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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 참치캔, 스팸에 순금 증류수 마시고 자란 금멜론까지…

설 선물 세트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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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 설 연휴입니다. 두 손 한가득 설 선물을 들고 부모님 댁이나 친척 집을 찾으실 겁니다. 또 동료나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고마움은 늘 한결같지만, 고마움을 전달하는 내용물은 시대에 따라 변했습니다.


1950~1980년대 : 먹거리가 최고, 선물세트 등장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선물 세트’의 개념은 없었습니다. 먹거리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주로 계란꾸러미나 고추, 찹쌀을 주고받았는데요. 설탕이나 조미료는 최고급 선물로 통했습니다.


1970년대에 설 선물 세트가 등장합니다. 미용 비누, 그릇, 화장품, 스타킹, 와이셔츠, 커피 등 공산품이 각광받았습니다. 설탕이나 조미료는 대중적인 선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여러 과자를 담은 ‘종합선물세트’가 인기였습니다. 군부대 위문 선물로도 해마다 80만~90만 세트씩 공급할 만큼 1등 선물이었습니다. 

1970년대 치역과 화장비누 신문 광고.

출처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본격적으로 경제가 급성장한 1980년대 이후에는 선물 종류가 더욱 늘어났습니다. 넥타이, 양말 등 잡화뿐만 아니라 곶감, 굴비, 정육 세트 등이 인기였습니다. 비누나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도 여전히 인기가 좋았습니다. 백화점들은 앞다투어 설 선물을 내놓고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저마다 ‘고급 품질’을 내세우고 화려하게 포장했습니다.


참치 캔이 설 선물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것도 이맘때입니다. 1982년 11월 동원에서 ‘동원참치’ 캔을 출시했는데요. 지금은 인스턴트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당시엔 ‘고급’ 음식에 속했습니다. 지금 시세로 치면 한 캔에 7000원쯤이었습니다. 1982년 12월 27일 자 매일경제신문은 “바다의 귀족으로 불리는 참치를 가공해서 만든 참치 통조림이 시중에 새로 선을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왼쪽부터) 80년대 동원참치 캔과 90년대 동원참치 선물세트 광고.

출처동원 제공, 조선일보 지면 캡처

1990년대~2000년대 : 실속형이 대세


1990년대 들어서는 참치 캔과 함께 캔 햄이 선물세트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하던 스팸을 CJ제일제당이 호멜과 기술 제휴를 맺고 1987년 국산화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캔 햄 시장을 압도했습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80년대 스팸 모습.

출처동원 제공, tvN '응답하라 1988' 캡처

IMF 위기가 닥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저가 실속’을 강조합니다. 세제·치약·비누 같은 생활용품과 꿀·인삼·갈비·과일 등이 인기였습니다. 주로 3만원 안팎에서 살 수 있고 10만원을 넘지 않는 품목입니다.


1997년 1월 31일 경향신문에는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백화점보다 상품 구색은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값싼 제품들은 많이 공급한다. 비싸고 사치스러운 제품보다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선물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1998년 1월 22일 조선일보에서도 '설맞이 IMF형 선물세트' 인기라는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또 70~80년대에 인기였던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불황을 타고 돌아옵니다. 가정 씀씀이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과거에 히트 쳤던 품목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겁니다. 실속에 어울리게 설 선물로 ‘현금’의 인기도 높았습니다. 1997년 2월 7일 한겨레신문은 "부모님 설 선물 역시 '현금' 최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1993년 화장품 세트 신문 광고와, 1997년 위스키 세트 신문 광고.

출처조선일보 지면 캡처

1993년 화장품 세트 신문 광고와, 1997년 위스키 세트 신문 광고, 1998년 설 선물 세트 모습들.

출처조선일보 지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소득 양극화 현상을 따라 설 선물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100만원이 넘는 양주나 영광굴비 같은 호화 선물이 등장합니다.


