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한국에서 돈 한푼 못버는 이 일, 미국에선 '엄지척'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9. 27. 23:2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미국 '최고의 직업' 1위, 한국선 아직 돈 한 푼 못 번다는 이 일

미국 취업 전문 사이트 ‘커리어 캐스트’는 매년 주요 200대 직업을 조사해 ‘최고의 직업’을 발표한다. 수입·업무 환경·성장 전망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2017년에는 통계전문가가 1위로 꼽혔다. 금융·마케팅·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통계를 분석한다. 통계전문가의 중위소득은 7만4060달러(한화 약 9500만원)로 나타났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길 때 50%에 해당하는 이들의 소득을 말한다.

출처: 본인 제공
이정호 소아청년과 전문의.

올해 최고의 직업으로 뽑힌 직업은 유전상담사. 유전상담사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유전 질환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예방법을 알려준다.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심리 상담도 하는 직업이다. 2017년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지만 1년 만에 1위 자리에 올랐다. 이 직업 종사자의 중위소득은 7만4120달러(한화 약 8400만원). 미국 최고 유망직업이라는 유전상담사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다. 유전상담사이자 대학병원 전문의인 이정호(42) 대한의학유전학회 유전상담위원회 위원장에게 물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주로 희귀질환으로 분류하는 유전대사질환 환자를 진료한다. 유전대사질환이란 비만·운동부족 등으로 생기는 대사성 질환 중 자식에게 유전할 수 있는 병을 말한다. 당뇨병·심장병·고혈압 등이 있다.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유전상담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유전상담사가 다루는 병은.


“유전대사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유전 관련 질환을 다룬다. 대표적으로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다운증후군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 4000여개 유전 질환이 알려져 있다. 지금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병을 발견하고 있다.”

출처: abc뉴스 유튜브 캡처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2013년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유전질환이 있는 환자나 환자의 가족에게 발병 원인·경과·치료·예방 등에 대해 알려준다. 유전질환은 환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병이다.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심리적인 걱정도 덜어준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고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병은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본인이 앓고 있는 병이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은 몇%인지도 분석해 알려준다.”


-비교적 최근 생긴 직업이라고 들었다.


"미국은 1960년대 후반, 일본은 1990년대에 유전 상담 서비스를 법적으로 제도화했다. 유전상담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증한 것은 불과 5~10년 전이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양쪽 유방을 잘라냈다.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유전체 분석 검사를 통해 자신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한다는 걸 알았다.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당시 대중은 유전 정보를 분석해서 미리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전상담사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1981년 창립한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2014년부터 유전상담사 자격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30명이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대학병원 의사·간호사 등 의료업계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유전상담사 자격이 있는 의료진이 진료 시간에 짬을 내 무료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조선DB
2016년 유전자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혈액, 암 조직 등을 분석해 DNA 배열 구조를 확인한다.

-유전상담사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하나.


“2018년까지는 유전 질환을 진료하는 의료계 종사자 중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실시하는 시험만 통과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유전상담사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현재 건양대·아주대·울산의대 3곳에서 석사 과정을 운영한다. 아주대와 건양대는 4학기, 울산의대는 5학기 과정이다. 일본은 이미 2003년 유전상담사 대학원 과정을 도입했다.”


-의사·간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나.


“의료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유전자 검사 기업에서 유전상담사로 일할 수 있다. 소비자가 사설 기업체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를 ‘DTC’(Direct To Customer)라 부른다. 2016년 개정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체질량지수·중성지방농도·콜레스테롤·혈압·혈당·피부노화·피부탄력·색소침착·탈모·모발굵기 등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DTC 업계는 검사 항목 확대를 요구해왔다. 작년 12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DTC 항목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앞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시범 사업을 거쳐 검사 항목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출처: JTBC 제공
JTBC 드라마 'SKY캐슬'에서는 유전자 검사로 친자확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 하면서 힘든 점은.


"상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병원 의사는 보통 3시간에 환자 40여명을 진료한다. 한 명당 진료 시간은 5~10분에 불과하다. 이 시간을 쪼개서 상담을 한다. 상담에 충실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비(非)의료인 유전상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대만·미국 등은 유전상담사 자격 제도화 이후 환자나 보호자의 의료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전상담사가 법적으로 인정받으면 병원에서도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상담사의 전망은 어떤가.


“앞으로 유전자 검사 업체나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작년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딴 사람 중 이미 유전자 검사 회사에 취업한 사람도 있다. 유전 질환 상담은 의료기관에서, 건강 증진을 위한 유전 상담 분야는 유전자 검사 기업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