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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버지 2명, 어머니 4명, 배다른 형제가 5명입니다"

조회수 2020. 9. 27. 23: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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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만 6분, 어려운 시절 이겨내고 30억 매출 내는 비결은?

네 명의 어머니와 두 명의 아버지에 배다른 형제가 다섯이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서 성인이 되기 전부터 우유배달, 신문배달, 전단지 아르바이트, 폐품 수거 등을 해 스스로 돈을 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세신사, 주류 판매원, 막노동, 택시 운전 등을 전전했다.


경험한 직업은 다양했지만 일관성 있게 들은 말이 있다. ‘성실하다’.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하루를 분 단위로 나누어 기록하고 매일 자기반성을 한다. 시간을 선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인생철학이다.


지금 그는 연 매출 30억 이상의 뜨개 용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온전히 본인 힘으로 인생을 역전시킨 이야기를 니트러브의 조성진(47)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 

출처: 조성진 씨 제공
니트러브 조성진 대표

-학생 때부터 일을 했다고


“가정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정착하지 못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집을 오가며 자랐다. 함께 지낸 배다른 형제들과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 집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런저런 일을 했다.”


-어린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뭔가


“칭찬이다. 성실하게 일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다. 그런 말 한마디가 원동력이었다. 들었던 말 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가장이 짊어질 짐을 어린 나이에 혼자 소화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일하면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조성진 씨 제공
니트러브 조성진 대표

-뜨개 용품 유통을 시작한 이유가 뭔가


“97년부터 99년 초 차 사고가 나기 전까지 택시 운전기사로 일했다. 택시 운전기사로 일할 당시 지인과 함께 인형뽑기 가게를 열 계획을 세웠다. 기계 계약도 다 했는데 사고가 나 무산됐다.


사고 수습 후 이제는 어쨌든 내 가게를 열고 정착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가게를 열까 고민하며 도·소매상이 모여있는 청계천 1가부터 8가까지를 훑어봤다. 청계천 4가를 지나던 중 털실 가게들을 보고 문득 이모 생각이 났다. 막내 이모네에서 3개월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이모가 취미로 뜨개질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뜨개질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막연히 정했다. 99년부터 2007년까지 일을 배우고자 털실 가게에서 일했다.”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총 1000만 원 정도로 시작했다. 수중에 있던 돈은 300만원 정도였다. 나머지는 일했던 털실 가게 사장님이 빌려주셨다. 좋게 봐주신 이유는 성실함이었던 것 같다. 지각 한번 한 적 없고 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 원래 출근시간이 7시 30분 이었는데 조금씩 일찍간다고 계속 10분씩 당겨서 출근하다 보니 퇴사할 때쯤엔 5시에 출근하고 있더라. 도소매업 사장님들은 보통 직원에게 창고나 금고 열쇠를 맡기지 않으시는데 5개월 일하자 열쇠를 맡기셨다. 나보다 2년 먼저 들어와 일하던 친구에게도, 본인 조카에게도 안맡기는 열쇤데 믿고 주신 것이다.”

출처: 조성진 씨 제공
니트러브 패키지

-사업은 처음부터 잘 풀렸나


“2007년 청계천 지하상가에 가게를 열고 6개월쯤부터 매출이 잘 나왔다. 2억 정도 나왔던 것 같다. 청계천 지하상가가 4시면 우리 가게 물건을 받아가려고 기다리는 택배기사들로 붐볐다. 가게 입구부터 통로까지 줄을 서기도 했다. 2년 만에 방산시장으로 가게를 확장해 옮겼다.


2010년부터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패키지 상품을 홍보하고 팔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를 돌며 만난 뜨개방 사장님들로부터 노하우가 담긴 특색 있는 도안을 받고 그 도안에 필요한 뜨개 용품을 묶어서 팔았다. 사장님들께는 판매 수익을 나눠 드렸다. 그게 반응이 좋았다. 2010년 매출이 10억원을 넘겼다. 2011년에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서 일산 물류센터로 아예 이전했다. 현재 매출은 30억을 웃도는 수준이다.”

