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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 오늘 뭐할까?’ BTS팬 열광시키고 삼성이 반한 아이템

오늘 BTS 스케줄, 한화와 두산의 경기 챙겨주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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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정을 구독한다 '린더(linder)'
졸업 전 대학생 5명이 맥줏집에서 의기투합
스타트업 '히든트랙' 오정민 대표 인터뷰

세계인의 일상을 파고든 서비스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시작했다. 유튜브 창업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은 파티를 하며 찍은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메일로 보내거나 인터넷에 올리자니 너무 오래 걸렸다. 이들은 영상을 온라인에 쉽게 올리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것이 유튜브의 시작이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도 학생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누가 더 매력적인지 투표하는 엉뚱한 사이트 페이스메시에서 시작했다.


일정 구독 서비스 ‘린더(linder)’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히든트랙도 시작은 가벼웠다. 2017년 1월 어느 날. 고려대 근처 맥줏집에 모인 대학생들이 창업을 결심했다. 회사 이름은 맥주잔을 부딪던 가게 이름에서 따왔다.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오정민(28) 대표를 중심으로 5명이 사업을 뛰어들었다.


장난처럼 시작한 것 같지만 기세가 무섭다. 내가 받아보고 싶은 일정을 ‘구독’하면 달력에 일정이 자동으로 뜬다. 기차 예매, 공연 티켓팅, 영화 개봉일, 아이돌 스케줄, 학사 일정, 프로야구 경기, 화장품 세일 기간 등 400여개 일정을 받아 볼 수 있다. 2018년 7월 출시 이후 린더를 이용하는 사람은 50만명이 넘는다. 삼성 썬더스, 두산 베어스, SKT, 아모레퍼시픽, 현대카드 등 30여개 기업이 협업한다. 5명에서 시작한 히든트랙을 이제 11명의 팀원이 꾸려가고 있다. 

히든트랙 오정민 대표.

출처jobsN

단순하지만 민감한 ‘일정’


기존 일정 앱은 사용자가 직접 날짜와 시간을 입력한 일정을 관리했다. 린더는 미리 알고 싶은 일정을 달력에 자동으로 띄운다. 예를 들어 아이돌 BTS의 일정을 ‘구독’하면 달력에 모든 일정이 뜬다. 단순해 보이지만 까다롭다.


“사용자는 일정을 한번 확인하고 끝입니다. 휘발성이 강하죠. 또 변동성도 강합니다. 쉽게 바뀌죠. 일정만큼 민감한 것도 없습니다. 수강신청일이 16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5일이어서 놓쳤다면, 그 학생은 한 학기 내내 고생하며 학교를 다닐 겁니다. 일정 앱은 조금만 틀려도 나쁜 평가를 받기 쉬워요.”


일정 데이터를 관리하는 역량이 핵심이다. 히든트랙은 애초에 완벽한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반자동화’를 택했다. 전시나 공연, 축제 등 정부에서 올리는 공공데이터는 ‘크롤링(crawling)’한다. 웹 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일정 데이터를 관리하는 CMS(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개발해 원래 40명이 해야 하는 일을 2~3명이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업이 직접 일정 데이터를 히든트랙에 제공하기도 한다. 이니스프리·에뛰드 등에서 화장품 세일 기간을, 삼성 썬더스와 두산 베어스 등에서 경기 일정을, 아이다스코리아에서는 이벤트 일정을 제공한다. 

일정 애플리케이션 '린더' 화면

출처히든트랙 제공

“데이터를 에디터가 2차 가공합니다. 캘린더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편집합니다. 한개 일정 당 글자 수는 4~5개 정도 보이게 조절하고, 아이콘으로 시각화합니다. 또 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일정이 바뀌면 맞게 수정합니다.”


사용자가 바뀐 일정을 제보하기도 한다. “제보 기능이 활발하다는 점도 저희 장점입니다. 사용자, 기업 파트너, 그리고 저희까지 세 사람이 린더를 만드는 셈이에요.”


