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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와 키스로 하루 시작, 뭔가 좀 다른 사육사

조회수 2020. 10. 4.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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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와 눈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호랑이와 시간이 날 때마다 최대한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치죠. 만질 수 없는 호랑이에게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민경록(38) 산림동물관리팀 주임은 두만·한청·우리 세 마리의 ‘백두산 호랑이’를 돌보는 경력 8년차 동물 사육사다. 호랑이 사육 경력은 5년이다. 2017년 5월부터 경상북도 봉화 소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왼쪽이 우리(수컷), 오른쪽이 한청(암컷).

“제가 아니라 호랑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고 있죠. 백두대간수목원에선 축구장 7개 면적(4만8000㎡)에서 호랑이를 기르고 있어요. 야생에서 하루 20km 이상 돌아다니는 호랑이에게 완벽한 환경은 아닐지라도 저희 방사장은 기존 동물원에 비하면 매우 넓은 영역입니다. 운영 시간에 오시면 넓은 지역에서 뛰노는 호랑이를 볼 수 있죠.”


호랑이는 ‘식물 종 보전’을 목적으로 만든 백두대간수목원에 있는 유일한 동물 종이다. 민 주임은 “호랑이에 관해 수목원의 가장 큰 목적은 동물 복지 실현”이라 했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호랑이 사육사 민경록 주임.

-수목원 모든 호랑이가 ‘백두산 호랑이’인가.


“그렇다. 한국호랑이라고도 부르는 백두산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가리킨다. 아무르호랑이라고도 하고 중국에서는 중국 기준 동북 지역에 산다고 해 동북호랑이라고도 한다.


우리(7세·수컷)와 한청(13세·암컷)이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2017년 1월에 수목원으로 왔다. 한청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호순이의 손녀다. 우리와 한청이가 서로 짝을 이룬 관계는 아니다. 나이가 많아 생식능력도 떨어졌을 뿐더러 아직 옮겨온지 얼마 안 됐기에 환경에 적응하느라 짝짓기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번식을 유도할 계획도 없다. 호랑이 수명을 사람에 빗대려면 현재 나이에 5를 곱하면 된다. 우리는 30대 청년이지만 한청이는 60대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앞이 '한청(암)' 뒤가 '우리(수)'(왼쪽사진). 두만(수)(오른쪽 사진).

가장 나이가 많은 두만이(18세·수컷)는 중국 유명 백두산호랑이 보호 시설 ‘호림원’ 출신이다. 2005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기증했다. 이후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지내다 2017년 1월 이곳에 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두대간수목원을 찾는가.


“2018년 방문객이 20만명이 넘었다. 대부분 호랑이를 보려고 찾아오는 분들이다. 수목원은 정부가 2008년 설립을 결정해 2015년 12월 공사를 끝냈다. 민간에 2018년 5월부터 개방했는데, 그 전부터 호랑이를 길렀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이다.”


백두대간수목원 채용은 ‘한국수목원관리원’이 관리한다. 한국수목원관리원의 채용공고를 보면 호랑이 전시운영·관리직(사육사)의 연봉은 약 4300만원이다. 사육 보조는 1년에 약 2000만원을 받는다.


-호랑이 사육에 있어 백두대간수목원의 장점은?


“넓은 환경에서 단독 활동을 즐기는 호랑이가 다른 종과 접촉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좁은 반경 사육장에서 다른 종의 사육장과 가까이 살아야 하는 동물원보다 스트레스를 덜 주는 환경이다. 또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주기적으로 호랑이 상태를 점검한다. 수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와 분기별로 자문회의를 열어 호랑이 건강상태 개선, 스트레스 최소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하늘에서 본 호랑이 방사장(왼쪽사진)과 호랑이를 보는 방문객들(오른쪽).

호랑이들은 낮에는 방사장에 나가고 밤에는 내실로 들어온다. 야생에서도 굴에서 단독 생활하는 호랑이를 위해 한 마리당 내실을 하나씩 배정했다. 내실 면적은 10~15평으로 자연의 호랑이 굴에 비해 오히려 넓은 편이다. 또 호랑이 건강을 위해 매일 수의사가 호랑이를 관찰하고 필요시 진료한다.”


-사육사들은 무슨 일을 하는가.


“호랑이의 이동, 식사, 훈련 등을 책임진다. 현재 총 3명의 사육사와 1명의 사육보조사(예비 사육사)가 있다. 호랑이에게 현재 환경에서 최고의 동물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보통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호랑이 방인 내실을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내실에는 호랑이와 사육사의 접촉을 막는 이중 철창이 있다.”


