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와이프가 마이너스 3억6000만원까지만 참겠다고 했어요"

조회수 2020. 9. 27. 23:0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만명 팬 거느린 훈남 고시생..그 뒤엔 -2억5000만원까지 갔던 창업자의 통장이..
캠스터디 열풍 이끈 구루미
세계에서 제일 큰 온라인 독서실 목표
‘마이너스 3억6000만원 까지 참겠다' 창업

요즘 수험생들 사이에선 ‘캠스터디(카메라+스터디)’가 유행이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본인 공부하는 모습 보여준다. 남들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공부하라는 것이다. 캠스터디 열풍의 중심에 있는 스타트업 ‘구루미’의 이랑혁 대표를 만났다.


누구나 방 만들고 참여


구루미 페이지에는 수많은 공부방이 있다. 공부방마다 9~16명이 정원으로, 화면이 9~16분할 돼 있다. 그 중 하나가 본인, 나머지가 다른 멤버다. 화면 속 모습은 지금 보고 있는 책을 위에서 실시간 찍는 게 가장 많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달린 카메라를 쓴다.

출처: 구루미 제공
구루미에 개설된 한 공부방 모습

-왜 하는 겁니까?

“지금 젊은 세대는 영상이 일상입니다. 영상으로 남의 일상 보거나, 내 일상 보여주는 것에 겁내지 않죠.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보다, 온라인 영상으로 만나는 걸 편하게 여깁니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금세 눕고 싶어지죠? TV 같은 유혹도 많습니다. 그럴때 기성세대는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갔습니다. 반면 지금 세대는 그런 자극을 집에서 각자 하는 개인 방송으로 받습니다. 영상 속 남들 공부하는 모습에서 경쟁심을 느끼고, 나를 보여주면서 스스로를 다잡는거죠. 오프라인 독서실이나 도서관이 온라인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익숙해지면 이점이 많습니다. 남들 소음 같은 걸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죠.”


구루미에선 아무나 방을 만들 수 있다. ‘www.gooroomee.com’에 들어가 회원 가입 후 원하는 이름을 쓰면 바로 개설된다. ‘가방’을 입력하면 가방 이름의 방(www.gooroomee.com/가방)이 만들어지고, ‘마우스’를 치면 마우스 이름의 방이 생긴다. 이후 다른 사람이 각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인터넷창에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방에 들어갈 수 있다. A가 만든 마우스 방에 B가 자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www.gooroomee.com/마우스’를 입력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초대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소를 공유해 주면 됩니다. 인터넷 카페 같은 데 주소를 공개해 놓되, 방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초대하고 싶은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각종 시험 준비생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가보면, 구루미 스터디캠 멤버를 모집하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주소나 비밀번호를 공유하기 위한 글들이죠. 내가 들어가고 싶은 방의 정원이 다 찼을 때는 기존 멤버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됩니다.”

출처: 구루미 제공
구루미에 실제 개설된 방의 URL

굳이 카페 글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포털에 공개한 구루미 주소나 비밀번호를 찾아 입장해도 된다. 포털에서 ‘gooroomee.com/공부방11’이란 주소가 검색됐다면, 해당 주소를 입력해 그 방에 입장하는 것이다.


“마음껏 방을 만들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이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간편한 웹사이트 형태이기 때문에 인터넷만 연결되면다면 PC,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단말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접속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고교생부터 토익 공부를 하는 취업준비생, 고시생 등 이용자가 다양하다. 공부 시작 전 영상부터 틀어놓는 사람이 많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5시간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내 자유다. 카메라로 책만 비춰도 되고, 책상 전체, 얼굴, 내 모습의 풀샷을 비추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와 연계해 스타가 된 경우도 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내 옆자리 남자’란 이름의 이용자는 본인 공부 화면을 유튜브로 중계해 2만2000명의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유명세를 타면서 TV 프로그램 출연까지 했어요. 이렇게 유튜브로 연계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공부하면서 유명세도 얻는 일석이조를 노리는 거죠.”

출처: 유튜브 캡쳐
'내 옆자리 남자'가 개설한 공부방 화면

얻어걸린(?) 캠스터디


구루미는 화상회의, 동영상 강의 등 화상 솔루션 기업으로 출발했다. 일반인에게는 무료로, 기업에겐 유료로 제공한다. 대부분 회사 수익은 여전히 화상회의나 동영상 강의 솔루션에서 나온다.


캠스터디는 일종의 ‘얻어 걸린’ 모델이다. 수험생들이 알아서 화상회의 솔루션을 캠스터디로 활용한 것이다. “어느날 모니터링을 하는데, 사람들이 아무 말 하지 않고 각자 책만 보는 방이 있는 거에요. 직원에게 ‘저게 뭐냐’ 물었더니 ‘캠스터디’라더군요.”


알고 보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유튜브에 ‘스터디 위드 미(study with me)’를 검색하면 3000만 개 넘는 영상이 나타난다. 전세계 젊은이들이 내가 공부하는 모습 보여주며 나태해지는 것 막고, 남 공부하는 모습 보며 자극을 얻고 있는 것이다. ‘주류 문화 중 하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기존 화상회의 솔루션에 내가 공부한 시간, 시험까지 남아있는 날짜 표시 등 기능을 부가해 캠스터디 전용 솔루션을 출시했다.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2018년 초 사용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추가로 사용자 설문 등을 통해 불편을 개선하고 각종 기능을 더 넣었다. 1월 기준 누적 이용자가 22만8000명을 넘어섰다.

출처: 구루미 제공
구루미 직원들. 가운데 회색 머리가 이랑혁 대표

-캠스터디 서비스는 다른 업체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지 않나요?

