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보다 떠오른 아이디어로..포항공대생의 착한 서비스

조회수 2020. 9. 27. 23: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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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눈으로 보게 해주는 스타트업
소리를 보는 통로 '소보로' 윤지현 대표
목소리를 문자로 변환하는 서비스
목표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하는 것"

'안녕하세요, 소보로(SOVORO) 윤지현입니다.'


윤지현(23)대표가 말을 하자 화면에 문자로 나타난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정확한 것은 물론 속도도 말소리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일어·중국어도 가능하다. '소리를 보는 통로' 소보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말소리를 문자로 번역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음복지관 등 국내 18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누적 구매 시간이 3500시간을 넘어섰다. 윤지현 대표는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위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말한다.

출처: jobsN
소보로 윤지현 대표

학교 수업에서 시작한 아이디어


윤지현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다. 생각한 것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졌다. 고등학교 졸업 후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POSTECH) 창업IT융합공학과에 진학했다. 3학년 때 창의IT설계 강의를 들으면서 소보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창의IT설계는 만들고 싶은 IT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수업이다.


"어떤 제품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평소에 자주 보던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귀머거리다’는 청각장애인 작가가 일상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그리는 일상툰이에요. 수업 편을 봤는데 학생 때는 수업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 혼자서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교에 가서야 대필 도우미를 만나 수업을 이해할 수 있었죠. 기술로 도울 방법을 찾던 때와 프로젝트가 겹쳐 소리를 문자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음성인식 기술은 오픈 소스를 활용했고 막히는 부분은 온라인 코딩 강의를 들으면서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다음 학기부터는 프로그램을 들고 현장으로 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농아인협회 수화수업에 나가 수강생들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의견을 들었다. 대구대학교에 찾아가 또래 청각장애인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체험 기회를 줬다. “청각장애인 200명 정도를 만났습니다. 많은 의견 중 ‘어렸을 때도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후배들이 이걸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사업화해보고 싶었습니다.”


2016년 교내 창업경진대회를 시작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 경험이 있는 대학원 선배와 팀을 이뤄 출전해 대상을 받았다. 선배들과는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지만 많은 응원을 받았다. “꼭 서울로 가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사무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도 추천해주셨죠. 또 소보로의 첫걸음을 함께하면서 창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출처: 소보로 제공
소보소가 제공하는 말소리-문자 번역 서비스

소보로와 함께 포항에서 서울로


휴학 후 과 동기 두 명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입주사로 뽑혀 사무공간을 지원받았다. 2017년에는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사무실도 옮기고 시드머니 지원과 벤처캐피탈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한상엽 대표에게 멘토링도 받았다. 이것을 인연으로 지금의 공유사무실에 자리 잡았고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팀원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개인사까지 겹치면서 사업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그만두고도 싶었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1% 더 컸어요. 멘토님께 조언도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017년 10월 뜻이 맞는 CTO님을 영입했고 디자이너님, 홍보담당자님 등 새로운 팀을 꾸려 다시 시작 시작했습니다.”


2018년 2월 소보로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전용 블루투스 마이크를 사용하면 말소리가 PC화면이나 핸드폰에 자막처럼 뜬다. 홈페이지를 통해 피시방처럼 이용 시간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윤 대표는 곧 바로 소보로가 필요한 기관을 찾아 영업을 시작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을 시작으로 영업을 뛰었다. 강연이나 행사 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체험하도록 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은 정식 출시 전인 4월에 서비스를 구매했다. 또 서비스를 좋게 평가해준 덕분에 다른 기관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같은 해 5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의견을 받아 시스템 업데이트도 했다. “한 공간에 있는 여러 사람이 모니터 하나로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또 기관 입장에서 강의를 듣는 모든 사람에게 노트북을 지급할 수 없다는 점도 있었죠. 그래서 하나의 블루투스 마이크로 여러 명이 각자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공유할 수 있는 채널링(Channeling)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출처: 소보로 제공
소리를 보는 통로를 수어로 표현하고 있는 팀원들. 윤지현 대표는 "본인이 아닌 팀원들이 소보로를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시계방향으로) 이진경·이서진·노정모·최승만·윤지현·채주연씨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하는 서비스 만들 것


사용자가 소보로를 이용한 누적 시간은 작년말까지 3500시간. 국내 18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있다. 소보로는 실시간 문자 통역 서비스와 함께 ‘전화 통화음 실시간 문자 통역 서비스’도 출시했었다. 많은 청각장애인이 ARS 안내 서비스 및 인증 서비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용할 수 없다.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 때 몇몇 최신폰에서는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작동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쓸 수 있게 출시를 했어요. 2주 만에 다운로드 수 1000회를 넘었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안 된다는 리뷰가 많이 달렸습니다. 알고 보니 통화 녹음을 할 수 없다는 구글 안드로이드 정책 때문이었어요. 청각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기도 합니다.”


출시한 서비스를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말고도 힘든 날이 많았다고 한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필요한 역량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업 아이템은 물론 함께할 사람을 모으는 능력, 투자 유치를 위한 기획, 빠르고 정확한 판단 능력 등이 필요하죠. 이런 것들을 펼쳐놓고 보니 제게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 부분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팀원들이 많이 채워주시고 있습니다. 항상 고맙죠.”

윤대표는 도움과 응원을 해줬던 사람들이 아니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 역시 든든한 지원군이다. 소보로라는 이름은 윤대표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윤대표 오빠는 로고로 쓸 디자인 후보를 보내주기도 했다. 이용하는 고객에게도 감사 인사와 응원을 받는다. ‘덕분에 가족 간 대화가 늘었다’, ‘듣고 싶은 세미나가 있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고마움을 전한다고 한다. 주변 응원에 힘입어 작년 12월에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로부터 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런 소보로와 윤대표의 목표는 언제나 함께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교육에 집중해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다 보니 더 많은 곳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만들 거예요. 현재 장애인의 의료 분야 공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국에 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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