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하고, 얼마 받는지..9년차 국회비서관이 직접 밝혔다

조회수 2020. 9. 27. 22: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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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국회비서관으로 산다는 건..
9년차 5급 비서관 김민정씨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진들은 별정직 공무원이다. 각 의원실에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용할 수 있는 보좌진이 8명과 인턴 한 명. 즉 국회의원 300명의 의원실이 있는 의원회관에는 2700여 명의 보좌진이 일하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일하는 동안 공무원 보수 지급 기준에 따라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다만, 의원의 임기만큼 기간이 정해져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직업으로서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


현재 한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정(39) 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국회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의원실에서 일한 지 9년 차인 그를 만나러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출처: jobsN
국회비서관 김민정씨

- 본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국회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국회 내 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요. 이곳에서 일 한 지는 9년 됐어요. 그동안 모두 세 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일했습니다.”


- 의원 사무실에서 비서관으로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는 보좌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맡는 일이 다양해요. 저는 현재 5급 비서관으로 주로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돕기 위해서 법안 발의를 위한 이슈 선정과 관련 자료 준비해요. 그리고 실제로 발의된 법안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통과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보좌합니다.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이슈를 정리하고 관계 기관과 연계된 업무를 봐요. 국정감사 기간에는 국회의원의 질의를 돕기 위해서 피감 기관의 자료를 살펴보고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전달하죠. 다른 보좌진들과 함께 특정 주제를 놓고 국회의원과 토론하기도 합니다.”


- 국회의원마다 보좌직원 숫자가 얼마나 되나.

“각 국회의원마다 총 8명의 보좌직원과 1명의 인턴을 고용할 수 있어요.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그리고 6급, 7급, 8급, 9급 비서 각 1명입니다. 모두 국회사무처 소속의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긴 하지만, 임명과 해임의 권한은 모두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죠.”


- 공무원 신분이면 호봉에 따라 지급할 것 같은데, 급여 수준이 궁금하다.

“국회 보좌직원의 보수는 공개돼있어요. 각 급마다 정해진 만큼 보수를 받습니다. 제가 속한 5급 비서관의 경우 급여와 상여금을 모두 포함해서 연봉이 약 7300만원(세전)입니다. 가장 높은 4급 보좌진은 연봉 8300만원 수준이고, 9급 비서는 3400만원 정도 받습니다.”


- 공무원 신분이라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급여가 높은 것 같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보수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 다른 공무원과는 많이 차이가 있어요. 국회 보좌직원은 법적으로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휴일 근무와 야근이 많은 편이에요. 또 임명과 해임 권한이 국회의원에게 있기 때문에 재직 임기 보장이 없어요. 실제로 1년도 안 돼서 보좌진을 교체하는 의원실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임기도 4년이기 때문에, 재선 여부에 따라 보좌직원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해요.”


- 보좌직원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채용되는가.

“국회의원실에서 채용 공고를 냅니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국회의원 현황으로 가면 의원실 채용 코너가 있어요. 거기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내면, 그중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채용합니다. 국회의원이 특정 지식이나 경력이 있는 보좌진이 필요하면 추천을 통해 채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경우, 교육 기관 경력을 가진 사람을 추천받아 보좌진으로 채용하기도 해요. 그리고 선거 캠프에서부터 함께 뛰며 의원실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 친인척 채용은 법률로 금지하고 있어요. 국회의원의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친인척은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습니다.”

출처: jobsN
국회비서관 김민정씨

- 의원실에서 직급은 어떻게 올라가는지 궁금하다.

“의원실에서 일하며 인정 받아 순차적으로 올라가기도 해요. 저의 경우 지금 소속된 의원실에서 처음에는 7급 비서로 채용돼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6년 만에 5급 비서관으로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경력으로 오는 경우도 있어요. 보좌진 직급에는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경험이나 전문성으로 영입되는 일도 많습니다. 아는 분 중에는 군인이었다가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하는 분도 있어요.”


-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보좌직원들은 어떻게 되는지. 직업적으로 고용 안정성은 없어 보이는데, 의원실에서 9년 째 일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국회의원 중심으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보좌진의 임기도 끝납니다. 국회의원이 다음 선거에서도 당선되는 경우는 자연스레 보좌진의 임기도 늘어나기도 하지만, 개편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보통 선거 때마다 보좌직원들은 대규모로 자리 이동을 해요. 새로 당선된 초선 의원도 보좌진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채용공고와 추천을 통해 임기가 끝난 일부 보좌직원들이 새 의원실로 이동합니다. 일 잘 한다고 소문난 직원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기도 쉬워요. 일부는 새로운 의원실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그동안 3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일했어요. 첫 번째 국회의원은 비례대표였는데, 재선에 실패해서 자연스럽게 저의 임기도 끝났어요. 두 번째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에 출마를 포기하는 바람에 제가 새로운 의원실을 구하지 못해 잠시 백수로 지냈던 기간도 있었습니다. 지금 함께 일하는 국회의원은 재선에 성공해서 저도 연이어 일하고 있어요. 보좌진으로 겪을 수 있는 경험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네요.”


