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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지세요? 'AI'가 디자인한 옷입니다

조회수 2020. 10. 4.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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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인공지능 패션 디자이너' 만든 스타트업의 정체
디자이노블(designovel) 신기영 대표
SJYP와 손잡고 협업 제품 출시
"AI와 인간은 함께 할 수 있어"

디자이너 요니 P와 스티브 J가 함께하는 브랜드 ‘SJYP’에서 2019 S/S 시즌 ‘디노후드티’를 출시했다. SJYP의 공룡 캐릭터 ‘디노’와 레고 콘셉트를 접목한 그래픽 아트가 새겨진 제품이다. 평범한 공룡 후드티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과 협업한 제품이다. 예상 가격은 23만9000원이다. 디자인 기술을 개발한 곳은 패션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이다. 신기영(33)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기술은 ‘스타일 AI’다. 이미지와 콘셉트를 입력하면 AI가 그동안 학습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에는 나무, 콘셉트에는 물결무늬를 입력하면 AI가 이 두 개를 합쳐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데이터를 분석해 패션 트렌드, 잠재 고객 등을 추천해주는 솔루션을 패션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디자이노블의 매출은 아직 적지만 1년 만에 총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가능성을 입증했다.

출처: jobsN
디자이노블 신기영 대표

노벨화학상 꿈꾸던 소년 경영학도로


신대표는 '나는 노벨화학상을 탈 거야'라고 말하고 다니던 학생이었다. 화학 분야 연구원이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워낙 화학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진로를 바꾼 계기가 생겼다. IMF가 터지고 아버지 연구원 동기들이 모두 해고를 당한 것이다. 유능한 경영자가 없어 그런거라면서 슬퍼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경영학과 진학을 마음먹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2011년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에 입사했다. 유럽쪽 마케팅과 재무를 담당했다. 입사한 지 1년이 다 돼갈 때쯤 문득 다른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전기, 바이오, 컴퓨터 이 셋중 하나를 모르면 차장이나 부장급으로 승진했을 때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포항공대 IT융합과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했다.

출처: 디자이노블 제공
디자인과 패턴을 입력하면 스타일 AI가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한다.

비밀닷컴 창업→IBM 입사→디자이노블 창업


컴퓨터를 배우다 문득 창업 아이템이 떠올라 휴학하고 창업을 했다. 2014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비밀닷컴을 만들었다. 연봉뿐 아니라 육아휴직 다녀와도 불이익이 없는지,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이야 기계에 학습시킬 데이터 수집이 수월하지만 그때만 해도 어려웠습니다. 또 같은 사업 모델이지만 데이터가 아닌 사람이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바로 잡플래닛이었죠. 더이상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그만뒀습니다. 이후 데이터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IBM 데이터 애널리틱스팀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딥러닝, AI를 공부하면서 이런 기술을 활용해 다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함께 대학 연구실에서 공부하던 동기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누가 옷 좀 추천해줬으면 좋겠다' '트렌드에 맞는 옷 좀 사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비교적 기술 도입이 늦고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 쪽에 AI를 도입해보고 싶었습니다. 원료가 100원이면 휴대폰·TV는 120~130원에 팔아요. 그런데 패션 쪽에서는 10만원 이상을 받고 팔 수 있을 만큼 부가가치가 높죠."


2017년 7월, 연구원 동기 2명과 디자이노블을 창업했다.미국의 스티치픽스를 벤치마킹했다. 스티치픽스는 신체정보·선호 브랜드·직업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옷 5벌을 골라 집으로 배송해주는 패션 AI 기업이다. 디자이노블은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했다. 고객의 성향, 트렌드를 파악해 인공지능이 직접 디자인한다. 원단과 패턴 혹은 색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이다.

출처: 디자이노블 제공
디자이노블을 함께 시작한 송우상·신기영·이건일 씨(좌), SJYP와 협업한 디노후드티(우)

SJYP와 협업 시작


교내 창업 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듬어갔다.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IMP)에 참여해 최우수 스타트업상도 받았다.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으로부터 5000만원 기술 개발 자금을 받기도 했다. 올해 7월에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사로 뽑혀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또 기술 개발과 동시에 패션 분야 종사자를 직접 만나 업계 이야기를 들었다.


"패션은 잘 몰랐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발로 뛰었습니다. 실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하는 방식과 출시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었어요. 또 이런 기술이 있는데 함께하자는 제안도 했죠. 많이 퇴짜당했습니다. 그중 대회 심사위원 소개로 알게 된 SJYP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SJYP의 디자이너 스티브J와 요니P도 평소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패션에도 AI를 접목할 때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때에 디자이노블과 만난 것이다. 가을부터 2019 S/S 시즌에 출시할 제품을 함께 디자인했다. ‘스타일 AI’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스타일 AI는 이미지 처리 기술인 '컨볼루션 신경망(CNN)'을 응용한 기술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스타일과 콘텐츠로 분류한다. 이를 픽셀 단위로 나눠 색상·모양·패턴 등으로 인식하고 학습해 새로운 스타일과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다.


SJYP에서 옷에 들어갈 기본 캐릭터, 콘셉트를 제공했다. 스타일 AI는 33만장의 이미지를 통해 기존의 SJYP 콘셉트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스스로 학습했다. 그렇게 나온 디자인을 가지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신대표 또한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알고리즘 개발을 계속해야 했다. 신대표는 기술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DB, 디자이노블 제공
디자이너 요니P와 스티브J(좌), 디노 후드티를 만드는 과정(우)

"AI와 인간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11월 28일, SJYP는 국내 최초로 AI와 협업한 옷을 출시했다. 완성한 디자인을 어떤 옷에 적용할지 신기영 대표도 몰랐다고 한다. “디자인이 끝나고 결과물을 못 봤어요. 대신 디자이너분들이 패션쇼에 초대해줬습니다. 런웨이를 통해 작품 결과를 확인했어요.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designed by designovel’ 상표를 부착한 옷을 출시하는 게 꿈인데, 그 꿈의 첫 걸음인 셈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죠.”


SJYP와의 협업을 통해 AI의 활용성을 인정받았지만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디자인을 AI가 한 것이 아닙니다. 시즌에 어울리는 원단, 브랜드 통일성 등 옷의 디테일은 AI가 살릴 수 없습니다.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죠. AI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SJYP의 경우 스타일 AI가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디자인 30여 가지를 추천했습니다. 콘셉트당 2~3분 만에 초벌스케치를 마치는 셈이죠. AI가 일자리를 침범하기보다는 함께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찾는 것입니다. AI와 인간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SJYP외에도 패션잡화로 유명한 F사, 스포츠 브랜드 R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사업을 천천히 키워나가고 있는 신대표의 목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션 업계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1년에 버리는 옷만 수 억톤입니다. 의류공장은 24시간 돌아가고 매장엔 재고가 넘칩니다. 기업과 고객 사이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기업의 손실을 줄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더불어 환경오염 문제, 자원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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