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부딪혀봤지만..그녀가 방송국 아나운서 그만둔 이유

조회수 2020. 9. 27. 2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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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소식 전하던 그녀, 이젠 인재를 찾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헤드헌터 손제원씨

직장을 옮기는 이직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이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 까지는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다. 헤드헌터는 이런 이직을 돕는 사람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소개해주고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헤드헌터가 받는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신입 연봉으로 3천5백만원 선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헤드헌팅 회사들이 기본급과 함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헤드헌터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고 설득해서 이직을 성사시키는 걸까.


방송국에서 7년간 아나운서로 활발히 활동하던 손제원(33)씨는 2년 전 방송일을 그만두고 헤드헌터로 변신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헤드헌팅 기업 ‘커리어케어’에서 책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그를 찾았다.

출처: jobsN
헤드헌터 손제원씨

- 헤드헌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아서 소개해주고, 이직하는데 필요한 일을 대행해주는 일을 합니다. 헤드헌터가 속해 있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헤드헌팅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들이 인력을 뽑을 때마다 의뢰를 합니다.


그러면 헤드헌팅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서 맞는 사람들을 추천하죠. 기업에서 적합한 인재를 정하면, 헤드헌터는 인터뷰를 주선해요. 면접을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연봉 협상과 평판 조회 등 이직에 필요한 업무를 대신해줍니다. 최종적으로 이직에 성공하면 헤드헌터는 기업으로부터 이직자 연봉의 20~30% 정도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 회사에서 헤드헌터로서 현재 맡고 있는 영역이 있다면.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헤드헌터라 부르는 컨설턴트가 150명 정도 있어요. 규모가 크다 보니 각자 맡은 영역이 있습니다. 저는 주로 소비재 계통의 기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국내 고객사로 삼성전자나 현대카드, CJ, 외국계 회사로는 샤넬과 구찌 등의 기업을 담당해요. 각 기업에서 경력을 뽑는 의뢰가 들어오면 그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연결해줍니다.”


- 원래 전공이 뭐였는지.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어요. 법조인의 꿈을 품고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하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수업 듣고 혼자 공부하는 일을 반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림동 고시촌을 지나가던 어느 할머니께서 제게 길을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 순간 대답을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왔어요. 말없이 사는 게 일상이다 보니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이렇게 생활하는 모습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년 만에 고시촌 생활을 접었어요. 남은 휴학 기간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창원에 머물고 있었는데, 지인 소개로 지역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방송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에는 방송국 시험에 응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방송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출처: 손제원씨 제공
채널A 시절

-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오랫동안 한 걸로 알고 있다. 방송을 그만둔 이유가 무엇인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이 방송국 아나운서였어요. 2011년에 방송국에 입사했는데, 여자 아나운서는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아나운서는 진행자 옆에서 예쁘게 치장하고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언론인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막상 부딪혀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직업은 한 영역에서 오래 일하면 경력이 쌓인 만큼 인정을 받고 성장하는데,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유리천장을 깰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방송에 대한 미련은 많았지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헤드헌터를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저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에 헤드헌터에 대해 알았습니다. 방송을 할 때 가장 좋았던 것이 일반인이라면 쉽게 마주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어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나 권위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동기부여가 됐거든요.


헤드헌터가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단순히 이직을 돕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과 직장인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중간에서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방송에서 7년 동안 정치, 경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기업에 대한 뉴스나 정보를 스크랩해왔던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 회사에 입사하게 됐는지.

“헤드헌터에 대해 알아보다가 가장 큰 헤드헌팅 기업에 상담 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정식으로 입사지원서를 제출해보라고 했습니다. 입사지원서를 내고 4번의 인터뷰와 필기시험을 봤어요. 필기시험은 과제를 내주고 3시간 안에 리포터를 제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유명한 경영자들의 리스트를 주고 이 사람에 대한 경영 스타일을 분석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당신이 경영자라면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어요. 전화로 영어 인터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가평 쁘띠프랑스 마을을 여행하는 도중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영어 인터뷰를 했어요. 아직 부모님께 이직에 대해서 말씀을 안 드린 상황이라, 카페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영어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출처: jobsN
헤드헌터 손제원씨

- 헤드헌팅 과정이 궁금하다. 기업에서 요청이 오면 어떻게 사람을 선정해서 추천하는지.

“우선 기업에서 경력자를 구해달라는 요청이 옵니다. 기업의 요구가 명확할 때도 있고, 두루뭉술한 경우도 있어요. 경력은 몇 년 이상 됐으면 좋겠고, 해외 근무 경험, 외국계 기업 등 특정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죠.


