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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직업 1등 조력자는 바로 '시어머니'입니다"

조회수 2020. 10. 4. 15: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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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영양학 대학원생, 매일 시어머니와 대화하는 직업 찾은 사연
출처: 매일유업 제공
최지혜 매일유업 선임연구원.
매일유업 최지혜 연구원 인터뷰
중장년 영양식 '셀렉스' 개발 주역

최지혜(31)씨는 매일 시어머니와 대화를 한다.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워킹맘인 최씨의 가장 큰 조력자가 시어머니다. 시어머니는 최씨의 28개월 짜리 아들을 돌봐주는 한편, 매일 같이 최씨의 연구 결과물을 평가해 주는 ‘제1 평가단’ 역할도 맡고 있다.


최씨의 직업은 매일유업 식품 연구원. 그 중에서도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내놓은 영양식 ‘셀렉스’ 개발을 맡았다. 현대인이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음료·분말·시리얼바 시리즈다. 올해 4분기 출시돼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 매일유업 사옥에서 최씨를 만나 연구원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최씨는 석사과정(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후인 2012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지금은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 당신은 누구인가.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단백질 드링크를 만드는 연구원이다. 이전에는 분유 개발을 했다.”


- 시니어 영양식은 아픈 사람이 먹는건가.


“아니다. 건강한 중장년층이 먹는 식품이다. 그동안 시니어 영양식은 드링크 등 ‘환자식’ 외에는 거의 제품이 없었다. 이를 바꾸려는 게 영양식 ‘셀렉스’ 시리즈다. 견과류 맛이 나는 파우치 형태 음료, 등산 중 간단히 씹을 수 있는 시리얼바, 분유처럼 타먹을 수 있는 분말(건강식품) 등 3종류다.”


(식품업계에서는 노인식 개발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는 실버푸드 시장이 2011년 5104억원 규모에서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20년 16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는 CJ프레시웨이·풀무원·아워홈 등이 씹기 편한 연화식을 개발해 요양병원 등에 납품하고 있다.)


-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영양 과다 시대에 영양식이 꼭 필요한지 의문도 든다.


“비만 인구는 늘어나지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챙겨먹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탄수화물에 치우친 식단을 유지한다. 편의점에서도 빵을 사먹고, 햄버거집에 가도 포테이토와 번(햄버거빵)을 섭취하는 비율이 고기와 요거트 위주로 먹는 미국보다 높다. 단백질의 섭취는 제한적이다. 물론 닭가슴살과 살코기 위주로 먹고 계란 흰자와 우유를 마시는 등 식습관으로 보충을 할 수 있겠지만 매우 번거롭다. 게다가 노년기로 갈수록 채식과 소식을 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노화에 따른 근감소증(사코페니아)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방약이 없다. 그래서 단백질 영양식 시장이 승산 있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 발표한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년층의 1일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남성 55g, 여성 50g이다. 하지만 국내 노년층 절반 이상이 단백질 1일 권장 섭취량을 먹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영양식은 맛없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걸 바꾸려고 1년 이상 노력했다. 친근하면서도 튀지 않는 맛으로 만들었다. 가령 에너지바는 견과맛, 드링크는 견과류와 곡물맛이다. 분말가루는 (지금 중장년층이 유년기였던 50~60년대 어려웠던 시절의) 향수를 감안해 타먹는 분유맛 내지는 자판기 우유맛을 약간 살려서 출시했다.”


- 반응은 어떤가.


“건강한 노인층을 겨냥한 식품이 전무하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고맙다’ ‘잘됐다’ 등의 반응이 꽤 있다. 실제로 93세 어르신이 회사 본사에 찾아와 ‘신문 기사를 보고 물건을 사려는데 귀가 잘 안들려 전화 주문을 못해서 직접 왔다’고 한 적이 있다. 70세 고객분도 대표이사실로 격려 편지를 보내왔다.”

출처: 매일유업 제공
최지혜 연구원.

“연구원도 영업현장 나가요” 왜?


어릴 적 최씨의 꿈은 교수였다. 그런데 우연찮은 기회로 기업체로 이직을 하게 됐다.


- 식품회사 연구원이 된 이유가 있나.


“본래는 교수를 꿈꾸고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했다. 그런데 기업에서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석사 과정 재학 시절 매일유업 연구원들이 낸 연구논문도 몇 편 읽어본 적이 있다. 기업에서 꾸준히 논문을 내고 있다는 점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


- 연구원 입사과정은 어땠나.


“일반 대졸 공채와 거의 같다. 다만, 석사 논문 주제에 대해 자신이 발표하는 평가가 추가로 있다.”


- 입사 후 본인의 대표 업적은.


“입사 후 몇 년간 특수분유 개발을 맡았다. (국내 분유 회사 중 매일유업이 유일하게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특이체질 어린이를 위한 분유라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2013년 개발한 중국 어린이용 무(無) 유당 분유가 내 대표작이다. 중국 아기들은 설사를 많이 한다. 바이러스에 취약해서다. 그런데 분유의 유당 성분이 설사병 호전을 방해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무유당 분유다.”


- 하루 일과는 어떤가.


“일과가 없다. 제품 개발 전에는 매일 연구와 실험을 한다. 제품 개발 중에는 하루 종일 실험을 하거나, 공장에 가서 계속 시제품을 만들고 연구한다. 제품 개발이 끝나면 영업도 나간다.”


- 연구원이 세일즈를 하나.


“세일즈를 직접하는 것이 아니다. 영업사원이 소비자 대상 이벤트를 할 때 같이 나간다. 일반 고객들이 궁금해 하는 영양학적인 문제나 제품에 대한 의문점 등을 답해주는 시간이 많다. 내가 답변하는 것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해 간다.”


연구원도 워킹맘…“분유 연구에 도움돼” 위안


연구원 등 전문직이라고 하더라도 워킹맘의 고민을 비켜갈 수는 없다. 최씨 역시 시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지만, 퇴근 후 아이를 돌보는 것은 오롯이 최씨 부부의 몫이다.


- 연구하면서 애를 보려면 힘들지 않나.


“힘들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회사와 연관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육아를 하고 있다. 또한 아이를 키워보고 분유를 먹여보는 것이 연구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 어떻게 연관이 있었나.


“아기 덕분에 분유와 녹변(분유를 먹은 아기가 녹색 용변을 보는 것)의 상관관계에 대해 미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기에게 여러 가지 분유를 먹여보면서 변의 상태를 관찰했다. 유산균과의 배합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육아휴직 이후 팀이 바뀌어 지금은 분유를 안 만든다.”


- 식품연구원으로서 직업병이 있다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고르는 시간보다 제품 겉면에 있는 표시사항을 정독하는 시간이 더 길다. 타사 제품을 비교하면서 먹다보니 다이어트가 어렵다.”


- 이 길을 걸으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식품은 많은 사람의 건강과 삶에 직결되는 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보람이 있다. 분유 같은 제품은 내 아이가 먹는다는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이 이 식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고민도 많다. 그 고민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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