-직업 만족도는?


“원래 동물을 좋아해서 사육사가 됐으니 일이 정말 만족스럽다. 또 우리나라의 상징이자 멋진 맹수 호랑이를 돌본다는 점도 좋다. 이곳에선 여러 동물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호랑이만 사육한다. 호랑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으니 사육사로서도 업무 스트레스가 덜하다. 다만 수목원이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점이 약간 아쉽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호랑이 내실과 작업중인 민 주임. 오른쪽 사진의 호랑이는 두만이.

백두대간수목원은 호랑이 사육사를 ‘경력직’으로만 뽑는다. 동물 관련 학과를 나온 뒤 우선 다른 동물원에서 ‘맹수 사육 경력’을 쌓아야 지원할 수 있다.


-매일 보는 호랑이를 직접 만질 수는 없는데 아쉽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호랑이를 만지는 일은 절대 없다. 호랑이는 맹수 중에서도 공격성이 강해 호기심이 발동하면 대상을 곧잘 공격한다. 야생에서도 사자는 배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지만 호랑이는 포만감과 상관 없이 동물을 죽이곤 한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사육장 등에 빠진 수염이나 털을 주워 가끔 부적처럼 들고다닌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사육사는 2인1조로 움직인다. 밤과 주말에는 한 명이 당직 근무를 서면서 CCTV로 내실을 지켜본다. 또, 방사장에는 무게 1톤을 견딜 수 있는 철조망, 만지면 단발 전기 충격을 주는 펄스 장치 등이 있어 호랑이 탈출을 예방한다.”


-‘좋은 사육사’와 ‘나쁜 사육사’가 있다고?


“사육사끼리의 역할 분담이다. 호랑이가 사육사의 지시를 원활히 따르게 하기 위함이다. 나쁜 사육사가 있어야 호랑이들이 좋은 사육사 말을 더 잘 듣는다. 나쁜 사육사들은 실제로 호랑이에게 호통 치기도 하고 이따금 방사장에서 작업용 차량으로 호랑이를 위협하기도 한다. 나는 좋은 사육사 역할이다. 나쁜 사육사들께선 가끔씩 ‘호랑이가 벼르고 있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하다고 한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작업용 차량을 타고 방사장을 순찰하는 모습. 방사 중인 한청(왼쪽)이와 우리(오른쪽).

-또 어떤 훈련을 하는가?


호랑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길 바라기 때문에 길들이는 용도의 훈련은 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 풍부화를 위한 훈련을 한다.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은 곳을 계속 맴돌거나 자해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항상 관찰하고 발톱 긁개·공·나무·연못·바위 등 장난감이나 시설을 항상 마련해둔다.


또 가끔 호랑이에게 돌멩이 등을 던지는 방문객이 있는데, 호랑이가 돌에 맞으면 다음부터 그 자리에 잘 가지 않는 습관이 생긴다. 이런 경우 그 자리에 먹이를 두고 다시 안전한 위치라고 납득시키는 훈련을 한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방사중인 우리(왼쪽)와 한청이(오른쪽).

-호랑이의 식사는 어떻게 제공하나.


“그렇다. 호랑이들은 하루에 보통 닭고기 4~5kg, 소고기 1.5kg 정도 먹는다. 닭고기와 소고기가 지방과 단백질 비율이 호랑이가 먹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또, 호랑이의 특성을 고려해 일주일에 하루는 식사를 시키지 않는다. 야생에서는 한 번 사냥으로 20~30kg의 고기를 먹은 뒤 5~6일 동안 먹지 않고 소화를 시킨다. 다만 이곳에서는 6일 동안 조금씩 먹인 다음 하루를 쉬게 하는 것이다.


사료는 오로지 닭고기와 소고기만 주고 돼지고기는 취급하지 않는다. 돼지고기는 조금만 관리를 잘못 해도 상해 소화기관에 탈이 나기 쉽다. 부족한 영양소는 영양보조제나 소 간 같은 별식으로 채워준다. 훈련비·의료비 등 사육비 항목 중 사료비가 1년에 마리당 1000만원 정도로 가장 많이 들어간다. 호랑이의 사료 선호도가 가끔 바뀌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조사해 닭고기, 소고기의 비율을 조절한다.”

출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호랑이의 내실 입구와 식사 중인 두만이. 안에는 안에는 이중문을 설치했다.

-사육사로서 고민은.


“호랑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일부 방문객분들이 호랑이를 향해 큰 소리를 지르거나 자갈 등 물건을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호랑이가 큰 스트레스를 받으니 호랑이를 위해 눈으로만 관람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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