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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치 월급을 상금으로 받은 7급 열정 공무원

조회수 2020. 9. 27. 23: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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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 공직 입문한 이 공무원이 '5100만원 보상금' 받은 이유

18개월치 월급을 상금으로 받은 공무원이 있다. 2018년 기준 7급 14호봉 공무원 기본급은 284만원. 그는 작년 5월 월급의 18배에 달하는 510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12월에는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전국에서 10명한테만 주는 ‘지방행정의 달인’ 칭호도 받았다.

출처: 본인 제공
신택균 주무관.

이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은 신택균(48) 성남시 수질복원과 주무관이다. 그는 2016년부터 3년 동안 7개의 하수처리 장치를 개발했다. 이중 6건은 특허를 냈다. 성남시에 조세와 공채 이외의 수입을 말하는 세외수입금 1억200만원을 안겨줬다. 2017년 하반기 특허청에서 우수 기술로 뽑혀 특허기술상 지석영상을 받았다. 특허권 처분으로 시에서 5100만원 보상금도 받았다. 이 공무원의 정체가 궁금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지방공업직 7급 공무원으로 성남시 하수처리장 시설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2004년 경기도 시흥시에서 기계직 9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12월 성남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성남시 수질복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인 제공

-하수처리 공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수처리장에는 200종 2000여대의 기계 설비가 있다. 먼저 지하 깊은 곳으로 들어온 생활 하수를 대형 펌프가 지표면 가까이로 끌어 올린다. 하수처리 공정을 거쳐 하천으로 물을 내보내기 위해서다. ‘스크린’이라는 설비가 물티슈·머리카락 등 비교적 큰 이물질을 걸러낸다. 물 속에 들어 있는 모래를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침사제거설비’도 있다. 이들을 ‘유입 설비’라 부른다.


유입 설비를 거친 하수는 ‘일차침전지’ 공정에서 ‘슬러지’를 모아 걸러낸다. 슬러지는 하수처리나 정수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을 뜻한다. 생물반응조에서는 물 속에 있는 수십여가지 미생물을 이용해 수중 질소를 대기로 방출하거나 녹조를 만들 수 있는 인을 없앤다. 이차침전지에서 또 한 번 이물질을 걸러 깨끗한 물만 하천으로 최종 방류한다.”

출처: 본인 제공
침전지에 적체방지장치를 설치하기 전과 후. 부유물이 사라진 모습이 보인다.

-발명한 특허는 무엇인가.


“일차침전지는 유속을 최대한 낮춰 무거운 이물질이 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도록 만드는 설비다. 이들 중 가벼운 이물질은 수면에 떠올라 1m 이상 층을 형성한다. 뭉친 부유물은 부패해 악취가 난다. 하수처리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도 증가한다. 2015년 12월 2000만원을 들여 그 동안 방치했던 부유물을 소형 굴삭기로 걷어냈다. 제거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부유층이 생겼다.


굴삭기 대신 다른 기계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이 없었다. 침전지 수면에 공기를 주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으로 올라온 공기방울이 터지는 힘을 이용해 부유물이 뭉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물질을 가라앉히는 침전지의 역할을 방해하지 않고 물 표면에 공기를 주입해 부유층 형성을 막는 장치를 개발했다. 침전지 깊이는 5~7m다. 수면 30cm 이내에 공기를 넣어 상부에서 부유층을 막는 역할만 한다. '일차침전지의 부유물 파쇄 및 적체방지장치’라 부른다. 이 장치를 2016년 초 개발해 연말 특허 등록(제10-1700252호)을 했다.


이밖에도 물티슈·머리카락 등이 스크린 설비에 엉키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도 개발했다. 최근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이 장치를 현장에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장치를 비롯해 작년 개발한 특허 2건에 대한 보상금 500만원을 올해 지급받는다.”

출처: 본인 제공
신택균 주무관은 지난 12월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뽑혔다.

-특허권은 시에서 가져갔다고.


“특허권자는 성남시다. 특허법 제17조와 제18조에서 ‘직무발명보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연구자가 단독 혹은 제3자와 함께 직무상 발명한 특허에 대해 회사가 특허권을 승계받는다. 대신 회사는 특허 취득과 사업화로 얻은 이익을 연구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하수처리 장치는 규모도 크고 개발 비용도 많이 든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혼자 특허 기술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기술을 함께 연구하자고 성남시 하수처리 업체 몇 곳에 제안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 딱 한 곳에서 같이 해보자고 해서 공동 연구했다.”


-기술 개발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공직생활 15년 중 9년을 하수처리장에서 근무했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일했다. 하수처리 관련 특허 개발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2016년 초 하수처리장 인근 중앙공원을 산책하다가 탄천 자전거도로에서 방향을 가늠하지 못해 길을 묻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자전거길이 서울 방향인지 용인 방향인지 헷갈렸던 것이다.


이들을 보고 성남시에 자전거길 표지판 제작을 제안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이 행정 서비스 개선을 제안할 수 있는 ‘제안 제도’를 운영한다. 표지판은 세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문제점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수처리장에 쌓인 부유물을 보고 업무 개선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정책 제안 이후 사고방식이 달라졌다. 특허 등록도 처음에는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한 번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본인 제공

-51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기술을 함께 개발한 업체한테 1억200만원을 받고 전용실시권을 설정했다. 전용실시권은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에 대해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권리다. 업체는 3년 동안 단독으로 특허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3년이 지나면 성남시에 특허권을 돌려줘야 한다. 전용실시권 설정 기간이 끝나면 특허 기술로 발생한 매출 3%를 매년 시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특허권을 넘기기로 했다. 시에서 기술을 상용화하거나 발전시키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시 조례에 따라 세외수입금 1억200만원의 절반인 510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2018년 상하수도 업무개선사례 발표회에서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 지난 12월20일 탁월한 아이디어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주는 ‘지방행정의 달인’으로도 뽑혔다. 가족한테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출처: (왼)본인, (오)성남시 제공
그는 2017년 특허기술상 지석영상을 수상했다. 작년 경기도 제안창조오디션에서는 2등을 했다.

-공무원을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로는 남들만큼 고생하고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도 많다. 내 주변에도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료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계획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기 위해 특허를 등록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일이다. ‘하수처리의 달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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