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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나빠요” 외치던 멘사 개그맨의 반전 근황

“사장님 나빠요” 블랑카, 이제는 시간당 20만원 받는 ‘개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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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에 영감받아 만든 ‘블랑카’
9년간의 우울증 다문화 봉사로 이겨내
다문화 일 오래 하고싶어 딴 전문강사 자격증

“블랑카는 감사한 캐릭터였죠. 저를 정말 스리랑카 출신의 블랑카로 아는 사람이 아직도 많아요. 어떤 병원 행사에 갔는데 제가 블랑카라는 걸 알아보더니 바로 반말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블랑카로 보이는 건 속상하지 않아요.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반말을 하는 건 속상해요.”


정철규(39) 씨는 2004년 개그계에 외국인 노동자 캐릭터로 처음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블랑카’와 “사장님 나빠요”를 아는 사람은 많을 거다. 블랑카로 알려진 지 15년, 정 씨는 블랑카 이미지를 살려 적극적으로 다문화 강사 일을 하고 있다. 전문강사로는 시간당 20만원, 레크리에이션 MC로는 한 번에 200만원을 받는다.

개그맨 정철규 씨

출처그루벤터.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동남아 캐릭터 ‘블랑카’로 유명한 개그맨이다. 작년에 다문화 이해교육전문강사 자격증을 땄다. 방송과 행사에 참여하며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개그맨 활동과 함께 하고 있어 개그와 강사를 합친 ‘개강사’라는 단어로 스스로 부르고 있다.


-블랑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21살부터 공장에서 3년 동안 일하며 군 대체복무를 했다. 냉장고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10명에 중국 출신이 20명 정도였다. 외국계 회사에 취직한 것 같더라. 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보면 반말하고 욕했다. 나라도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 중 우즈벡 출신인 무자파르 형이 있었다. 일하면서 한국 근로자들한테 많이 맞고 무시당했다. 3년 동안 돈을 모은 후 우즈벡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형이 얼마 있다가 죽었단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몸이 안 좋아진거다. 기회가 되면 가까이에서 본 외국인 근로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대 후 꿈이었던 개그맨 준비를 했다. 어떤 캐릭터로 개그맨을 할까 고민했다. 공장에서 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이야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블랑카’라는 캐릭터가 나왔다.

폭소클럽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 코너를 진행하는 정철규 씨.

출처KBS2 '폭소클럽' 캡처

-블랑카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2004년 폭소클럽에 출연하면서 ‘블랑카’ 캐릭터가 유명해졌다. 당시 초등학생들도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를 따라할 정도였다. 한순간에 뜬 거다. 블랑카 캐릭터로 계속 이야기를 계속 하자니 어려움이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항의 전화가 몰려왔다. 또 3년간 본 모습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봉숙이’라는 한국 여자와 블랑카가 결혼하는 설정으로 바꿨다. 블랑카의 한국 결혼 생활을 주제로 하다가 2005년 4월 말에 코너가 끝났다.


어린 나이에 개성이 강한 캐릭터로 유명세를 얻다 보니 그 다음을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피디님들도 내가 블랑카 다음으로 할 캐릭터를 갖고 가면 더 센 거 없냐고 하셨다. 블랑카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오히려 그 타이틀이 나를 옭아매는 족쇄 역할을 했다. 개그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로 가면 다를 거라 생각했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런데 역할은 태국에서 온 ‘붕타우’ 등 동남아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그즈음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도 생겼다. 여러가지 문제가 겹치며 한동안 일을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왜 방송 안하냐’는 말이 상처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울증이 생겼고 9년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다문화 청소년들과 정철규 씨(맨 왼쪽은 모델 배유진 양)

출처본인 제공.

-다문화 봉사를 5년간 했다던데.

