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사러 온 부자들 보면서 사업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조회수 2020. 9. 27. 23: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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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빨래 건조대' 아닌 진짜 홈 트레이닝 기구 만든 사람
건강한형제들 박준수 대표
20만원대 고가 스쿼트머신 5천개 이상 팔아
“눈에 띄는 곳에 놔야 좋은 운동기구”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도 등록하고, 홈트레이닝 기구도 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트니스 센터에 기부했다’ ‘비싼 빨래  건조대를 샀다’며 후회한다. 계속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가정용 운동기구를 사고 계속 운동을 하도록 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청년이 있다. 건형 스쿼트머신을 판매하는 박준수(33) 건강한형제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건형은 회사명을 줄여서 만든 자체 브랜드다.

출처: jobsN
박준수 건강한형제들 대표

박대표는 학점은행으로 경제학사를 받은 뒤 한성대학교에 편입했다. 편입 후 곧바로 학사장교로 입대해 3년 군생활을 마쳤다. 복학 대신 벤츠 판매 일을 시작했다. 벤츠를 사러 온 부자들을 만나면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2014년 휴학을 하고 친구들과 맞춤형 골판지 박스 생산 업체를 차렸다. 보통 기업체가 만든 상품에 맞춰 박스를 제조하는 일이었다. 일은 재밌었지만 크게 돈을 벌 수 없었다. 일년이 지나자 사업을 함께 시작한 친구가 제안을 했다.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으니 가정용 철봉을 수입해서 판매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사업성이 있어 보였다. 중국산을 수입했는데 첫달에만 5000만원 정도 매출을 기록했다.


“상품이 많이 팔리자 문제도 함께 생겼어요. 마감이 좋지 않다거나, 조립 부문이 불량하다는 불만이 생긴 거죠. 그럴 바에야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어요. 1년 정도 연구한 끝에 가정용 스쿼트 머신과 철봉을 만들었습니다. ”


스쿼트(squat)는 선 자세에서 하체를 구부려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했다가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고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꼽히는데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정확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무릎이나 허리관절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건형스쿼트 머신

“제품 개발을 위해 현역 헬스트레이너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자세를 잡아주기 위해서는 중량감이 중요했죠. 스쿼트머신 대부분이 10kg 정도인데, 건형 스쿼트머신은 23kg에 달합니다. 중량감 있는 스쿼트머신이지만 집안 어디에 놔도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건형 철봉 무게도 50kg이 넘어요. 누가 사용해도 넘어지지 않는 안전한 제품이죠.”


2016년 11월 세상에 나온 건형 스쿼트 머신의 가격은 20만원대 후반. 시중에 유사 제품이 5만~15만원 정도다. 2~5배 정도 비싼 셈이다. 하지만 좋은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까지 달린 구매 소감만 5000개가 넘는다. 20만원대 중반 가격인 철봉도 6000개 정도 리뷰가 달렸다. 2년 동안 최소 3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셈이다. 

출처: 사진 건강한형제들 제공
건형 스쿼트머신을 사용하는 모습(왼쪽)과 기구 없이 스쿼트를 하는 모습 차이

홈트레이닝 기기는 연초에 운동을 결심하면서 구매가 늘어난다. 하지만 곧 빨래 건조대로 전락하거나 집안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 중요했다. 눈에 띄는 곳에 있어야 계속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시제품으로 만들어본 모형만 30여가지가 넘는다. 여러 회사의 제품 사용기를 샅샅이 읽으면서 이용자들이 홈 트레이닝 기기를 사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모았다.


“처음에는 우리 직원끼리 모여 디자인을 했지만 이제는 가구 디자인을 했던 디자인 경력자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에 고급 소파에 사용하는 ‘샤무드’ 원단을 채택한 것도 가구 디자인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의 영향이 컸습니다. 샤무드 재질 느낌이 부드러워서 운동기구 같지 않은 편안함을 주고 있습니다. 기구의 미세한 수평을 조절해주는 수평조절장치까지 달았습니다. 소소한 것 같지만 이용자들은 세심한 부분에 만족감을 보여줍니다.”


건강한형제들의 제품이 갖는 경쟁력 중 하나는 국내 생산이라는 점이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방법도 있었다. 중국 생산은 배송 문제 때문에 조립식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건강한형제들은 국내 생산을 통해 통용접 방식을 택했다.


“조립식은 이음새에 녹이 슬거나 헐거워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통용접 방식을 택한 이유죠. 처음에는 우리도 OEM 공장에 제품을 위탁생산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직접 만듭니다. 공장은 경기도 양주에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를 갖춰서 6명만이 근무합니다. 사무실에는 15명이 있어요. 연초에는 주문이 많아 모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죠.”

출처: 사진 건강한형제들 제공
건형철봉과 스쿼트 머신을 배치한 집안

양주 공장에서는 몸체를 만들고 용접한 후 도색한다. 도색을 하기 전에 몸체에 페인트가 잘 붙도록 연마(쇼트) 작업도 한다. 연마를 하지 않고 도색을 하면 시간이 지나면 칠이 벗겨지거나 떨어질 수 있다. 이후 공장직원이 도색과 검수 작업을 거쳐 제품을 배송한다.


건강한형제들은 올해 스쿼트머신에 이은 야심작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가정용 자전거다. 홈사이클 기구는 시중에도 많이 있지만 이 역시 사람들이 구매후 금세 사용하지 않는다. 2년을 준비한 건형 홈사이클은 이같은 홈사이클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기획했다.


“대부분 홈사이클이 편안한 사용을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운동 기능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밖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손잡이도 일자형이나 사이클형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안장도 야외용 자전거 안장과 호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는 홈스피닝 기구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형제들은 홈트레이닝 기구를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회사를 꿈꾼다. 현재 건강한형제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단백질보충제 등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단백질보충제 개발에는 건강한형제들이 자문하고 있는 아산병원 내과전문의 우창윤 박사가 참여했다.

“그저 돈을 많이 벌려면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제품 질을 떨어뜨렸을 겁니다. 제품이 많이 팔릴 때보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쓰고나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더 좋습니다.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들을 더 많이 만들어서 우리나라 건강을 책임지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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