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이뤄지는 4조 넘는 시장, '그래 이거다' 싶었죠

조회수 2020. 9. 27. 2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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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운이 칠(七), 노력이 삼(三)..손 안의 점집 '포스텔러'
창업 실패 충격을 사주 상담으로 극복
네이버·카카오 거쳐 두 번째 창업
고백운 등 애정운이 인기 많아

사람들은 미래를 궁금해한다. 궁금증을 덜기 위해 사주를 보기도 한다. ‘운칠기삼’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사주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다. 2017년 초 ‘포스텔러’라는 앱을 출시했다. 사주별 캐릭터를 만들어 쉽고 재미있게 자신의 사주를 알아볼 수 있다.


출시 약 2년이 된 지금 누적 이용자수는 135만명이 넘는다. 2018년 매출은 10억 이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8년간 함께 일한 김상현, 심경진 공동대표가 기획과 개발을 담당했다. 심경진(42세) 대표를 만나 포스텔러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출처: 운칠기삼 제공.
심경진(좌), 김상현(우) 공동대표

-포스텔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사주, 궁합, 타로 등을 삽화와 함께 짧은 글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포스텔러라는 이름의 사연은.

사람들이 운세를 보는 것은 불리한 기운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각자 타고난 운을 잘 활용하자는 의미로 앱 이름을 짓고 싶었다. 고민하던 중 스타워즈의 ‘포스가 함께 하길’이라는 명대사가 떠올랐다. 좋은 기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포스텔러’로 앱 이름을 지었다.


-창업 계기는.

2014년에 다른 스타트업으로 첫 창업을 했다. 창업 멤버들과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 2년 만에 접었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더라. 평소에 고민이 있으면 찾아가는 운세 상담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 문득 ‘운세 상담을 사업으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세 상담이 힐링 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사주책을 보는 게 취미였다. 그동안 틈틈이 공부해 둔 걸 바탕으로 두번째 창업을 했다.

출처: 운칠기삼 제공.
포스텔러 메인 화면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일했다고.

2009년에 네이버에서 영화 다운로드 프로젝트 사업기획을 담당했다. 이 때 포스텔러 공동대표인 김상현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개발 담당이었다. 이후 김 대표가 2011년 카카오 광고 쪽 개발을 맡으면서 같이 일하자고 했다. 3년간 광고 사업 기획팀장으로 일했다.


-전공은 뭔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UB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2002년도에 한국에 돌아왔다.


-포스텔러의 특징은.

포스텔러만의 캐릭터가 있다. 캐릭터 설명을 위해서는 사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주는 넉 사(四)자에 기둥 주(柱)자를 쓴다. 네 개의 기둥이라는 뜻이다. 한 기둥당 2개의 한자가 들어가 총 8글자로 이뤄진다. 자기가 태어난 해와 월, 일, 시간이 각 기둥이다. 예를 들면 2018년 9월 14일 오후 5시 반에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의 사주는 다음과 같다.

위에 4글자(甲乙辛戊 갑을신무)를 천간이라고 하고 아래 4글자(申酉酉戌 신유유술)를 지지라고 한다. 이때 아래 4글자는 열두 동물을 나타내는 한자를 쓴다.


이 열두 동물의 특성을 현대적인 해석을 넣어 캐릭터로 만들었다. 어려운 한자 대신 캐릭터로 표현해 사람들이 쉽게 사주를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을 뜻하는 미(未)는 독립적이지만 허세가 있고 욱하는 기질이 있다. 이걸 ‘감수성 터지는 상남자’ 캐릭터로 만드는 식이다. 또 토끼를 뜻하는 묘(卯)는 생활력이 강하고 귀여운 대신 지구력과 끈기가 부족하다. 명랑한 알바생으로 만들어봤다. 

운칠기삼 제공.

-회사 매출은.

2017년 1월에 앱을 출시하고 12월에 유료 서비스를 추가했다. 첫 달에 50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왔다. 2018년엔 20배 정도 성장했다. 2019년엔 일본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매출 6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용자수는 얼마인가.

앱이랑 웹을 합쳐 누적 이용자수가 135만 명이다. 구글 플레이 앱에서 2018년 11월 앱 순위 20위를 차지했다. 2018년 12월만 80만명 정도 앱을 다운로드했다.


-인기 메뉴는.

메뉴라고 특정하긴 어렵다. 주제를 잡고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1200개 정도 콘텐츠가 있다. 그 중 인기 주제는 애정운이다. 고백을 할지 말지 혹은 짝사랑의 마음은 어떤지 알아보는 콘텐츠가 인기가 많다. 시즌에 따라 인기 주제가 달라진다. 연말에는 이별, 재회운, 전 인연과 관련된 타로가 10위권 안팎으로 들어온다. 1월부터는 재회운 콘텐츠가 10위권 이내로 진입하면서 3월까지 강세를 보인다. 이걸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이밖에도 공무원 시험이나 수능이 있는 달에는 합격운이나 학업운에 대한 콘텐츠를 만든다.


-한국 운세 시장은 어떤가.

한국은 2009~2010년에 웹 운세시장이 활성화됐다. 운세 서비스 업체가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매출이 1000억원 정도 난 걸로 안다. 하지만 이후 웹에서 모바일로 디지털 시장이 옮겨가는데도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사주 사이트에선 아직도 어려운 한자나 전문용어로 웹 화면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역술인협회에서는 한국 운세시장이 3조~4조원 규모라고 얘기한다. 거래가 주로 현금으로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역술인협회에 등록된 역술인 숫자를 보고 국내 시장이 작지 않다고 느꼈다. 35만~40만명이 등록되어 있었다. 역술인이 아니더라도 사주는 학원이나 문화센터에서 사람들이 많이 배운다. 배운 걸 바탕으로 타로나 별자리, 사주 등을 교육하는 분들도 많다. 1인 창업하기 좋은 아이템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주 비용은 온라인에서 3000~1만5000원 사이다. 길거리 운세포차는 2만원, 철학관은 5만~10만원을 받는다.

출처: 운칠기삼 제공.
운칠기삼 직원들

-젊은층 사이에서 사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시장조사를 했을 때 20대 여성들이 사주에 가장 관심이 높았다. 이분들은 사주를 맹신하기보다 재미삼아 본다. 이대나 홍대를 가면 길거리에 운세포차가 많지 않나.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인 셈이다.


운세 콘텐츠가 ‘나’를 겨냥하다보니 인기를 끄는 경향도 있다. 중장년층은 미래를 알고 싶어 사주를 본다. 요즘 세대는 자기의 현재 삶에 관심이 많다. 내가 주인공인 사주 콘텐츠가 공감을 많이 받는다.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적성이나 대인관계 스타일이 반응이 좋다. 자소서 쓸 때 사주 사이트에서 본인의 장단점을 검색해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취업 경쟁이 심하다보니 나에 대한 설명이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인가.

살다 보면 나는 원하지 않아도 세상이 변하면 한순간에 자신도 변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래서 운칠기삼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운이 칠(七)이나 차지하니 노력해도 소용없다며 체념한다. 하지만 바꿀 수 없는 칠(七)에 낙담하기보다 노력으로 삼(三)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게 다행이지 않을까. 결과에 실망해 스스로를 탓하는 건 피해야 한다. 운이 왔을 때 열심히 하면 된다. 회사 이름을 운칠기삼으로 만들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글 jobsN 우현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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