2014년부터 다문화센터에 나가 봉사활동을 했다. 블랑카를 연기하며 이전부터 다문화 가족분들과 교류를 했었다. 시간이 나면 만나는 걸로 만족했었는데 친한 선배가 차라리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집 주변 다문화센터에 연락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할 수 있는 다문화 봉사는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어 학습을 도와주는 활동이었다. 방문 봉사라 여성 봉사자가 대부분이었다. 성인 남성이 이주여성 혼자 있는 집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니 이상했나 보다. 전화를 받은 센터 직원이 다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래서 개그맨 블랑카라고 말씀드렸다. 직원이 놀라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이후 센터에서 연예인을 꿈꾸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흔쾌히 한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봉사를 하던 중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댄스대회'에 센터 아이들이 참가했다. 창작 댄스 경연이었는데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춤을 아예 못춘다.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센터 쪽에선 무대 대형이나 표정 같은 것만 봐달라고 했다. 첫날 아이들을 만났는데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같이 두 달 동안 연습했다. 대형을 잡는 걸 봐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속한 팀이 10팀 중 1등을 했다. 까불던 아이들이 막상 1등을 하고 나니까 내 앞에서 막 울었다. 그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정 씨가 지도한 팀이 대상을 받았다

출처본인 제공.

-다문화이해교육전문강사가 된 계기는.

건강가정진흥원이라고 다문화 관련 행사나 강의를 주최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이벤트를 많이 하는데 전문강사가 아니어서 갈 수가 없었다. 다문화 쪽에 관심있는 사람으로 특강과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전문강사로 활동할 때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았다. 전문강사 자격증이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시험날짜를 알아보니 두 달 정도 남았었다. 전문강사 자격증은 서류전형과 실기, 그리고 최종 연수로 이뤄진다. 서류에선 다문화 강의 경험과 직접 다문화 아이들과 활동한 이야기를 썼다. 실기전형은 모의 강의면접이다.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강의를 하고 질의응답시간을 갖는다. 점수를 매겨 실기 합격자를 가린다. 연수는 2박3일동안 이뤄진다. 내가 갔을 때는 60명이 함께 연수를 받았다. 최종 전문강사증을 받기까지 5개월 정도 걸렸다. 작년 여름에 자격증을 땄다.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 씨

출처본인 제공.

-보수는 어떤가.

다문화 전문강사로 활동하면 시간당 20만원을 받는다. 중학교의 경우 한 번 가면 두 개의 반을 한 시간씩 지도한다. ‘다누리 배움터’라는 다문화 강의 전문 사이트가 있다. 그곳에서 강의가 필요한 곳을 찾는다. 지금까지 6번 정도 했다.


풀타임 강사로 활동하기는 어려워 방송과 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방송은 다문화TV, EBS, SBS 등 다문화와 관련된 방송이면 자주 섭외 요청이 온다. 행사로는 지방 쪽에서 다문화 레크리에이션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한번 가면 수고비로 200만원 정도 받는다. 지방 쪽에서 따로 연락을 줘서 특강을 하는 경우 다문화인이 주 관객층이다. 내가 왜 다문화 강사를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이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한다. 강의만 하면 지루할 수 있어 재미있는 춤이나 놀이를 함께 집어넣으면 만족도가 높다. 

정철규 씨가 멘사 회원증을 들고 있다.

-멘사회원이기도 하다고.

우울증 때문에 도전해보지 못한 걸 하고 싶었다. 머릿속에 멘사 테스트가 떠오르더라. 멘사 테스트는 20분 안에 45문제를 푸는 것으로 문제지에 표시를 하면 안된다.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답안지에 답만 표시한다. 작년에 처음 응시했는데 측정 불가가 떴다. 알아보니 IQ가 156 이상이면 측정 불가가 뜬다더라. 그래서 그 이상을 측정할 수 있는 단체에서 시험을 봤더니 172가 나왔다.


-앞으로의 계획은.

방송인과 강사일을 병행해서 하고 싶다. 블랑카는 개그로 사회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만든 캐릭터였다. 강사와 방송인으로 뜻있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


글 jobsN 우현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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