출처: 니트러브 홈페이지
니트러브 패키지 상품

-매출 증가의 비결은 무엇인지


“편한 길만 택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는 성실함이다. 청계천에 가게를 처음 오픈했을 때 제일 먼저 거래처를 확보하러 간 곳이 제주도다. 가까운 청계천 일대는 거기에 있는 유통 업체가 모두 공략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경쟁력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지방을 먼저 공략하자고 생각했다. 지방엔 아직 유통 전인 새로운 물품을 들고 직접 발품을 팔았다.


차 계기판을 보니 1년에 20만km 정도를 달렸더라. 매주 코스를 정해 전국을 돌았다. 평일엔 요일별로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수도권을 나눠서 돌았고 주말에는 신규 창업업체를 돌거나 매장 정리를 했다. 요일별로 일정을 정해서 거래처를 꾸준히 찾다 보니 처음엔 문전박대하던 곳들도 나중엔 반겨주셨다.”


-거래처를 확보하는 노하우가 있나?


“거래처를 확보하러 다닐 땐 하루에 커피를 50잔씩은 마셨다. 당장 거래를 터주지 않더라도 찾아가서 커피 한잔하며 얘기나 잠깐 하자고 하면 거절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커피타임을 이용해 홍보했다.


전국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각 유통 업체 물품의 특징을 파악했다. 그것을 활용해 커피를 마시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고 대화를 통해 힌트를 얻으며 어느 업체와 거래하는지 맞췄다. 30대의 젊은이라고 못 미더워 하시는 분들이 많아 전문성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또 가게 분위기를 보고 어떤 톤의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종류의 털실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했다. 그런 털실로 만들면 어울리는 제품이나 도안을 추천하고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출처: 조성진 씨 제공
니트러브 패키지

-본인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기록한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록하고 돌아봐야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자기 성찰이 없으면 발전도 미래도 없다. 내가 허투루 보낸 시간은 없는지, 의미 있게 쓴 시간은 있는지를 되새겨본다. 그냥저냥 보내면 금방 사라지는 게 시간이다. 하지만 언제 얼마 동안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계획하면 시간을 주도할 수 있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자산이다. 그 자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면 신뢰가 쌓인다. 매일, 매주 같은 시간에 거래처에 전화를 해 주문을 받는다. 주문을 받으면 분 단위까지 맞게 배달을 완료한다.”

출처: 조성진 씨 제공
시간을 기록한 다이어리

-자선사업도 한다고


“‘1865’와인과 니트러브가 함께 소아암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랑의 빨간 모자 만들기’라는 행사다. 2017년 시즌3까지 진행했다. 해외 결식아동들을 위한 기부는 여러 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홍보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국내 소아암 아이들을 위한 기부나 홍보는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참여한 캠페인이다. 3000원을 한국백혈소아암협회에 기부하면 와인병 입구에 씌울 수 있는 크기의 모자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준다. 모자 10개 정도를 뜰 수 있는 양이다. 완성한 모자를 다시 협회로 발송하면 모자 하나당 2000원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1년에 1600만 원 정도를 기부했다.”

출처: 조성진 씨 제공
'사랑의 빨간모자 만들기' 캠페인

-앞으로는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생각인가


“1인 판매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물류 대행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다. 앞으로 거래 트렌드는 1인 마켓 즉 ‘세포마켓(Cell Market)’이라고 본다. 비대면 결제 시스템이나 1인 미디어의 증가로 SNS 등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는 개인 판매자가 증가하고 있다. 1인 판매자는 재고관리가 쉽지 않다. 주문량도 일정하지 않고 공간이나 인력도 일반 가게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안해 낸 것이 물류 대행이다. 판매자는 판매한 데이터만 보내주면 판매자 이름으로 우리 쪽에서 택배를 보내는 방식이다. 재고 걱정도 없고, 중간 유통을 생략하니 가격 경쟁력도 생길 것이다.”

글 jobsN 배미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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