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훈수' 두는 35세 미혼 이 남자..그의 반전 과거 직업

조회수 2020. 9. 27. 23: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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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보다 불안을 선택해 달려온 남자
예능 PD·드라마 작가·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

《연애 전과》와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쓴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 작가. 그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남성 연애칼럼니스트다. TV조선 〈연애의 맛〉과 KBS 라디오 〈박은영의 FM 대행진〉에 패널로 출연 중이고, 잡지 《코스모폴리탄》을 비롯해 고정 칼럼을 여러 곳에 기고하고 있다. 그에게 우선 ‘연애하고 싶은 남자’들을 위한 코멘트를 부탁했다.


“우선 연애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연애를 하고 싶어만 하지, 연애를 잘해야겠다고 말하는 남자는 드물어요. 연애 초기에 들이는 노력을 끝까지 이어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많은 남자들이 엄청난 노력 끝에 여자의 마음을 얻으면 게임 오버라고 생각하고 소홀하게 대해요. 그 시점부터 더 관심을 기울여야 결실을 맺을 수 있어요.”


그런가 하면 여자들에게는 “불안하게 만드는 남자는 무조건 만나지 말라”고 충고했다. 또 남자든 여자든 ‘동성 간의 수다’를 멀리하고 ‘연인과의 대화’를 많이 하라고 당부했다. 남의 연애와 비교하는 것만큼 큰 장애물은 없단다.


35세인 그는 20대 후반부터 연애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배경이 궁금했다.


“연애 상담을 해오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때마다 성실하게 답해줬어요. 처음 연애칼럼을 청탁한 기자도 저한테 연애상담을 받았던 친구예요. 그래서 《코스모폴리탄》에 기고를 시작했고, 그게 계기가 되어 책도 냈고, 《머니투데이》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연애칼럼을 쓰게 됐죠.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 책을 많이 읽었고, 제 연애 실패 분석이 연애에 관한 안목을 키운 걸까요? 엉겁결에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가까이에서 본 이필모・서수연 커플

TV조선 〈연애의 맛〉 방송 캡처

낮은 출산율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보다 먼저 연애 과정을 따져봐야 뭔가 해법이 생기지 않을까.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한다고 하는데 체감적으로는 그렇지 않아요. 반 이상은 결혼을 했거나, 결혼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연애나 결혼을 안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장애는 ‘집’입니다. 결혼 준비를 하다가 집 문제에서 걸려 깨진 경우를 종종 봤어요. 집만 해결되어도 결혼율이 늘어날 겁니다.”


김정훈 작가는 상황이 어떻든 진심이 통하면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TV조선 〈연애의 맛〉에 출연하는 배우 이필모 씨와 일반인 출연자 서수연 씨가 결혼 발표를 해서 놀라움을 주었다.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요령이 아닌 진심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진심이나 낭만 같은 건 사라지고 요령 있게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팽배해요. 심장이 두근대는 건 한때이니 머리를 잘 써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필모 씨의 순수하고 맑은 행동에 ‘유치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진심을 갖고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여 결혼에 이른 것 같아요. 서수연 씨는 ‘당신은 당신의 템포대로 가세요. 굳이 저한테 맞출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이필모 씨의 진심과 서수연 씨의 여유가 결실을 만들었다고 봐요.”


예능 PD, 〈미생〉 보조작가 거쳐


연애 훈수를 두고 결혼 분석을 하는 김 작가는 정작 결혼하지 않았다. ‘좀 더 안정이 되면 결혼할 생각’이라는 그는 CJ E&M 공채 1기 예능 PD로 입사했다가 1년 7개월 만인 2012년 8월에 퇴사했다.


“원래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 드라마 PD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CJ E&M 공채 1기 때 드라마 PD를 뽑지 않아 우선 예능 PD로 입사했죠. 2기 후배들이 들어와 즐겁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보면서 저는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고 보람이 없다 보니 늘 구시렁대며 불만만 토했죠. ‘불만보다 불안이 낫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하고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 들어갔어요.”


카페·프리뷰 아르바이트, 과외 등 1년여 동안 닥치는 대로 일하며 공부하던 중 드라마 〈미생〉 보조작가 모집 공고를 봤다. 직장인의 삶을 그린 작품인 만큼 직장생활 이력이 인정되어 보조작가로 입문했다.


“많은 걸 배웠어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며 문의하시는 분들께 보조작가로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어요. 많지는 않지만 월급도 나오죠. 그즈음 제 연애칼럼도 꽤 인기가 생겨 알바를 그만두고 1년 반 동안 드라마 공부를 원 없이 했어요.”


〈미생〉(tvN), 〈동네의 영웅〉(OCN), 〈아는 와이프〉(tvN)의 보조작가로 일한 뒤 메인작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KBS 한류투자파트너스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드라마를 집필했으며 최근엔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에서 의뢰한 웹드라마 〈귀신데렐라〉의 대본 작업도 마쳤다. 김정훈 작가는 가슴 뭉클한 사랑이야기, 따뜻한 인간미를 담은 미니시리즈를 쓰고 싶다고 했다.


불안을 이기는 건, 성실

“퇴직하고 6년 7개월 동안 ‘쪽팔리기 싫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각오로 쫓기듯 여유 없이 달려왔어요.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연애칼럼니스트와 드라마 작가라는 두 길이 저한테 생겼어요. 퇴사를 갈등하는 친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에너지’가 자신 안에서 확인되면 직장을 그만두어도 된다고 말해줍니다. 불안을 이기는 건 성실이에요.”


결혼을 묻자 그는 “수입이 안정권에 들어서긴 했지만 프리랜서여서 내년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웃었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결혼해야죠”라고 말하는 그에게 ‘좋은 사람’의 기준을 물었다.


“남자는 엄마처럼 이해심 많고 자상한 여자를, 여자는 아빠처럼 안정감 있는 남자를 원하죠. 하지만 부모님은 자녀가 좀 모자라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잖아요. 누군가는 저에게, 저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상대가 아닐까요?”


김정훈 작가에게 결혼이 연애와 다른 점을 물었다.


“결혼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겁니다. 새로운 역할을 껴입는 것이니 새롭게 스타일링해야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가 아닌 ‘우리 함께 이런 사람이 되자’가 중요해요. 상대방을 위해 스스로 변화할 용기가 필요하죠. 나의 절반을 버리고 그 자리에 상대방의 절반을 채워 ‘새로운 200’을 만드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글 jobsN 이근미

사진 jobsN 서경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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