그러면 일단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재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요. 그동안 회사에서 이직과 관련해서 상담했던 사람들이나, 일을 하면서 관련 맺은 사람들 20만명 정도를 데이터베이스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을 이용해서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가끔 SNS를 활용하기도 해요. 예전에 어느 기업에 추천하고 싶은 분이 있었는데, 연락처가 없어서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그 분에 대해 검색을 하던 중에, 살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동호회에 연락해서 정중히 사정을 설명하고 연락처를 얻은 경험도 있습니다.”


-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직이 진행되는지.

“기업에 추천할 사람들을 선정하면 이직 대상자들을 만나서 설명을 해요.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이직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력서를 받아서 기업으로 전달해요. 기업에서 이력서를 보고 관심을 보이면 인터뷰 날짜를 잡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업에서 오케이 싸인을 주면 기업의 요청으로 헤드헌터가 평판 조회를 시작하고 연봉 협상을 합니다.”


- 평판 조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평판 조회는 그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에요. 이직 대상자에게 평판 조회를 하겠다는 동의를 받고 시작합니다. 먼저 이직자에게 경력이나 성격 등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해요.


추천받은 분들 외에도 이직자 모르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이 역시 이직자의 동의를 받아서 하죠. 평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헤드헌터가 주의해야 할 점이,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점이에요.


이직 대상자가 곤란해할 수도 있거든요. 그걸 감안해서 보통 이직자가 전에 다녔던 직장이나 현재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전 직원을 통해 물어봅니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크로스 체크를 합니다.”

출처: jobsN
헤드헌터 손제원씨

- 평판에 대해 어떤 것들을 물어보는가. 평판 때문에 이직에 실패한 경우도 많은지.

“이직 대상자의 리더십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과거 업무상 중대한 실수는 없었는지도 물어봐요. 술 먹고 실수한 적은 없는지도 물어봅니다. 이직 대상자가 지명해준 사람들과 지명하지 않으신 분들 모두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생각보다 너무 솔직하게 말해줘서 놀랄 때도 있습니다. 평판 조회를 통해서 이직에 실패한 분들도 간혹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독단적이라는 평가나, 회사에서 여자 문제로 시끄러웠던 경험 등을 보고서로 기업에 전달하면, 기업에서 이직을 거절했던 경우가 있었어요.”


- 이직을 하는데 연봉도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연봉은 어떻게 협상하고 어떻게 정해지는지.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이직이 무산되는 경우가 무척 많아요.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연봉이 많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헤드헌터에게는 연봉 협상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이직자들로부터 희망 연봉을 받아보면, 기업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높은 수준인 경우가 많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직장에서 받고 있던 연봉을 기준으로 협상을 시작해요. 대부분의 기업이 기존 직장 연봉에서 10~15프로를 인상하는 수준으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하셨던 분들 중에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경우에 헤드헌터는 기업과 이직자 사이에서 복지 혜택이나 근무 조건, 인센티브 등으로 조율하고 설득합니다. 헤드헌터는 최종적으로 이직이 성사돼야 계약하는 연봉의 일정 퍼센트를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로 받아요. 그렇다 보니 헤드헌터 입장에서도 이직하는 분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이직을 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봤을 것 같다. 이직하려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무엇보다 연봉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직장의 위치나 생활 패턴, 근무시간, 직원 복지입니다. 이직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일이에요. 연봉만큼 중요한 것이 내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를 심사 숙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아이가 있고 맞벌이하는 분들은 회사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출처: 손제원씨 제공
인제 스피드서킷에서

-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가 있다면.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스트레스가 있을 때, 혼자 드라이빙을 하면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작년에는 서킷 라이센스를 땄어요. 인제 스피디움에서 레이싱 교육을 받고 라이센스를 취득했어요. 예전에 방송을 할 때 자동차 레이싱 취재를 갔다가 옆 좌석에 동승한 적이 있었어요. 워낙 운전을 좋아했는데 레이싱 트랙을 달리면서 느끼는 스릴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작년에 그 꿈을 이뤘어요. 드라이빙과 함께 미술도 좋아해요.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미술 작품을 보러 다니는 것도 취미 중 하나입니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어요. CEO 급을 섭외하던 중에 딱 적합한 분을 찾았죠. 나이키 코리아 대표를 맡으셨다가 지금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설득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어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졌거든요.


나이키 코리아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결국은 CEO까지 올라간 분이셨는데, 퇴사할 때 자신의 종아리에 나이키 마크를 문신으로 새기고 나가셨어요. 최선을 다한 자신과 내 직장에 만족하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결국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셨지만,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도 그렇게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먼 훗날 일을 마쳤을 때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싶습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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