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아버지, 미국, 의대..그렇게 의사가 될 줄 알았습니다

조회수 2020. 9. 28. 0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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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믿으셔야 합니다'..앤디쌤이 직장인에게 전하는 얘기
가치크리에이션 박앤디 대표
의대 입학했다 마케터로 전향, 성향 분석가로 활동
“이직 시 극단적 선택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변화 모색하는 노력이 먼저"

“미국에서는 생애 평균 7번 직장을 옮긴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곧 비슷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박앤디(37) 가치크리에이션 대표는 직업이 하나 이상인 사람을 말하는 ‘N잡러’다.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주는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강점 분석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국내⋅외 외식업체 가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로도 일하고 있다. 이 중 그가 주력하는 분야는 ‘강점 분석’이다. 그가 말하는 강점 분석이란, 자신이 잘 하는 것만을 알아내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성향을 어떻게 활용할 때 잘 될 수 있고, 반대로 그르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을 이른다. 박 대표는 “내가 갖고 있는 성향을 공식처럼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강점이 될 수 있다”며 강점 분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처: jobsN
가치크리에이션 박앤디 대표.

의사되는 것 포기하고 찾은 직업, 성향 분석가


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박 대표가 꿈꾸던 직업은 의사였다.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워싱턴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의학 전문대학원 준비과정인 프리메드(pre-med) 과정을 밟아나가기로 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프리메드 과정은 2년 만에 중단했다.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을 만나면서 내가 못 보던 세상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는 졸업한 선배들과 재학생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어요. 이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적 기여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접하지 못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왕이면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고 그 방식이 꼭 의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 다니면서 외식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은 접었지만 식습관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 5년 동안 시노베이트,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 등 시장조사기관에서 일하며 업에 대한 이해도를 간접적으로 높였다. 이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한식 프랜차이즈 본아이에프에서 본죽의 브랜드 해외 진출 업무를 맡았다. 외식업에 관심을 갖던 그는 어떻게 성향 분석가가 됐을까.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한국장학재단에서 하는 대학생과 사회인을 이어주는 활동의 멘토 역할에 하게 됐어요. 대학생들의 커리어 탐색을 도와주는 1년짜리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때부터 이 일을 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스트레스 때문이죠. 우리는 통상 30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이 시간이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족해도 건강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멘토 활동을 하면서 만든 성향 분석 도구를 주변 동료들에게도 전파했더니 호응이 좋았어요.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성향 분석 도구도 활용해 본격적으로 성향 분석을 하기 시작했죠.”

출처: 본인 제공
수강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는 가치크리에이션 박앤디 대표.

양다리도 괜찮다, ‘이직’을 고민 중이라면.


그는 2014년 가치크리에이션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현대카드, 웅진씽크빅, 카카오, KT&G 등 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커리어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퇴사나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퇴사학교’에서는 4주짜리 성향 분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이 시대 직장인을 위해 박 대표가 내리는 처방전을 들어봤다.


① 읍소하지 말고 정중히 부탁하라.


박 대표가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데에는 대학 시절부터 해왔던 인터뷰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직업군의 실상에 대해 궁금해 했던 그는 선배들을 만나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요청했다. 졸업하고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인터뷰할 대상을 찾았다.


“이직을 하는 경우라면 실무자에게 업무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합니다. 만나서 ‘좀 도와달라’, ‘일자리 좀 달라’고 읍소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연인과 케미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사람과 만나봐야 하듯이 일도 나와 맞는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요즘 회사 관두고 커피숍을 할까 음식점을 낼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오시면 사업계획서 고민하기 전에 직접 뭐라도 팔아 보는 경험부터 해보라고 얘기합니다. 커피숍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이 커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청소를 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겠죠."


② 양다리도 괜찮다, 이직을 위해서라면.


주변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로워서 사표를 내거나 급하게 이직을 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장시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선택지가 회사밖에 없는 이들에게 이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박 대표는 사표를 쓰거나 이직을 하기 전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고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제가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유는 기존에 하던 마케팅 일을 하면서 성향 분석이라는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직장을 옮길 때마다 급하게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탐색을 한 뒤 결정했어요. 커리어에서만큼은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종을 바꾸고 싶어도 대부분 지금까지 했던 일과 비슷한 방향으로 갑니다. 그럼 또 후회를 하게 되고요. 사표를 쓰기 전에, 이직을 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죠."

출처: jobsN
가치크리에이션 박앤디 대표.

③ 이직만이 해답은 아니다.


박 대표는 현재 처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 택하게 되는 많은 선택지 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것이 ‘이직’이라고 말한다.


“직장을 바꿔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의외로 내가 처한 환경에 변화를 주면 해소되는 문제들도 많습니다. 일단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은 최대한 움직여볼 필요가 있어요. 저를 찾아왔던 한 분이 있었어요. 국내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던 분인데 은행업무 자체가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직종이 아닌 업무 환경을 바꿔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은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던 그 분은 지금 다른 은행으로 옮겨 꽤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다, 직업을 바꾼다고 결정하기 전에 나에게 맞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봐요.”


은퇴 앞둔 이들도 고민하는 ‘한 가지’


박 대표를 찾는 이들은 신입 사원에서부터 은퇴를 앞둔 이들까지 연령대가 폭넓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기 드라마에 의사가 나오면 그 해 의대 입시 경쟁률이 높아지고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뜨면 학생들이 법대로 몰린다는 얘기가 있어요. 여전히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나와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인지도나 타인의 기준을 잣대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대기업 은퇴 후 성향 분석 작업을 해 보고 난 뒤 외국 패션스쿨로 유학을 떠난 분도 계세요. 그 환경에 잘 적응해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결국에는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을 찾을 수밖에 없죠.”


성향 분석가인 박 대표는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 “이 직업을 계속 갖고 갈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건강'이라는 키워드와 관련한 일을 계속할 것이란 점입니다. 직업 설계, 직장 내 관계, 가족 간 관계 등은 모두 정신적인 건강에 대한 일이죠. 다양한 직업을 갖게 돼도 추구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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