현재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일정 마케팅 솔루션’을 기업에 파는 것이다. 이를 ‘린더 파트너스’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린더에 입점한 삼성 썬더스는 린더에서 경기를 홍보한다. 하프타임 공연 가수나 연습 경기를 광고하는 등 마케팅 방식을 다변화할 수 있다. 린더에 입점하는 데 비용은 들지 않는다. 홍보나 광고 게시물을 올릴 때만 비용이 든다.


“사용자가 일정을 미리 알면 해당 일정에 참여할 확률이 높습니다. 일정을 구독하는 행위 자체가 ‘그 기업 이벤트에 관심 있다’는 걸 뜻합니다. 일정 속에 고객 취향이 녹아있는 셈입니다. 기업은 자연스럽게 고객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해 정확하게 타겟팅을 할 수 있어요.”

오정민 대표와 히든트랙 팀원들.

출처히든트랙 제공

린더에서 일정을 홍보했을 때, 관람권 예매 페이지 등을 누르는 클릭률(CTR)이 5~7%다. 보통 페이스북에서 이벤트를 홍보했을 때 클릭률은 1% 미만이다. “페이스북 게시물을 사람들이 많이 보긴 하지만 광고에 대한 피로감이 큽니다. 린더를 통한 일정 마케팅은 광고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나 피로가 덜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하나하나가 광고에요. 하지만 린더 사용자는 일정을 받아보는 거니까 광고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2018년 매출액은 2억원. 일정 마케팅 솔루션 판매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긴 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리진 않는다. 좀더 많은 고객이 린더를 쓰게 하는 게 목적이다. “eCal, calendarX 등 스포츠 경기를 구독할 수 있는 솔루션은 해외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미권에도 아시아권에도 린더처럼 여러 일정 데이터를 다룬 서비스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이라서 할 수 있는 아이템


오 대표는 대학생 연합 IT 창업 동아리 SOPT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창업을 꿈꿨던 건 아니다. 삼성전자 취업을 꿈꾸던 취업준비생이었다. 군대 말년 휴가 때 삼성전자 전시관인 딜라이트룸에 방문할 만큼 삼성전자 '덕후'였다. 스펙도 화려했다. 2년 동안 참가한 공모전과 대외활동만 20개에 달했다.


MS이매진컵에서는 한국 1등을 했고 세계대회에 출전해 특별상을 받았다.MS이매진컵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매년 만 16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은 후 여러 IT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후 휴학하고 스타트업 위트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라인플러스가 위트스튜디오를 인수해 라인에서도 인턴 경력을 쌓았다. 

(왼쪽부터) 고려대 근처 맥줏집 히든트랙에서 스타트업 히든트랙이 탄생했다.

일찍이 사회경험을 쌓았고 창업을 꿈꿨다. 자퇴까지 생각했다. “공모전과 대외활동, 인턴 경험의 좋은 점은 스펙보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십명의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선배들이 ‘자퇴하면서 도전하기에 네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며 팩트 폭력을 날렸어요.” 학교로 돌아가 좀더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창업 수업 위주로 강의를 들었다. 함께 창업할 팀원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팀원 중 한명이 ‘일정’ 데이터를 사업 아이템으로 제안했을 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저도 반대했어요. 네이버와 구글이 이미 그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고 우리는 낄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토론을 하다 보니 ‘이 정도는 해야 대박 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기업이 할 만한 아이템이어야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재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자본금은 없었다. 노트북과 몸뿐이었다. 커피값을 아끼려고 카페 대신 작은 자취방에서 사업을 구상했다. 하필 겨울방학 기간이어서 난방이 나오지 않은 학교 창업센터 구석에서 서비스를 연구했다. 회의할 땐 하얀 냉장고를 화이트보드 삼았다. 공모전에 출전해 받은 상금으로 조금씩 운영비를 충당했다. 