“화상 컨퍼런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한 화면에 여러명이 공부하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는 게 특이점이에요. 유튜브로는 남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거나,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만 가능한데, 구루미에선 나를 포함해 여러명이 한꺼번에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다른 화상 컨퍼런스 업체와 비교하면, 캠스터디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직까지 우리 밖에 없습니다. 서비스 환경이 안정적이어서 화면 끊김도 없구요. 사용자가 한번 모인 플랫폼은 계속해서 사용자가 모이는 선점 효과가 생기잖아요? 후발 주자가 넘보기 어려운 확실한 시장 우위를 조기에 가져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전략을 알려 주세요.

“일단 사용자 50만명을 넘는 게 목표입니다. 서비스 편의성을 계속 높여갈 계획이에요. 인터넷 카페 기능을 넣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루미 사이트 내에서 멤버를 모집해 방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거죠.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해 일정액의 요금을 부과할 계획도 있습니다.”


-50만명 이후는요?

“서비스 이용자와 학원이나 강좌를 매칭해 보려고 합니다. 학원이나 강좌가 구루미를 통해 모객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뭔가 공부를 하는 분들이라, 매칭 효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학원에서 일정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낼 계획입니다.”

출처: 구루미 제공
노트북을 통해 구루미 방송에 참여하면서 공부하는 한 이용자의 모습

서비스부터 내놓고 비즈니스모델 탐색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했다. 별이 좋아 천문학과를 갔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갔다. 프로그래밍을 배워, 졸업 후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업 해야겠다’ 결심했다. 먼저 경영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이제는 창업할 때 아닌가. 아직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갖추고 싶었습니다.”


-사업 결심해놓고 공부만 했네요.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경영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론적 베이스를 갖추고 싶었어요. 사업 시작하면 여러 개발자와 소통하면서 직원 통솔도 해야 하는데, 이론적 완성도가 높아야 소통이 수월해지니까요. 공부했던 것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학부, 석사, 박사 전공이 모두 달라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왜 힘들지 않았겠어요. 수업 채우고 따라가는 모든 과정이 버거웠죠. 하지만 즐겼어요. 전 겁이 없습니다. 긍정적이죠. 필요하면 그냥 합니다. 일도 닥쳐서 하지 않고, 만들어서 합니다. 깨지더라도 그런 경험이 쌓여야 일이 됩니다.”


박사 과정 후 화상 솔루션 회사에 잠깐 다니다 2015년 9월 창업했다. 머뭇댈 것 것 없었다. 얼마되지 않아 2016년 초 바로 서비스를 오픈했다.


-서비스 오픈 때 사업 목표가 확실했나요.

“아뇨. 에어비엔비 처럼 확실한 모델 갖고 출발하는 스타트업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시장이 좁은 한국에선 더욱 그렇죠. 이때 조바심을 내면 안됩니다. 전 2년에서 3년은 모델 찾는 데 써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용자 반응을 관찰하는 거죠. 무조건 고민만 한다고 새로운 게 나오지 않습니다. 긴 호흡을 갖고 관찰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캠스터디군요.

“사실 본격적으로 캠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할 때 일부 반대하는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화상교육이나 화상컨퍼런스 등 B2B 사업에 집중하자구요. 마침 여러 공공기관 사업 수주가 되면서 막 뻗어나가던 시점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달랐습니다. B2C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습니다. 사업을 크게 키우려면 B2C를 해야 한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설득해서 추진한 끝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평소에는 경청하되, 자기 목소리 낼 때는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구루미 제공
구루미 직원들

세계에서 제일 큰 온라인 독서실 목표


-지금까지 잘해온 비결이 뭔가요.

“인내심이요. 제가 주식을 하면 잃지 않아요. 반토막 나도 긴장하지 않고 길게 봅니다. 다양한 사람 모인 조직 깨지지 않으러면, 대표가 인내심 갖고 조율하는 게 중요합니다. 직원 사이에서 희생을 많이 해야하죠. 그렇다고 한없이 들어주기만 해서도 안되구요. 확신을 갖는 사안이라면 이른바 ‘꼰대질’을 해서라도 관철하고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말을 듣고 조직이 돌아갑니다.”


-창업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뭐였나요.

“가족이요. 당장 생계 문제가 달려 있잖아요. 가정 있는 사람은 창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아내가 선뜻 허락해 줬거든요. 통장 잔고 마이너스 3억6000만원까진 참아주겠다고요. ‘해보다가 마이너스 3억6000 되면 접어라. 한 몇년 재밌게 논 걸로 치겠다.’ 하더군요. 그래서 긴 호흡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얼마까지 갔습니까.

“마이너스 2억5000만원이요.”


-사업하면서 아쉬운 점은요.

“자금적인 여유가 있으면 좋죠. 저는 사업 초기 자금 마련하느라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 많이 했습니다. 사업 본질과 관련없는 프로그래밍 납품 수주라던가, 정부지원사업 같은거요. 반면 청년 창업은 좀 수월한 측면이 있어요. 굳이 각종 수주를 하지 않아도 이런 저런 정부 지원이 많거든요. 나이로 지원 자격을 삼는 분야가 많은데 아쉬워요. 저같은 장년 창업에도 관심을 가져 주세요.”


-구루미가 항구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은 뭔가요.

“세계에서 제일 큰 온라인 독서실이요. 기업이니까 돈 버는 게 목적인 건 분명하지만, 궁극적으론 저희 직원과 고객 모두 꿈에 다가서는 기업이고 싶습니다. 각자 꿈이 있으니까 공부하는 거잖아요? 꿈이 모여 커질수록, 구루미의 꿈도 커집니다. 고객과 기업이 함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다함께 크는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글 jobsN 박유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