2000년대에도 실속형이 대세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이 설 선물 대명사로 자리잡았는데요. 2003년 1월 17일 조선일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설을 맞아 지난 9~13일 60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받고 싶은 설 선물로 42.3%가 '상품권'을 꼽았다." 애써 선물했지만 상대방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품권이 무난하다’는 인식이 퍼진 겁니다. 

조선일보 지면 캡처

닷컴 시대를 맞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온·오프라인 겸용 상품권도 등장합니다. 또 선불 신용카드를 선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2007년 2월부터는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집니다.


베이커리, 와인, 올리브유, 홍삼, 영양제 등으로 과거엔 ‘고급’으로 통한 품목이 대표 선물로 자리 잡습니다. 와인의 경우 과거에도 있었지만 종류가 10가지를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등장합니다. 2004년에는 양주와 전통주를 제치고 설 선물 주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와인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안주 궁합이 맞는 치즈도 덩달아 인기를 얻습니다. 올리브유도 2000년대 중반부터 대세로 등장합니다.


과거에는 과일이면 과일, 참치면 참치만 팔았다면 품목을 묶어 파는 혼합세트가 각광받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팔거나 굴비와 멸치를 같이 팝니다. 참치캔과 올리브유, 통조림 햄을 섞어 파는 혼합세트는 대중화됩니다.

내용물이 다양해진 선물 세트.

출처조선DB

부모님을 위한 효도 상품도 다양해졌습니다. 식품이나 잡화류에서 벗어나 효도보험이 등장하는가 하면, 효도 여행을 보내드리는 자녀들이 늘어납니다. 소형 IT기기 붐을 타고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도 설 선물로 등장합니다.


2010년대 : 다양성 위의 다양성


설 선물 세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습니다. 사과·배·오렌지·감 정도에 머물렀던 과일도 망고, 용과 등 동남아 과일로 선택지가 늘었습니다. 영양제도 비타민C에서 벗어나 루테인, 오메가3, 밀크시슬, 갱년기 영양제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은행에선 '외화'를 설 선물 상품으로 내놨습니다.


설 선물 세트를 만드는 곳도 늘었습니다. 마트나 백화점 뿐만 아니라 패션·뷰티·가전 업계에서 각각 설 선물 세트를 만들어 팝니다. 커피는 원래 인기 설 선물이었는데요. 커피 전문점이 늘면서 믹스커피에서 벗어나 원두나 커피용품 선물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일정 금액을 담은 기프트 카드를 주고받는 경우도 흔합니다. 미리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편의점에서 어렵지 않게 설 선물 세트를 살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은행에서 내놓은 외화 선물, 2010년 설에 나온 명화를 디자인한 초콜릿, 2011년 설에 등장한 금 성분이 들어간 멜론.

출처조선일보 지면 캡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독특하거나 차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같은 품목이어도 저마다 ‘다름’을 강조합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특별 제작’, ‘한정 판매’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웁니다. 60년을 숙성시킨 와인, 100% 손으로 제작한 크리스털에 담은 위스키, 350년 된 감나무에서 따 고급 칠기 쟁반에 담은 곶감, 타조알 등도 볼 수 있습니다. ‘순금이 들어있는 증류수로 재배’했다는 금(金)멜론도 등장했습니다.


최근엔 1인 가구가 늘면서 '1인 가구용 선물'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이 선호하는 김과 캔 햄을 소량으로 묶어 ‘혼밥 세트’,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와 함께 ‘혼술 세트’도 있습니다.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소고기를 1kg 미만 무게로 소분해 팔기도 합니다. 

2017년에서 2019년 설 연휴 선물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출처각 사 제공

1인 가구 증가는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셀프기프팅’이라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지출하는 겁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7년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선물’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58.5%)이 스스로 선물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최근 ‘L.POINT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남녀 1만명에게 올 설날 셀프 기프팅 의향을 물었더니 ‘그렇다’는 응답이 75.7%였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커피 한잔이나 조각 케이크 한개 가격 정도여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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