히든트랙 제공

2017년 초 창업 초기 모습.

출처히든트랙 제공

린더는 일정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 중 3번째 아이템이다. 원래 ‘챗봇’으로 시작했다. 사용자가 카카오톡으로 일정을 요청하면 챗봇이 캘린더에 등록하는 방식이었다. 오 대표와 팀원들은 챗봇 서비스를 시험하기 위해 약 100일간 테스트 기간을 보냈다. 사용자가 일정 등록을 요청하면 히든트랙 팀원들이 ‘챗봇인 척’ 일정을 입력했다.


“일정을 요청하는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상시 대기해야 했습니다. 샤워하다 알람이 울리면 달려가서 처리했어요. 거의 ‘막일꾼’이었는데요. 대학생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무모했지만 덕분에 사용자들에게 챗봇 서비스에 대해 자세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챗봇 서비스로 시작했던 린더 초기 모습과 지금 린더를 있게 한 시발점이 된 메시지들.

출처히든트랙 제공

챗봇 서비스를 5회 이상 쓰는 사용자는 20%도 안됐다. 낙심하고 있던 중에 한 대학원생의 ‘1년치 학사 일정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에 주목했다. “요청받았을 때 등록을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결국 대학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입력했고 해당 사용자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기업이나 대학 등 웹사이트에 가면 ‘일정’ 탭이 있다. 이 모든 일정을 한 데 모으기로 했다. 2017년 6월 출시한 린더는 캘린더 연동형이었다. 스마트폰에 이미 깔려 있는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했다. 10일 만에 1만명 이상이 기본 캘린더에 일정을 연동했다. 특히 아이돌 팬 커뮤니티에선 ‘최애 아이돌을 위한 덕질 필수템’으로 입소문이 났다.


일정 데이터는 대기업이 다루기 힘든 분야다. SKT는 린더와 비슷한 일정 검색 앱 ‘썸데이’ 서비스를 2017년 종료했다. “일정 데이터는 방대해서 가공하고 편집하는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아요. ‘오히려 대기업이 더 많이 투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싶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높지는 않습니다. 명함 앱 서비스 리멤버도 명함을 사람이 입력하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배달의 민족도 전단지를 한 데 모아놓은 걸로 볼 수 있어요. 저희 린더도 스타트업이라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습니다.”

‘린더 한다=일정을 받아 본다’


2018년 6월 지금의 린더 앱을 출시했다. 캘린더에 연동하지 않는 별도 앱이다. 2018년 9월에는 iOS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분야 1위,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라이프스타일 급상승 분야 1위를 했다. 별도 앱으로 승부 보려는 이유가 있다. ‘린더’ 그 자체로 일정 구독과 마케팅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린더의 보통명사화를 꿈꾼다. “‘페북한다’, ‘트윗한다’처럼 ‘린더 한다’를 ‘일정을 받아 본다’는 뜻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 트위터에 ‘린더’를 검색하면 ‘린더에 무슨 일정 올라왔다’는 트윗을 볼 수 있어요. ‘린더 한다’의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히든트랙 팀은 반기에 한번씩 '회고' 시간을 갖는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사업·조직문화 등 대해 신랄하게 '자아성찰'하는 자리다.

출처히든트랙 제공

여러 기업이 린더를 주목한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아모레퍼시픽, 메가스터디그룹이 각각 히든트랙을 지원했다. 창업진흥원 스마트벤처캠퍼스에서도 지원을 받았다. 지금은 한화생명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 드림플러스 강남에 입주해있다. 한화가 무료로 사무실을 대여해주고 투자자, 협력사를 소개해준다.


히든트랙은 린더가 처리한 일정 데이터를 기업에 팔기도 한다. SKT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에 ‘오늘 BTS의 스케줄을 알려줘’라고 말하면 그날 스케줄을 알려준다. 최근 삼성 빅스비와도 공식 파트너를 맺었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일정을 미리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캘린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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