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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장안의 화제' 콘덴싱보일러 만드는 아빠입니다"

조회수 2020. 9. 27. 22: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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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콘덴싱보일러 만드는 아빠입니다"..17년째 보일러에 매달린 이 사람
경동나비엔 임정락 기정
2003년 입사 후 콘덴싱보일러 생산 매진
“환경 보호에 일조한다는 생각에 뿌듯”

"울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 미세먼지를 줄이고 나쁜 연기를 없애서 공기를 많게 해준대요."


귀여운 꼬마가 등장해 콘덴싱보일러를 만드는 아빠를 묘사하는 장면을 담아 히트를 친 TV 광고다. 임정락(42)씨는 경동나비엔에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하는 ‘아빠’다. 2003년 경동나비엔에 입사한 이후 콘덴싱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보일러 개발과 생산에 관여했다.


콘덴싱보일러는 최근 들어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일반 보일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버려지는 열에너지의 재사용 여부다. 콘덴싱보일러는 연료를 연소하면서 생긴 배기가스를 그대로 분출하는 일반 보일러와 달리 배기가스를 재사용해 가스사용량을 절감해 준다. 1년 동안 콘덴싱보일러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보일러보다 최대 29.4% 정도의 가스비를 절감할 수 있다.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 배출을 일반 보일러 대비 79%까지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낮춘다.


“사람이든 보일러든 ‘연결’은 중요한 역할”

출처: jobsN
경동나비엔 임정락 기정.

임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 선수 생활을 해오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바꿨다. 졸업 후 서비스업, 요식업 등에서 경험을 쌓고 경동나비엔에 입사한 지 올해로 17년차. 고등학교 시절 취득한 용접기술자격증을 토대로 전문성을 길러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평택시 서탄면 공장 생산2팀 용접2파트에서 일한다. 연간 200만대의 보일러 생산이 가능한 이 공장은 경동나비엔에서 가장 큰 규모다. 용접2파트는 전체 20명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콘덴싱보일러 핵심부품인 열교환기 용접과 제품 조립이다. 야심차게 추진 중인 미국 수출용 콘덴싱보일러 생산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고등학교에서 기계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서비스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점원, 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서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식업을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의 권유로 경동나비엔에 입사했다. 돌아오긴 했지만 원래 전공을 살린 셈이다.”


-사업을 운영한 것이 입사에 도움이 됐나.


"입사하기 전에 쌓은 경험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전혀 다른 것이긴 하지만, 사람이든 기계든 그 사이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 일이 아닌가 싶다. 백화점에서 일할 때 고객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갈 때 제품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보일러도 부품과 부품 사이를 꼼꼼하게 용접해야만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무 환경은 어떤가.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용접일을 하는 곳은 지저분하고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먼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장에는 먼지 등을 잡아내는 장치들이 설치돼 있고 위험성도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서탄 공장은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해서 정말 깜짝 놀라고 갈 정도로 근무하기 최적화된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후배들에게 늘 강조한다.”

출처: 경동나비엔 제공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경동나비엔 임정락 기정.

스테인리스 열교환기 만들려고 보일러 수천대 실험


그가 입사했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콘덴싱보일러 기술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생산에서도 시행착오가 많았다. 기존에 보일러를 만들던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콘덴싱보일러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수천 대에 달하는 보일러를 버려야 했다.


-콘덴싱은 이 회사 고유 기술인가.


“아니다. 유럽에서 개발된 기술이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경동나비엔이 1988년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오래 회사를 다닌 다른 직원들은 농담처럼 ‘콘덴싱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보일러를 만드느라 올림픽은 구경도 못했다’는 농담을 한다. 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설치를 지원하고 의무화한다.”


-몸담고 있는 회사의 콘덴싱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보일러의 열효율은 자동차 연비처럼 성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제품은 최대 98.8%까지 열효율을 낼 수 있다. 보일러를 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연료 대부분을 열에너지로 바꾼다는 얘기다. 내구성도 차별점 중 하나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스테인리스 일체형 열교환기를 개발했다. 부식에 강한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변함없이 오랫동안 처음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성능 좋은 보일러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기술력이 필요한가.


“보일러는 사시사철 물과 열에 노출되기 때문에 내구성이 중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구리나 동으로 만든 열교환기는 내구성과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테인리스로 만드는 이유다. 하지만 스테인리스는 표면이 매끄럽다 보니 용접이 쉽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한 기술력도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점이다.”

출처: jobsN
경동나비엔 임정락 기정.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나.


“스테인리스 열교환기를 개발할 때 쉽지 않았다. 애써 용접하고 나면 열교환기 커버에 금이 생기면서 누수가 나기 일쑤였다. 그것을 지켜보는 마음에도 금이 갈 정도로 안타까웠다. 포기할 수 없으니 특근을 하면서 계속 실험을 했다. 보일러에 열교환기를 접목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는 작업을 끈질기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최적의 용접조건을 찾아냈다. 보일러 수천 대 정도는 실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완성도를 높여갔다. 지금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미국 시장 개척에 기여하고 싶어”


임 씨는 회사에서 주력하는 미국 시장 개척에 힘을 보탠다는 포부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2021년부터 미국 정부가 가정용 보일러 에너지 효율성 기준을 강화하면서 콘덴싱 보일러 수요가 기대되는 곳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내수용과 어떤 차이가 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용량 등의 부분에서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기 맞는 용접 기술 등도 달리 적용하는 부분이 있다.”


-TV 광고가 화제다. 당사자로서 느낌이 어떤지.


“광고로 인해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에게 점수를 많이 땄다. 함께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우리 아빠 회사라며 좋아한다. 택시 탔을 때 작업복을 본 기사님이 ‘콘덴싱보일러 만드는 분이네요’라고 인사도 건네준다. 어깨가 으쓱해진다고나 할까, 기분이 좋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계속 쌓고 싶다. 지금 맡고 있는 미국 시장 프로젝트 성공에도 일조하고 싶다.”


-직업에 만족하나.


“내가 가진 기술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 같다. 일도 재밌고 뿌듯하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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