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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꿈꾸며 춤만 추던 연대생, 돌연 은행 떨게 한 기막힌 사연

조회수 2020. 9. 27. 23: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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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떨게 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칭찬 듣는 이 스타트업
스타트업 센트비의 최성욱 대표
은행보다 수수료 80% 줄인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로 인기
“글로벌 파이낸스 서비스의 비효율 바꾸고 싶어”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


핀테크 스타트업 센트비의 최성욱(34) 대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다. 센트비는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최 대표를 ‘축복’하는 이유는 그들이 본국에 돈을 보낼 때 드는 송금 수수료를 낮췄기 때문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25만명.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25명 중 1명은 외국인이다. 특히 한국의 농·어촌, 공장, 건설현장, 식당 등에는 필리핀,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많다. 이들은 월평균 120만원을 본국에 송금한다. 이때 은행권을 통하면 6만원 정도의 송금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센트비를 통해 송금하면 2만원 이하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지난 1월31일 만난 최 대표는 “필리핀 등 저개발 국가의 4년제 대학 졸업생 1년 연봉은 우리돈으로 수백만원 수준인데, 따지고 보면 이들의 월급 절반 정도가 송금 수수료로 나가는 꼴”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글로벌 금융의 비효율을 바로 잡기 위해 사업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출처: jobsN
최성욱 대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하며 시중은행 떨게 하는 중


최 대표의 센트비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회사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지역에 송금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중국, 미국, 태국, 네팔, 일본 등 14개국으로 확대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아시아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해외송금업자 자격을 취득했다. 올 1월엔 스톤브릿지 등 4개사로부터 창업 후 5번째 투자인 시리즈B를 유치했다. 시리즈B란 시드머니 엔젤투자와 시리즈A에 이은 대규모 투자로, 시장에서 사업성과 투자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1월엔 또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삼성페이 내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빠른 성장 덕에 업계에서는 최 대표를 “시중은행을 떨게 하는 남자”로 평한다. 최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카드사나 송금업체 등이 제휴 문의를 많이 한다”며 “본격적으로 질주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출처: jobsN
센트비 인터넷 서비스 화면.

뮤지컬 배우 꿈꾸다 핀테크 창업


최 대표가 원래부터 핀테크 창업을 꿈꿨던 건 아니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했다. 연기를 하며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연극영화과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3수 끝에 연세대 경영학과 05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그는 교내 댄스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는 “2학년 때까지 춤만 췄다”며 “연예기획사의 안무팀에도 들어갔다”고 했다.


앞뒤 재지 않고 춤만 추던 그에게 4개월간의 타의적 공백 기간이 찾아왔다. “집안에 법적 문제가 생겼어요. 춤을 잠시 접고 관련 일 처리를 했습니다. 일이 마무리되자 일단 학교로 돌아가 내가 진짜 무슨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자고 결심했죠.”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 교내 경영대 학회인 GMT(세계경영트랙)에 들어갔다. 컨설팅 업체가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해, 한 학기 동안 인턴십도 했다. 최 대표는 “배우가 돼야만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구나라고 그때 깨달았다”며 “다양한 업종을 관찰하고 비교하고 분석하는 컨설팅 업무가 재밌어 보였다”고 했다. 그는 2011년 티플러스(T-Plus)라는 전문컨설팅 업체에 입사했다.


회사 생활은 맞지 않았다. 8개월 만에 회사를 나왔다. 엔터 산업은 다를까 해서 JYP엔터에 들어가 마케팅 업무를 3개월 했다. 그는 “둘 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가슴이 뛰지 않았고 금방 지쳤다”고 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한국자금중개에서 외환중개사를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했다. “일 자체는 다이내믹하고 재밌었어요. 선배들을 보면 연봉도 많이 받더라고요.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이 부럽지 않았어요. 고민 끝에 내가 하고 싶은 내 사업을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출처: 최성욱 대표 제공
대학시절 최 대표의 모습. 왼쪽은 대학 졸업식날, 가운데는 대학 춤 동아리 모습, 오른쪽은 안무팀에서 춤을 추던 시절.

칭찬받았다가 규제 위반 오명


2015년 최 대표는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 중 음식점 예약 및 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개발자가 필요해 대학시절 GMT 학회에서 만난 정상용씨(현재 센트비 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씨가 비트코인 이야기를 꺼냈다. 최 대표는 “비트코인이 뭔지, 이를 활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듣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며 “몇 개월 후인 2015년 7월 핀테크 관련 외국환거래법 규제가 조금 풀리자 베타버전까지 완성한 음식점 예약 어플 서비스를 접고 해외송금 서비스로 갈아탔다”고 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초기 모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였다.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가상화폐의 장점을 살려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필리핀과 베트남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며 혁신적인 핀테크로 뽑혔고 투자도 잇따라 유치했다. 2016년 7월에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과 함께 영국 런던에서 ‘한국 핀테크 데모데이’를 열고 한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소개됐다. 2017년에는 서울시가 뽑은 핀테크 스타트업 3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기재부가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이 아닌 센트비 같은 스타트업이 외화를 송금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제지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그는 “규제 당국으로부터 더는 사업을 확장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말을 들었다”며 “한쪽에서는 핀테크 국가대표라고 했다가, 다른 쪽에서는 불법이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2017년 7월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됐지만, 센트비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송금 서비스는 접어야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신 공동구매처럼 여러 건의 소액 송금을 모아 한꺼번에 보내 수수료를 낮추는 ‘풀링 방식’이나 미리 현지에 돈을 보내놓고 송금 시 곧바로 현지 가족들이 돈을 찾는 ‘프리펀딩’ 방식을 도입해 서비스를 바꿨습니다.”

환전·결제·운용 등 글로벌 금융서비스로 확대할 것


최근 각종 핀테크 규제가 완화되며 해외송금 서비스의 각축장이 벌어졌다. 센트비는 그 중 가장 바삐 움직이는 기업이다. 센트비는 시중 은행을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더 싸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돈을 송금하면 동남아 대형 전당포 체인점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최 대표는 “예전 필리핀 섬에 거주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돈을 보내도 돈을 찾으러 배를 타고 도시로 나와야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섬 안에 있는 전당포에서 직접 돈을 찾을 수 있게 돼 반응이 좋다”고 했다. 지금껏 센트비는 누적 송금 건수 31만건, 누적거래액 1840억원을 기록했다.


센트비는 올해 사업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누적 송금액 목표치는 1조원. 올 4월에는 내국인 여행객 대상 송금 및 환전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중소기업 대상 해외결제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금융 서비스를 살펴보면 비용이나 접근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바꿔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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