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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직장인이 직장 때려치우고 '착한 회사' 돕겠다고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7. 2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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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직장인이 직장 때려치우고 '착한 회사' 돕겠다고 벌인 일
루트임팩트(ROOT IMPACT) 허재형 대표
체인지메이커를 돕는 체인지메이커
사회를 돕는 게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사회적 기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인 목표를 갖고 수익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일반 기업과 비영리기관의 중간 형태로 운영한다. 문제 해결과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사회적 기업 혹은 소셜 벤처가 존재하는 의미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있다. 바로 루트임팩트다. 루트임팩트는 허재형(37)대표와 현대가 재벌 3세로 알려진 정경선 CIO(Chief Imagination Officer·최고상상책임자)가 함께 시작했다.


이곳은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공유 사무실 헤이그라운드·공유주택 디웰·체인지메이커 육성 프로그램 임팩트베이스캠프 등을 운영한다.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허 대표를 만나 사회적 기업을 돕는 이유를 들었다.

출처: jobsN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정경선 CIO와의 만남


대학교 3학년 때 경영전략을 공부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벤처기업과 대기업,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거쳤다. 그렇게 경영 컨설턴트를 첫 번째 직업으로 삼았다. 취업 준비 끝에 2009년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해 정부 기관, 중공업 등 다양한 고객사와 일했다. 그러던 중 진로에 대해 돌아본 계기가 생겼다.


"자매회사 브릿지스팬이라는 비영리 단체가 있었습니다. 비영리 단체를 컨설팅해 주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교환학생처럼 파견으로 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비자 문제로 못 갔죠. 아쉬운대로 컨설턴트를 모았습니다. 이들과 함께 비영리단체 혹은 사회적기업을 무료로 자문하고 싶었는데 이마저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번 다 실패한 셈입니다."


허대표는 이 과정을 겪으면서 진짜 하고 싶은 걸 깨달았다고 한다. 스스로 '왜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고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중요한 단서였다고 한다. 그 결과 다음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두 가지 핵심 단어를 정할 수 있었다. '의미'와 '새로움'이었다. 그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면서 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해봤습니다. 대학생 때 친구인 '공신닷컴' 강성태 대표가 교육 봉사 동아리를 소셜벤처로 만드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 시간이 즐거웠고 굉장히 몰입했었습니다. 그때처럼 사회를 위해 힘쓰는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경선님을 만났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한 달 정도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세 번 째 만남 때 함께 하기로 했죠."

출처: 루트임팩트 제공
루트임팩트 정경선 CIO(좌)와 허재형 대표(우)

억대 연봉 직장 때려치고 루트임팩트 설립


2012년 6월 회사를 그만두고 정경선 CIO와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루트임팩트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를 돕는 체인지메이커'다. 체인지메이커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기업 혹은 소셜벤처 등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졌다. 투자, 인큐베이팅 등 소셜벤처를 돕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루트임팩트는 그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첫 번째 시작은 공간이었다. 임팩트 허브라는 글로벌 공유사무실 브랜드를 서울에서 시작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1년 정도 운영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기업을 위한 공유 공간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한 좋은 시도였다고 한다. 다음엔 공간만 내어주는 것이 아닌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체인지메이커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체인지메이커끼리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20여곳의 잠재적 입주사들과 함께했어요. 필요하거나 불필요한 기능을 얘기하고 나눴습니다. 곳곳에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를 반영했어요. 예를 들면 두 개 층을 연결해 라운지를 만들어 어울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7년 6월 성수동에 사회적 기업이 모인 헤이그라운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헤이그라운드에는 70여개 회사가 입주해있고 약 540여명이 일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른 회사지만 같은 직군이 모여 소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건강 관리 스타트업에서 타회사 직원 건강 검진을 해주는 등 재능 공유도 활발하다. 또 입주사에게는 법률자문이나 강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허대표는 “헤이그라운드라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루트임팩트 제공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다양한 활동들. (왼쪽부터)루트임팩트 직원들, 임팩트 커리어 활동사진, 코워킹 스페이스 헤이그라운드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

임팩트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 설립


루트임팩트는 코워킹 스페이스말고도 공유 주거 공간인 디웰(D-Well)도 운영한다. 또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팩트 베이스캠프, 체인지메이커 조직과 개인을 연결하는 ‘임팩트커리어Y’,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일을 쉬고 있는 여성을 위한 ‘임팩트커리어W’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청년들이 소셜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죠. 그러다 보니 가치관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처음 시작하는 조직임에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경선님과 그의 가족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개인 후원, 기업 재단과 기업 사회공헌팀 후원 등으로 운영해요. 헤이그라운드·디웰·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자체 수익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허재형 대표는 지난 1월 소셜벤처, 비영리 단체, 투자회사 등 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협의체 임팩트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임팩트스퀘어, 마리몬드, 베어베터 등 8명의 대표가 함께한다. 이들은 소셜벤처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제도, 정책 등을 위해 모였다고 한다.


“작은 기업들이 모였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정책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의 협상, 임직원을 위한 연합 복지몰 등입니다. 3월까지 50개 회원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이후 같이 체계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크고 작은 소셜벤처들의 안전망을 만들고 싶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될 때까지


현재 기업이 정부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이윤이 발생할 경우 3분의 1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를 등록제로 바꾸는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아직은 인증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루트임팩트는 두 가지 기준만 맞으면 체인지메이커라고 정의한다.


“회사의 목적과 우선순위를 봅니다. ‘회사가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가’와 ‘회사를 경영하면서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정부인증이 없어도 루트임팩트 커뮤니티 멤버가 될 수 있습니다. 업종, 해결하려는 사회적 문제 등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요.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조직을 꾸리면서 슬럼프를 겪었던 적도 있었다. 국정농단 사건 때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임팩트 베이스캠프를 진행할 때 만난 한 친구가 이 프로그램이 자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고 좋은 변화를 끌어냈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말도 해줬죠. 그 말을 듣고 위로를 받아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지금 그 친구는 프로그램 후 소셜벤처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제는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 함께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허대표의 목표는 세 가지다. “첫번째는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구성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줄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면 ‘돈을 못 벌지’, 돈을 벌면 ‘그게 무슨 사회적 기업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 번째는 이런 체인지메이커들이 서로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얼라이언스를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엔 사회 변화를 추구하고, 그런 사람들을 돕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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