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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내려라' 중고폰 업자들 거센 항의에도 뚝심있게 밀고 나갑니다

조회수 2020. 10. 4.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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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주최한 국내 소프트웨어 대회 3위 한 남자가 중고폰에 빠진 이유는
스타트업 업스테어스 장영석 대표
중고폰 딜러와 수출업체 간 연결하는 중가비 개발
올해 말에는 중고폰 B2C 사업도 확대할 예정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바꾸려 대리점을 찾으면, 직원들은 “그동안 쓰던 폰을 반납하면 더 할인해준다”는 말을 건넨다. 대리점들이 이렇게 중고폰을 모으면 이후 커다란 백팩을 맨 ‘중고폰 수거 딜러’가 나타난다. 수거 딜러는 온종일 핸드폰 매장을 돌며 수백만원 현금 뭉치를 내주고 중고폰을 매입한다. 딜러들은 매입한 중고폰을 수출 업체에 넘기고, 수출 업체는 중고폰을 중국과 동남아 등에 수출한다. 이렇게 한 해 거래되는 중고폰은 1000만대, 거래금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상당하지만 그동안 이 분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고폰 수거 딜러는 이러한 중고폰 유통 구조 속에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일했다. 매일 아침 수출 업체가 내는 중고폰 시세표를 따로 챙겨 매입 단가를 정했고, 매입한 중고폰 수량을 수기(手記)로 장부에 적었다. 휴대폰 매장을 돌아다니느라 하루 2만보씩 걸었고, 밤 11시가 넘어 귀가하면 하루치 장부를 엑셀에 기록한 후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이러한 수거 딜러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한 스타트업이 나섰다.


스타트업 업스테어스는 작년 2월 중고폰 B2B 유통 플랫폼인 ‘중가비(중고폰 가격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가비는 각 수출업체가 발행한 중고폰 시세를 일일 단위로 업데이트하고, 어느 수출업체에 중고폰을 건네야 수익이 제일 많이 나는지 자동으로 비교해준다. 또 중고폰 재고관리, 분실폰 조회 등도 가능하다. 장영석(38) 업스테어스 대표는 “새벽까지 장부를 정리하는 중고폰 수거 딜러에게 하루 2시간의 여유를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중가비를 개발했다”며 “앞으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인 B2C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jobsN
장영석 대표. 오른쪽은 중가비 앱 화면.

대기업 박차고 나와 창업


장 대표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좀 더 편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꿔왔다. 2001년 세종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2007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매년 전세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이매진컵’ 한국 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했다. 장 대표는 “교내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해 게임을 하며 공부하는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졸업할 때가 되니 여러 IT 업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2009년 대기업인 KT를 택했다. “안정적이고 싶었다”고 했다. 신입사원인 그의 업무는 네트워크 관련이었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삶은 무난했다.


그해 11월 한국에 처음으로 아이폰이 들어왔다. 장 대표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컴퓨터가 핸드폰 속으로 들어온 거잖아요. 대학 동기들을 만나면 다들 이 아이폰으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까만 고민하더라고요. 잊고 있었던 개발자 본능이 살아났죠. 평일에는 회사에 나가고 주말에는 커피숍에 죽치고 앉아 온라인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번개장터’를 개발했습니다.”


대학 동기 3명과 창업한 번개장터는 점차 몸집을 키웠다. 장 대표는 “초기 3년간은 수익이 전혀 없었지만 점차 성장했다”며 “2011년 KT를 그만두고 번개장터에 올인했다”고 말했다.

출처: 장영석 대표 제공
MS가 주최한 이매진컵2007의 모습. 장 대표(오른쪽에서 여섯번째)는 이 대회에서 국내 3위에 올랐다. 오른쪽 사진은 번개장터 근무 당시의 장 대표.

수많은 중고품 중 핸드폰에 꽂혀


수많은 중고 물품 중 장 대표의 눈길을 끈 건 중고폰이었다.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시간이 흘러도 감가상각이 적게 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크기가 작아 보관과 운반도 쉽다는 장점도 있다. 장 대표는 번개장터 내 중고폰 사업부를 운영하며 시장 상황을 살폈다. “중고폰 시장의 규모가 놀랄만큼 컸어요. 거대한 이 시장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2013년 네이버는 장 대표가 대학 동기들과 만든 번개장터를 인수했다. 장 대표는 2016년 12월 번개장터에서 나왔다. 1년간 중고폰 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장 대표는 “그 전까지는 중고폰 수거 딜러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번개장터에서 만난 박일 CTO를 영입해 중고폰 시장의 가장 약자인 딜러를 위한 서비스를 우선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 서비스가 작년 2월 시작한 중가비다.

출처: 업스테어스 중가비 홍보 영상 캡처
중고폰 딜러와 장 대표.

알음알음 거래로 이뤄진 중고폰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수출 업체가 내는 일일 중고폰 시세 데이터를 중가비에 올리면, 해당 업체에서 ‘어디서 그걸 구했느냐. 빨리 내려라’는 항의를 했다. “자영업자인 수거 딜러가 있고, 각 수출 업체마다 시세가 다른 중고폰 시장 구조가 드러나길 원치 않았던 거죠.”


장 대표는 뚝심있게 밀고나갔다. 중고폰 수거 딜러들을 만나며 그들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했고 계속 기능을 추가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매입하려는 중고폰이 분실물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재고 관리 기능을 탑재했다. 장 대표는 “서비스 출시 1년도 안 돼 전국 수거 딜러 5000명 중 30%가 중가비를 사용한다”며 “현재도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업스테어스 제공
기존 중고폰 딜러들이 갖고 다니던 수출업체 중고폰 매입 가격표와 수기 작성 장부. 오른쪽은 이를 앱으로 구현한 중가비의 모습.

“5G 적용되면 중고폰 시장 대목 맞을 것”


업스테어스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연이어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매쉬업엔젤스가 초기 시드머니를 투자했고, 올 11월에는 중소기업청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TIPS’에 선정됐다. 장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확대해 뚜렷한 수익모델을 마련하고 중고폰 유통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B2B 플랫폼 중가비를 넘어 올해 말엔 일반 소비자의 중고폰 거래가 가능한 B2C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작년 7월 그 시작으로 B2C 실거래 시세 조회 서비스인 ‘폰가비’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중고폰은 전체 중고폰의 20% 수준이다. 대부분은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수출된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내 중고폰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중고폰 유통시장을 육성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고폰 시장이 급성장해 제도권 내에 들어와 있다. “5G가 본격 적용되면 중고폰 시장이 대목을 맞을 거예요. LTE가 처음 등장했을때도 중고폰 시장이 뜨거웠거든요. 5G 적용을 계기로 국내 중고폰 시장도 더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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