- 의원실을 옮길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정당을 바꾸기도 하는지 궁금하다.

“저의 경우 부득이하게 새로운 의원실을 찾아야 했을 때, 의원실 채용 공고를 매일 열람했어요. 채용 공고가 나면 일단 채용 공고를 낸 국회의원에 대해 알아봅니다. 나와 성향이 맞는지, 어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상임위원회 소속인지 등을 찾아보죠. 그중에 내가 일해보고 싶은 국회의원실 위주로 지원서를 냅니다. 보좌직원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정당을 바꾸는 경우도 있어요.”


- 국회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됐는지.

“대학교 때부터 정치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과 출신으로 공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교양으로 정치학과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들었습니다. 졸업한 직후 조금 더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정치외교학과에 학사편입을 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 보다는, 입법 과정과 정책을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일하면서 직접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국회 인턴을 해보기 위해서 채용 공고를 뒤져보다가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보좌진양성프로그램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만 해도 국회에 여성 보좌진이 별로 없었거든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보좌진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프로그램이 인턴쉽까지 연결돼 있어서 한 국회의원실에 인턴으로 실무 경험을 해봤어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출처: jobsN
국회비서관 김민정씨

- 대학생 때 의원실에서 처음으로 인턴쉽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처음 만난 국회의원이 비례대표였어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위원이었는데, 입법과 정책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관리해야 할 지역구도 없고, 정치 활동 보다는 정책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라 저의 인턴 생활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의원이나 보좌관이 분야를 지정해주면 거기에 대해 연구하고 정리해서 보고하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이 재미있었어요. 보좌진으로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입니다.”


- 인턴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5급 비서관까지 올라갔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일하게 된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2년 동안 일했어요. 그 의원이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해서 자연스레 저도 국회에서 나왔죠. 다른 의원실에 구직 활동을 했는데 인턴 경력 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평소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가 있어서 대학원 북한학과에 입학했어요. 대학원을 다니다가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분이 좋게 봐주셨는지 한 국회의원실 6급 비서관 자리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래서 거기서 1년 동안 일하며 정책 비서 업무를 봤습니다. 그런데, 다음번 선거에서 함께 일하던 국회의원이 공천을 못 받으면서 출마를 포기했어요. 본의 아니게 또 실업자가 됐죠. 새로운 의원실을 알아보고 다녔는데, 당시 지원자가 많아서 쉽지 않았어요. 기존에 6급 비서로 일했던 경험 때문에, 6급 이상의 직급으로 자리를 찾다보니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다시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늘 국회 채용 공지를 체크했어요. 그러다가 저와 잘 맞을 것 같은 국회의원실의 채용공고를 봤어요. 직급이 7급 비서였지만,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고민 끝에 지원했죠. 그때 면접을 통해 채용돼서 지금까지 6년 째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원실에서는 선거에서 이기는 경험도 해봤어요.”


- 국회의원은 상황에 따라 비난을 많이 받는 위치이기도 하다. 의원실에서 일하면서 겪는 고충은 없는지.

“정치와 관련돼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회의원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관련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국민들의 질책은 당연히 귀담아들어야 하죠.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로 언론에서는 정당 간의 대립 같은 부정적인 면들이 기사로 다뤄지고 이슈가 된다는 거예요. 사실 의원실에서는 훨씬 많은 일들을 해요. 정책과 관련된 일은 다른 정당과 협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기도 해요.”

출처: jobsN
국회비서관 김민정씨

-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신없을 것 같은데.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게 원칙이에요. 하지만 워낙 불규칙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공무원은 법정근로시간이 적용되지 않거든요. 사건 사고가 터지면, 관련 상임위원회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긴급 현안 질의 등 회의 자료를 준비하거나 관련 법안을 발의할 준비를 하기도 해요. 그걸 위해서 의원실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매년 가을에 시작되는 국정감사 기간에는 피감 기관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한두 달 전부터 밤낮없이 일하기도 해요.”


- 보좌진들 끼리 모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정당 보좌진과도 친하게 지내는지.

“국회 내에 보좌진들의 모임이 여럿 있어요. 저는 보좌진 중에 나이가 같은 동기 모임을 자주 가지는데, 정당 구분 없이 모여요. 정치색과 관계없이 화기애애하게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보좌진의 특성 상 서로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주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죠. 제가 알고 있는 다른 보좌진 모임들도 대부분 정당 구분 없이 모입니다.”


- 취미가 무엇인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보거나 그림을 그려요. 일을 하면서 워낙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쉬는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점점 좋아지더군요. 얼마 전부터는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배워보려고 하는데, 지속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 직장으로서 국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장으로서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안정한 직업인 것은 부인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해요. 입법과 정책을 준비하면서 실제로 내가 연구했던 것들이 국회의원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을 볼 때면, 미약하게나마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일할 수 있는 범위가 넒은 것도 장점이에요. 자신의 사회 경험을 살려서 보좌진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공이나 나이 제한도 없어서 언제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해요. 정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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