 함께 장애인 직원 채용을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장애인 근로자는 개발에 적합하지 않았다. 단순 조립 및 포장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소재 개발뿐 아니라 주방세제, 세탁세제, 비누 등 생활제품을 만들었다. 또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을 위해 복지와 처우를 개선했다. ‘멘토-멘티 제도’도 시작했다. 장애인 근로자 두 명, 비장애인 근로자 한 명이 팀을 이뤄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업무능력도 키우기 위해서다. 제너럴바이오는 2012년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 직원도 차별 없이 채용한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는 학력을 안 본다. "내부에서 성장시킬 수 있으니 학력은 따지지 않습니다. 사내에는 고졸도 많아요. 또 사회적 약자 직원이 전체 직원 중 56%입니다. 100명 중 56명이 한부모 가정이거나 집안이 어려운 직원인 셈이고 그중 30명이 중증 장애인이에요.”

출처: 제너럴바이오 제공
제너럴바이오 직원들

제너럴바이오에서 지쿱까지 글로벌 사회적기업 인증도


2013년에는 유통사업 지쿱을 준비해 2015년에 시작했다. 지쿱은 공정 다단계 유통 회사다. 제너럴바이오가 제조와 고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면 지쿱은 판매로써 그 가치를 올리고 있다. 지쿱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90%가 사회적 경제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제너럴바이오 제품의 자체적 유통망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통로기도 하다. 국내는 물론 미국, 대만,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제너럴바이오는 2015년 글로벌 사회적기업을 증명하는 ‘B코퍼레이션(B Corp· Benefit Corporation)’인증도 받았다. B코퍼레이션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B Lab’에서 시작한 운동이다. 이윤을 추구하지만 직원, 지역사회,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 환경, 법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는 기업을 평가해 B코퍼레이션 인증을 한다.


“2014년에 이 인증제를 처음 알았어요. 찾아보니 B콥 인증을 받은 한국 기업이 몇개 없었습니다. 있어도 상위권에는 들지 못했죠. 한국에 있는 사회적기업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인증 체계가 까다로운 만큼 회사의 투명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도 삼고 싶었죠. 1년 동안 준비했고 결국 2015년에 인증을 받았습니다. ‘지배구조’, ‘근로환경’ 등 4개 부문에서 전 세계 기업 중 7위를 하기도 했죠.”


B코퍼레이션 인증 말고도 선배 사회적기업으로서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투자와 상장이었다. “투자자문을 맡고 있는 한 대표가 ‘투자기관이 왜 사회적기업에 투자하지 않는지 아냐’고 물었어요. 좋은 실적으로 투자금 회수의 좋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 롤모델이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상장하고 투자기관이 실적을 내면 뒤따라오는 사회적기업이 더 쉽게 투자를 유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미래에셋벤처투자, L&S벤처캐피탈, SJ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약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죠.”


"소셜 프랜차이즈 만들고 싶어"


2016년부터 3년 동안 매출이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대표와 지쿱 리더 직원 99명과 함께 지쿠퍼재단을 설립했다. 지쿠퍼재단은 공익재단으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등 사회적 경제를 위한 협업을 펼치고자 만들었다. 올여름에는 지페스타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페스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사회적 경제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착한 기업의 성장을 돕고자 계획했다.


상장 준비, 해외 사업 확장 등 항상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받는 시선과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 품질이 안 좋을 것’이라는 편견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도 여느 중소기업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 기업들이 잘되면 일반기업보다 훨씬 큰 사회적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헤나 사건으로 논란이 일었다. 서대표는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가 생긴 소비자에게 대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로부터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모두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알러지 테스트 등을 지키지 않는 헤나방 관행도 바로 잡을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소재 기업에서 출발한 제너럴바이오의 최종 목표는 소셜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미션을 갖고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성장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많이 계획했습니다. 지쿱과 지쿠퍼재단, 지페스타도 모두 그 일환입니다. 이런 사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소셜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공급자와 이를 프랜차이즈화 하고 싶은 요구가 있는 사람을 연결해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수익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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