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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당장 먹고 사는게 중요했던 피아노 선생님이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7. 22: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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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여신'에서 '트로트 여신'된 사연은?
트로트 가수 조정민
데뷔 무산→트로트 엑스 출연→재데뷔
음악으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한다." "악기를 확실하게 다룰 줄 안다." "외모도 예쁘다."


Mnet에서 방영했던 한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칭찬 세례를 받던 참가자가 있다. 장윤정의 '꽃'을 편곡해 부른 그는 트로트 가수 조정민(33)씨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트로트를 불러 화제였다. '피아노 여신' '트로트 여신'으로 불리던 그는 2014년 12월 '곰탱이'로 데뷔했다. 이제 데뷔 4년 차 트로트 가수인 그는 드라마 OST, 음악방송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웹드라마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자신을 알리고 있다.

출처: jobsN
트로트 가수 조정민씨

가수 꿈꾸던 딸에서 집안의 가장으로


조씨의 어린 시절 그의 집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었다. 엄마 친구들이 놀러와 노래를 부르면 그걸 듣고 멜로디를 외워서 불렀다. 그는 "노래하면 엄마 친구들이 좋아하면서 박수를 쳐주셨다"면서 "박수도 받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가수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SES, 핑클 등 아이돌들이 나오면서 가수의 꿈을 더욱 키웠다.


"학교에서 장기 자랑하면 꼭 무대에 올랐습니다. 친구들을 모아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죠. 대학교 가서도 하고 싶으면 그때 하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음악적 감각이 있으니 피아노를 배우라고 하셨어요. 어차피 가수를 하려면 피아노는 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피아노를 배우고 전공으로 택했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던 중 피아노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이다. 장녀였던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돈을 벌어야 했다. "아빠는 집안의 기둥이셨습니다. 그런데 기둥이 사라졌고 그 역할을 제가 해야 했죠. 피아노 레슨은 물론 카페, 바, 결혼식장 등 피아노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출처: 루체 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정민씨

데뷔 무산 후 트로트 엑스 캐스팅


대학생 때 우연히 데뷔할 기회가 생겼다. 축제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한 소속사 관계자 눈에 띈 것이다. 소속사는 조씨를 트로트 가수로 데뷔시키고 싶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생각하지 않던 분야라 건네받은 명함은 서랍 속에 넣어놨다. 시간이 흘러 다시 연락이 왔다.


"엄마랑 상의했습니다. 가수를 하고 싶은데 연락이 왔다고, 그런데 트로트 쪽이라고 말씀드렸죠. 트로트 가수들이 성공해서 돈도 잘 벌고 빚도 갚았다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사실 아빠 꿈도 가수였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아빠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고 또 가족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9년 조아라는 예명으로 트로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행사를 많이 다니는 곳이었다. 인지도가 없는 상태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경험도 없어서 무대 설 때마다 두려웠다.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표님이 뭘 하고 싶냐고 묻더군요. 당시엔 R&B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알리샤 키스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고 싶었죠. 대표님께서 양동근 선배님 소속사 프로듀서를 소개해줬어요. 트레이닝도 받고 곡도 받았습니다. 뮤직비디오도 찍고 데뷔를 앞두고 있었어요. 그러나 회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데뷔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앞으로 난 뭘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피아노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빨리 다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을 다섯 개쯤 올렸을 때 트로트 엑스 작가에게 섭외 전화가 왔다. 이것이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겠다고 했다.

출처: Mnet K-POP 유튜브
트로트 엑스에 출연한 조정민씨

트로트 엑스로 이어진 인연 데뷔까지


첫 출연에서 장윤정의 꽃을 피아노 연주하면서 불렀다. 편곡도 직접 했다. 패널로 출연한 트로트계 선배들은 편곡도 좋고 피아노도 잘 친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제 스타일로 트로트를 부르고 또 인정을 받으니까 행복했습니다. 이후 무대를 연습하면서 트로트의 매력을 다시 느꼈습니다. 길지 않은 멜로디에 짧은 가사들이 반복되는데 그 안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겨있더군요. 우승은 못 했지만 트로트 엑스는 제가 트로트를 좋아하게 된 계기이자 좋은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패널이자 멘토로 출연했던 선배 트로트 가수 중 설운도씨가 조정민씨를 마음에 들어 했다. 또 지금 소속사 대표님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조씨는 설운도씨를 통해 현 소속사 대표를 만났다. 2014년 여름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같은 해 12월 데뷔했다. 가수로서 두 번째 도전인 셈이었다. 2009년 때와는 달리 예능, 불후의 명곡 등 방송에 출연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행사에 가서도 관객을 무서워하기보다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더 노력했다.


2017년에는 일본 엔카 대부 나카무라 타이지를 만나 일본 활동을 준비하기도 했다. "심수봉 선배님의 '사랑밖에 난 몰라' 부른 제 영상을 보고 Y2K, 써클 등 그룹을 키웠던 대표님께 저를 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대표님과 함께 일본으로 가 나카무라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 앞에서 다섯 곡을 부르고 나니 제게 맞는 노래가 떠오른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피아노 발라드곡 '아빠'를 주셨습니다. 아빠는 타향살이를 했던 재일 동포들의 삶을 그린 노래예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2018년 4월에 앨범을 내고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에 건너가 공연 게스트로도 무대에 오르고 팬미팅도 하고 있습니다."

음악으로 희망을 주는 사람


조정민씨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을 오고 가면서 활동하지만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저는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어서 항상 감사합니다.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입니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는 그는 올 4월 새로운 곡으로 대중 앞에 선다. 그는 “2030의 마음을 끌 수 있는 곡”이라면서 “트로트와 라틴을 접목했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꿈은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이다.


“가수로 많은 히트곡을 내고 싶습니다. 다양한 활동으로 이름과 얼굴은 알렸는데 아직 대표곡이 없습니다. 열심히 해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히트곡을 많이 부르고 싶어요. 또 음악 치료 공부를 더 해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대학생 때 음악 치료 관련된 교양수업을 들었습니다. 음악으로 심장 박동을 안정시키고 감정 조절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우울하거나 조울증이 찾아올 때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면 맥박이 곡과 같은 박자로 뛰면서 심신에 안정을 가져온다고 해요. 음악을 통해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을 준비했었는데 트로트 엑스 출연과 겹치면서 잠시 덮어뒀죠. 히트곡 내고 40대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음악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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