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듣자마자 솔깃했죠"..30대 총각이 벌인 의외의 사업

조회수 2020. 9. 27. 2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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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해본 총각이 결혼 상품 판매한다
다원앤딜 구본재 웨딩해 운영이사
변화하는 결혼트렌드 적응위해 플래너도 협업
“결혼식 넘어 결혼생활 플랫폼으로 키울 것”

결혼을 해 본 적이 없는 청년은 함께 활동하고 있던 커뮤니티 지인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인천지역 웨딩컨설팅 업체 대표였는데, 웨딩 시장이 워낙 복잡하고 백마진(판매자가 거래 후 받아야할 이익 일부를 사전에 할인해주기로 한 약정)이 많아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은 웨딩플래너 한 두명을 만나 설명을 듣는다. 생각했던 가격을 이야기하면 플래너가 정해준 사진 스튜디오·드레스 숍·메이크업 숍(스드메)을 돌고 상품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 불투명이 생긴다고 봤다. 

그래서 곧바로 웨딩 견적 비교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딩컨설팅 업체들을 만나 2016년부터 1년 넘게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곧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견적 비교를 해보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플래너에게 견적을 받아본 사람들이었다. 서비스만 이용하고 자기 견적이 적절한지만 살피고 나간 것이다. 이렇게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청년은 곧 사업을 정리했다. 사업은 정리했지만 웨딩 견적 비교 사업을 하면서 인터넷에 올린 글은 남아 있었다. 그 글을 계기로 청년 구본재(31)씨는 증권정보 사업과 건축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다원앤딜에 합류해 운영이사로서 웨딩해라는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출처: jobsN
구본재 웨딩해 운영이사

“회사의 두 공동대표는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웨딩시장의 불합리함을 많이 느꼈다고 해요. 불합리한 구조를 없애고자 신사업을 준비했고, 인터넷에 남긴 웨딩사업에 대한 에세이를 보고 함께 하자고 제안이 와 바로 합류를 결심했습니다.”


구이사는 다원앤딜에 합류 뒤 곧바로 웨딩해라는 스드메 패키지 상품 쇼핑몰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스드메는 예식장과 더불어 결혼식의 기본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모든 상품 정보를 알고 자기에게 맡는 제품을 고르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2018년 5월부터 웨딩 컨설팅 업체들과 제휴를 하고, 고객들에게 결혼 상품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글을 정리했다. 단순히 상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과 결혼생활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웹진도 만들었다.

출처: 사진 오브라마에스트라
웨딩해 패키지 상품 중 스튜디오 사진

“결혼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결국 브랜드가 중요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 우리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했어요. 예비 신랑신부가 읽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라면 매력적일 것 같았죠. 동영상도 좋겠지만 한 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천천히 읽고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글을 선택했습니다.”


최근에는 작은 결혼식이나 셀프웨딩이 결혼식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플래너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신부와 신랑이 직접 모든 것을 챙기자는 것이다. 웨딩박람회 등 결혼정보가 있는 곳에는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 다닌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도 원하는 정보는 한정적이에요. 박람회 자체가 특정업체를 미리 섭외해 놓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결국 지인들을 통해 결혼 정보를 얻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 정보는 많지만 대부분이 홍보글이다.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이 하는 고민을 담아주는 글을 얻기 위해 1년 내 결혼을 한 사람들을 찾았다. 그들에게 에세이를 요청했고, 그 글들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작년 11월부터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얼마 후 얼짱 출신 인플루언서 유혜주씨의 결혼을 총괄했다. 웨딩해 서비스를 이용한 예비 부부는 2쌍 나왔다. 한 커플은 올해 9월에 결혼 예정이고, 다른 커플은 내년 2월에 결혼식을 올린다. 벌써부터 웨딩상품을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리 잡아야 자기가 필요한 시간에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식장 만큼이나 스튜디오도 촬영스케줄 잡기가 힘듭니다. 화사한 봄에 촬영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이라면 겨울에 결혼하더라도 1년쯤 전부터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죠. 결혼 준비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 일찍 상품을 구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출처: 사진 무이스튜디오 제공
예식장이 아닌 야외 결혼식 올리는 작은 결혼식

웨딩해는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스드메 패키지를 다양하게 구성한다. 가격 등급에 따라 상품군을 나누고,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관 선호도를 보이는 상품끼리 패키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때도 유사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 보통 플래너와 함께 드레스 숍을 찾을 때 3군데 정도를 다니는 ‘투어’와 비슷한 개념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입니다. 가격 단가를 낮추기 위해 플래너들과 최대한 협조합니다. 물론 기존 플래너들 중에는 우리의 시도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 시장이 변화하고 있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볼 때라고 생각해 함께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출처: 사진 웨딩해 제공
웨딩해 홈페이지 중

현재 웨딩해는 베리굿웨딩, 한국웨딩플래너협회 등 웨딩컨설팅 사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두 업체 소속 플래너들은 한국 주요 스드메 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는 의미다.


작은 결혼을 하면서 고객들의 요구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스튜디오 사진만 찍고 싶다거나, 본식 사진만 찍고 싶다는 식이다. 현재 8개가 있는 패지키는 조만간 3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실 웨딩플래너와 경쟁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당한 협력을 합니다. 지금과 같은 웨딩시장 상황에서 플래너가 새로운 변화를 쫓아가기 어렵거든요. 고객들과 직접 접할 수 있는 접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합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웨딩해의 최종 목표는 결혼 상품 판매가 아니다. 결혼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가정에 필요한 것을 패키지로 만들어 판매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혼부부라면 당연히 신혼집이 필요합니다. 신혼부부가 사니까 작은 집이라도 화사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테리어 업체와 가전, 가구 업체들도 웨딩해 플랫폼에 당연히 합류시켜야 합니다.”

출처: jobsN
구본재 웨딩해 운영이사

2016년부터 결혼 관련 사업을 해 왔지만 구이사는 여전히 미혼이다. 내년에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웨딩견적 사업을 하면서 투자자를 만날 때마다 ‘결혼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3년 동안 미혼인 상태로 결혼 관련 생태계를 지켜봤으니 제 결혼식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그래도 결혼준비에서는 신부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 먼저 이야기를 들어야겠죠.”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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