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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목숨 걸고 일합니다

잿더미 속 화재청소부 이야기
jobsN 작성일자2019.02.11. | 13,500 읽음
화재청소 한 건당 평균 천만원대
은퇴 교수도 청소업계 종사
곰탕·드라이기·실외기 주요 화재 원인

화재는 흔히 화마(火魔)라고 한다. 마귀가 들린 것처럼 순식간에 집 한 채, 아파트 한 동을 태워버린다. 한 번 화재가 나면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작게는 탄 냄새가 짙게 밴 옷가지부터 크게는 불탄 가전제품까지 하루아침에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아파트 화재의 경우 불이 난 집과 그 이웃들까지 많은 사람이 몇 날 며칠을 집 밖에서 생활한다. 화재를 낸 사람은 이웃들의 불만과 피해 보상에 대한 압박으로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 화마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복구 작업이 필수다. 김진영(44) 씨는 올해로 10년차 화재청소부다. 화재로 불탄 건물을 전문적으로 청소한다. 분진과 탄 냄새를 견디며 일하는 그는 한번 일하면 작게는 100만원에서 크게는 7000만원까지 번다.

김진영 씨

출처 : jobsN

-전문적으로 청소를 시작한 계기는.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13년 동안 수리 외근기사를 했다. 수리 자동화로 일감이 줄었다. 생활고 때문에 2009년에 회사를 나왔다. 동서가 화재 냄새를 제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나보고 화재청소를 해보라고 했다. 8개월을 고민했다. 쉬는 날 없이 박봉에 장시간 근무하는 수리기사보다는 그래도 청소업이 나았다. 또 몸만 성하면 오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은퇴한 교수님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60살 이상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말에 ‘CS크린’이라는 화재 전문 청소 회사를 차렸다. 현재 회사 직원은 나를 포함해 5명이다.


-화재청소는 일반청소와 어떻게 다른가.

청소는 보통 난이도에 따라서 분류한다. 새 건물이나 헌 건물을 청소하는 이사청소, 짐이 있는 상태로 청소하는 거주청소, 특수장비와 약품, 기술로 청소하는 특수청소가 있다. 화재청소는 특수청소에 속한다. 유품청소나 외벽청소도 특수청소다.


일반청소는 먼지 묻은 걸 닦는 일이다. 화재청소는 청소로 분진이나 그을음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작업이다. 전소현장(화재로 다 타버린 현장)은 분진과 그을음이 막을 이뤄 잘 닦이지 않는다. 고압세척기 같은 특수장비로 그을음을 벗겨낸다. 

고압세척기로 작업하는 화재청소부

출처 : EBS '극한직업' 캡처

화재가 나면 먼저 투입 장비 등 견적을 낸다. 철거팀, 청소팀, 냄새제거팀이 순서대로 현장에 들어간다. 철거팀은 화재로 복구가 불가능한 가구나 물건을 밖으로 빼낸다. 내가 속한 청소팀은 여러 도구를 이용해 분진과 그을음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냄새제거팀이 탄 냄새를 분해한다.


화재는 간접피해가 크다. 아파트 1층에서 가스가 폭발해 화재가 난 적이 있었다. 20층까지 냄새가 심했다. 이 경우 화재청소를 1층에서 20층까지 다 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적으로 피해가 만만치 않다. 34평 아파트 하나를 기준으로 철거와 청소는 하루, 냄새제거는 이틀, 화재청소 후 복구 인테리어는 15일 정도 걸린다. 화재복구까지 약 20일이 걸린다.  

화재 현장 청소 전(좌)과 청소 후(우)

출처 : 김진영 씨 제공.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나.

전소현장을 기준으로 말하겠다. 청소는 발화지점에서 간접화재 지점으로 한다. 발화지점부터 청소하면 불로 달궈진 공기가 분진과 함께 이동한 방향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또 천장부터 시작해 바닥을 마지막으로 한다. 천장을 나중에 청소하면 바닥으로 분진이 떨어져 2차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도배지는 긁어내고 화재로 열변화가 일어난 부분은 매직블록(청소용 스펀지)과 샌딩페이퍼(손으로 갈아낼 수 있게 제작한 사포)로 청소한다. 하지만 샌딩페이퍼로 벽이나 천장을 가는 건 한계가 있다. 그을음이 심한 곳은 철거팀에서 샌딩기로 갈아낸다. 샌딩기는 먼지가 많이 날리고 소음이 크다.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만 한다.

마스크를 쓰고 작업 중인 김진영 씨

출처 : EBS '극한직업' 캡처

-위험할 것 같다.

화재가 일어나면 플라스틱 등이 타면서 탄소계 성분이 나온다. 발암물질이다. 분진이나 화재 냄새도 건강에 좋지 않다. 그래서 보호장비 착용이 중요하다. 먼지와 유해가스를 막아주는 방진방독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를 쓰고 10시간 이상 작업하기 때문에 위험하긴 하다. 또 반복적인 작업이 많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작업 스케줄을 무리하게 짜지 않는다.


-얼마 정도 받나.

아파트를 기준으로 평당 3만원으로 계산한다. 그릇이나 냉장고 청소 비용은 별도다. 냉장고는 가스켓이라는 고무자석이 공간을 완전 밀폐한다. 조금 오래된 냉장고의 경우 화재 연기가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아파트 외벽 그을음 청소는 작업 난이도에 따라 50만~200만원을 받는다. 화재 피해가 심한 곳은 1000만원까지도 받아봤다.


또 병원 같은 큰 건물들은 냄새제거, 청소, 인테리어까지 하면 1000만원대의 비용을 받는다. 6000만~7000만원인 경우도 있었다. 일반 아파트보다 사이즈가 훨씬 커서 그렇다.


-기억나는 화재 사건이 있나.

건물주의 자살방화가 기억난다. 건물주는 한 가족의 아버지였다. 가족들은 건물 지상에 살고 지하엔 봉제공장이 있었다. 건물주는 공장 한쪽에 마련된 방에서 혼자 지냈다. 화재청소로 현장에 갔는데 소주병과 담배가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더라. 청소를 하는데 무섭고 힘들었다. 가족 생각이 났다. 화재청소를 하면 좋은 기억이 남기 힘들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봐야 한다.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 사건

출처 : YTN 'YTN NEWS' 캡처

-화재 청소부는 어떤 능력이 중요한가.

청소 약품을 잘 알아야 한다. 분진이나 그을음에 대한 세척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가장 고난이도의 청소다. 예를 들면 변기는 매직블록으로 닦아야 한다. 마감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어떤 도구로 어떻게 청소할 건지 판단할 수 있다. 보통 전문가들에게는 건당 16만~25만원 정도 지급한다.


-화재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한 달에 5~10번 정도 화재 청소를 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청소도 같이 한다. 식당이나 사무실부터 정화조, 아파트, 빌딩 외벽까지 다양하게 청소한다.


-화재는 언제 많이 일어나나.

여름과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여름엔 실외기나 냉장고 과열로 화재가 난다. 냉장고는 벽에서 좀 띄워두고 환풍구는 미리 먼지를 청소해두면 화재 예방에 좋다. 겨울엔 전기장판 등 온열기구로 인한 화재가 많다. 촛불, 담배, 드라이기로 인한 화재는 계절에 상관없이 일어난다. 곰탕을 끓이다가 불이 나는 경우도 많다. 가스차단기를 꼭 사용할 것을 권한다.


글 jobsN 우현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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