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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갔다가 하루아침에 운명 바뀐 건축공학도

“음지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문화 양지로 꺼내고 싶어”
jobsN 작성일자2019.01.08. | 502,953 읽음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21그램’ 권신구 대표
건축설계사 하다 반려동물 장례 O2O 서비스 뛰어들어
“음지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문화 양지로 꺼내고 싶어”

“반려동물 장례는 결국 남겨진 반려인들을 위한 것입니다.”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21그램(21gram)의 권신구(37) 대표는 “반려동물의 죽음이 너무 공포스럽고 힘든 여정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함께 하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우울감과 분노를 느끼는 ‘펫로스 증후군’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사람은 죽으면 상조서비스를 통해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장례 절차 모두에 관여해야 한다. 문제는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21그램은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준비하는 반려인들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권신구 21그램 대표.

출처 : jobsN

건축 설계사에서 반려동물 장례 스타트업 CEO 된 사연


21그램은 1900년대 '영혼의 무게'를 재보겠다고 마음 먹은 한 의사가 실험을 통해 산출한 수치다. 이 의사는 사람이 죽는 순간 21그램의 영혼이 빠져 나간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반려동물의 외형은 사람과 다르지만 영혼의 무게만큼은 사람과 같다는 생각에서 21그램을 사명으로 썼다. 21그램은 2014년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2017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창업 전부터 반려동물 관련 일을 했나.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설계 일을 했다. 창업의 계기는 한 고객의 방문에서 시작했다. 상조업에 종사하던 분이셨는데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지어보고 싶다며 설계를 의뢰해왔다. 나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지만 이 고객을 만나기 전까지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계를 하면서 창업을 결심한 것인가.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본 적이 없다. 김포 등 경기도 일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답사했다. 공장 같은 건물에 위치한 장례식장에 들어서는데 남자인 나도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장례식장이라기보다 단순히 사체를 처리하는 곳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것은 결국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디자인 능력을 발휘해 음지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양지로 꺼내고 싶었다.”


-설계와 반려동물은 연관이 없는 분야 아닌가.


“7년 동안 설계업무를 하면서 나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 규정했다. 제품, 건축 등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 반려동물 장례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기존 내가 쌓은 커리어를 버린다는 개념은 아니었다. 실제 설계 쪽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주택이라는 카테고리에 특화해 설계하는 분도 생기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설계는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21그램이 디자인해 판매하는 반려동물 유골함.

출처 : jobsN

-지난 5년간의 과정이 궁금하다.


“사업을 시작할 때 품었던 큰 목표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었다. 2014년 무렵만 해도 우리가 생각하기에 괜찮은 환경을 갖춘 장례식장이 많지 않았다. 그때 마침 펫포레스트라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계 건이 들어왔다. 반려동물 유골함 같은 장례용품을 디자인해 판매도 했다. 그러는 사이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수는 2014년 12개에서 2018년 31개로 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당초 목표였던 장례식장 프랜차이즈는 일단 뒤로 하고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반려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되기로 한 이유다.”


"반려동물 사체 불법 매장이 대부분…정보 비대칭성이 원인"


사람의 최대 수명을 100세라고 치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최장 15~16년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수는 1000만 명. 이 중 8세 이상 개와 6세 이상 고양이를 아우르는 '시니어 펫'은 대략 230만 마리다. 21그램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7년 사망한 반려동물은 50만 마리에 달했지만 합법적인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반려동물 장례 건수는 8만 건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장례 문화는 어떤 수준인가.


“반려동물이 죽으면 어린 자식이 죽은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장례 문화는 과도기에 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다니던 동물병원을 통해 장례식장을 소개받는다. 수의나 관 등을 추가적으로 구매하라는 부추김에 생각치 못한 비용을 쓰는 일이 다반사다. 사람처럼 마지막 가는 길을 서운하게 해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반려동물 평균 장례비용이 20만~30만 원한다고 할 때 수의, 관 등을 추가하면 40만~50만 원대로 뛴다. 포털사이트에서 장례식장을 검색하면 서른 개 정도의 업체들이 나온다. 이들이 제공하는 제한적인 정보만 보고선 업체를 결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는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문제다.” 

권신구 21그램 대표.

출처 : jobsN

-반려동물 사체는 어떤 식으로 처리하나.


“크게 세 가지다. 현행법상 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동물병원에서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인데, 이 방식도 합법이다. 세 번째는 불법 매장이다. 대부분 반려동물 사체가 매장의 방식으로 최후를 맞이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반려동물 매장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반려인들이 많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매장 63%. 장례식장 16.7%. 의료폐기물 14.4% 순으로 사체가 처리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도 고지하나.


“그런 부분들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지난해에는 펫 박람회 등에 부스를 차리고 바른 장례문화 캠페인 행사도 했다. 행사를 통해 번 수익 일부를 유기 단체에 기부했다.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것이 우리 같은 업체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축적해 반려동물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


21그램은 크라우드 펀딩과 한국벤처투자 등을 통해 총 4억 2000만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금까지 21그램을 통해 치른 장례 건수는 1500건. 서비스 이용자 수는 매달 증가세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 연령층은 50~60대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기르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년층이다.


-서비스는 장례식장 정보만 제공하나.


“우리와 제휴를 맺은 15개 장례식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숙박 예약과 비슷한 절차다. 장례를 원하는 일시와 장소를 선택하면 된다. 기본 비용은 장례식장에서 제시하는 비용과 같다. 다만 우리는 서비스 확산을 위해 별도 할인도 해 준다. 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 대부분을 고객 할인에 쓴다고 보면 된다. 24시간 상담, 장례식장 선택뿐 아니라 본인이 장례식장에 올 수 없는 경우를 위한 장례대행 서비스, 차량 동행 등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24시간 상담을 하는 이유는 뭔가.


“반려동물이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다. 당황하는 고객들을 위해 CS팀에서 돌아가며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좀 지나면 챗봇 등으로 24시간 응대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장례문화를 바꿔나가는 부분은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좋은 시설에서 비싼 가격의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저렴한 곳을 찾는 사람도 있다. 고객의 선택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잘못됐다고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장례식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장례업체들도 분명 더 좋은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 장례업이 특정 수익 집단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21그램의 장기적인 지향점이 궁금하다.


“단순히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고객이 모르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전달자 역할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21그램을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지금은 노령견을 대상으로 한 장례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중년(8~12세)에 접어든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병원 서비스와 더 낮은 연령층(4~8세)의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 간식 등의 구독 서비스로 넓혀 갈 계획이다. 반려동물 장례와 관련한 업무를 IT(정보기술)와 접목해 디지털화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 싶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고객관리프로그램(CRM)을 무료로 공급해 21그램이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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