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만원 받고 처음 시작..배우 원빈이 제 인생 바꿔놨죠"

조회수 2020. 10. 4. 15: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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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올라온 신입 매니저, 연예기획사 대표 되기까지
연예인 매니저 김민수

인터넷 검색창에 ‘김민수’ 세 글자를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이들이 뜬다. 이름 앞에 ‘매니지먼트’라는 수식어를 붙여 검색하면 한 명의 이야기만 보인다. 2019년 매니저 경력 20년 차인 YNK엔터테인먼트의 김민수 대표다. 어렸을 땐 ‘만수’, 지금은 ‘만수르’가 별명이라는 그는 친근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자신의 이름에 만족한다며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성인이 되면서 한 분야에서만 뚝심 있게 일한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제일 유명한 김민수’가 됐다.


“중학교 때 TV에서 가수 매니저의 업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당시엔 삐삐(무선 호출기)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매니저들이 온종일 삐삐에 응답하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연예인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는 그날 매니저에 ‘꽂혔다’. 이후 다른 직업은 고려해본 적이 없다. 그는 매니저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군대부터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대했다.


“말년 휴가 때 서울 신천의 한 옥탑방으로 이사했어요. 방송국이 다 서울에 있으니 당연히 자취를 해야겠다 생각했죠. 제대하자마자 이력서를 들고 연예기획사들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몇 차례 거절당했고,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한 군데의 문이 열렸죠.”


부산 토박이인 그에게 서울 지리는 미로였다. 그 당시에는 팩스로 받은 약도 하나에 의지해서 촬영장에 도착해야 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스케줄이 생길 때마다 서울 지도책을 펴놓고 ‘서울 지리 공부’를 했다.


2000년 당시 연예인 매니저의 대우는 좋지 않았다. 김민수 대표의 첫 월급은 30만 원이었다.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친 후 50만 원이 됐다. 월급만으로는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됐다.


“옥탑방 월세가 40만 원이었어요. 룸메이트와 나눠서 방세와 고정 생활비를 내고 나면 한 달에 몇 만 원이 남았죠. 돈이 없어서 여가생활은 꿈도 못 꿨어요. 어쩔 수 없이 일에만 몰입하는 환경이 됐죠. 일도 힘들었지만 서울살이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처음 담당한 연예인은 배우 이정진이다. 얼마 후 배우 겸 가수 양동근의 매니저를 맡았다. 당시 양동근은 시트콤 〈뉴논스톱〉을 촬영하면서 〈구리뱅뱅〉이라는 제목의 앨범도 냈고, 연예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했다. 김 대표는 방송국과 지방 행사장을 오가느라 몇 주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지만 꿈을 이뤄가고 있다 생각하면 괜찮았어요. 연예인과 함께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면서 밥도 같이 먹고, 대화하면서 서로 농담도 하고. 이런 게 어렸을 때 제가 원하던 모습이기도 했고요.”


간절히 원했던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었다. 그의 말마따나 경제적·체력적인 고충은 감내할 만했다. 정작 힘든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현장에서 한 관계자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매니저는 옛날로 치면 종이지’. 제가 열정을 쏟고 있는 일이 그렇게 한마디로 무시당하니 너무 슬펐죠. 그런데 슬프고 화가 나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참아야 하니 그게 또 힘들더라고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원빈


슬럼프가 찾아왔을 즈음, 그는 배우 원빈을 만났다. 배우와 매니저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 배우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배우 원빈이 그랬다.


“원빈 배우와는 함께 일하는 내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따라 소속사까지 옮길 정도였죠.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얼마 후 회사를 그만두고 둘이서 일하게 됐어요.”


소속사 없는 배우의 매니저는 차원이 달랐다. 소속사 매니저는 회사에서 지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되는데, 회사가 없으니 작품 섭외나 방송 출연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다 맡아야 했다. 당시 원빈은 드라마 〈가을동화〉를 끝내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할 때라 최고 전성기였다.


“휴대폰이 10분도 조용할 틈이 없었어요. 쏟아지는 전화로 정신이 없다 보니 주체적으로 뭔가를 결정하고 조율해볼 기회가 없었죠. 그렇다 보니 실수도 꽤 했습니다. 저보다 한 살 형인 원빈 배우가 오히려 저를 보살필 때도 많았어요.”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어서 매니저 한 명을 더 뽑았다. 연예인과 동행하는 현장매니저 역할을 새 직원에게 맡기고 그는 서울에서 업계 사람들을 만나며 ‘팀장’의 직함을 달게 됐다.


“고군분투 끝에 한 단계 성장한 거죠. 원빈 배우와 독립적으로 일한 3년이 제 매니저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원빈 배우는 가장 고마운 사람 중 하나죠.”


원빈이 2005년에 입대를 하게 되면서 그도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됐다. 7개월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귀국 후에는 배우 이병헌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의 창립 멤버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한 우물만 파던 그에게도 권태가 찾아왔다.


CJ E&M 캐스팅팀 팀장, YNK엔터테인먼트 대표


“경력 10년이 넘으니 반복되는 일에 지치더라고요. 그즈음 CJ E&M의 TAR(Talent Artist Relationship) 캐스팅팀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MAMA (Mnet Asian Music Awards) 같은 큰 행사나 공연의 출연자를 섭외하는 일이었죠.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을 택했어요.”


캐스팅 전문가로 3년간 일하면서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했다. 2015년, 그는 함께 일하던 양성민 팀장과 《스스로 빛나는 배우를 찾습니다》라는 책을 냈다.


“오랫동안 연예계에 종사하며 ‘어떻게 하면 배우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볼 곳이 없어 막막해하는 연습생들을 수없이 만났어요. 그들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었죠.”


그는 이 책에서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외적인 면보다 가능성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CJ E&M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2015년에 YNK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중시한 것도 바로 ‘가능성’이었다. 그는 잠재력이 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들을 섭외했다. YNK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는 김현주, 신혜선, 이주영, 스테파니 리, 김인권 등의 배우가 있다.


“신혜선 배우는 제가 CJ E&M에 있을 때 처음 봤어요. 크게 잘될 것 같다는 ‘촉’이 와서 ‘몇 년 뒤 다시 매니저를 할 생각인데 그때도 소속사가 없다면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어요. 제가 회사를 설립할 때까지도 혼자 일하고 있어 바로 캐스팅했죠.”


김민수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연예인 매니저 지망생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남겼다. “매니저의 위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매니저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질 거예요. 안정적인 직업이라 할 순 없지만, 가능성의 한계가 무한한 직종이기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재인

사진 jobsN 서경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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