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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27명뿐인 학교에서 꾸던 꿈…27세에 이뤘다

호텔리어에서 외항사 승무원으로 변신한 이새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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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가면 많은 종류의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해외여행객 숫자가 증가하면서 한국에 취항한 외국 항공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해외 항공사 한국인 승무원 숫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다가 2년 전 베트남에 본사가 있는 비엣젯 항공 승무원으로 변신한 이새봄(29) 씨는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휴가를 맞아 서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만나 외국 항공사 승무원의 생활에 대해 물어봤다.

유니폼 입고 촬영한 프로필

출처이새봄씨 제공

- 호텔리어에서 항공사 승무원으로 변신한 이유는.

"대학교를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어요. 졸업 후에 서울의 한 호텔에 취업해서 컨시어지로 일했어요. 호텔리어를 꿈꾸고 일을 시작했는데, 일하는 내내 호텔 업무 문화가 답답했어요. 그래서 좀 늦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꿔오던 승무원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었어요. 전교생이 27명인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운동장에서 가끔 하늘을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비행기를 타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던 꿈이 승무원이었습니다."


- 국내 항공이 아닌, 외국 항공사의 승무원이 된 이유가 있는지.

"호텔을 그만두고 승무원 시험을 보러 다녔는데, 그때 나이가 만 27세였어요. 국내 항공사들은 승무원 선발 때 나이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외국 항공사들은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뽑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외국 항공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어요."


- 일하고 있는 비엣젯 항공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2011년 첫 취항한 신생 베트남 항공사에요. 저가 항공사로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급성장했어요. 베트남 국내 노선과 동남아 국가를 오가는 국제선을 운행해요. 한국과 일본 노선도 많고, 다양한 국가로 뻗어나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교류가 활발해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서 비엣젯 항공도 한국 노선을 8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노선을 더 늘릴 계획이구요. 그래서 한국인 승무원 채용도 늘고 있어요."


- 승무원 선발 과정이 궁금하다.

"항공사에서 2~3달에 한 번씩 베트남 호치민 본사에서 채용 행사인 '오픈 데이'를 열어요. 회사 홈페이지에 공지가 떠요. 저는 채용 당시에 이미 다른 외국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합격이 돼 있는 상태였는데, 비엣젯 항공에 다니고 있는 지인이 회사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지원해 보기로 했어요. 오픈 데이에 가면 먼저 지원서를 제출하고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아요.


1차 서류에 통과하면 '탤런트 쇼'라는 2차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자신의 장기자랑을 하는 시간이에요. 보통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데 저는 특이하게 부채춤을 준비해갔어요.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었는데, 한국 전통 문화를 보여주면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동네 문구점에서 부채를 사고 유튜브를 보며 연습했어요. 제가 보기에는 어설펐지만, 외국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하더군요.


탤런트 쇼를 통과하면 최종 인터뷰를 해요. 6명 면접관의 집중 질문을 받았는데, 어떤 항공사를 타고 왔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일부러 테스트하는 질문도 받았어요. 회사 일이 엄청나게 힘들고 여유 시간이 없어도 견딜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실제로는 일하기에 무척 편안한 곳이거든요."

이새봄씨

출처jobsN

- 영어는 어느정도 해야 하는지. 선발되면 어떤 교육 과정을 거치는지도 궁금하다.

“최종 면접에서 합격하면 비행하는데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신체검사를 받은 후 간단한 영어 시험을 봐요. 저는 영어 실력이 유창한 편이 아니었어요. 생활영어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오히려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많이 늘었습니다.


입사하고 본사가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3개월 교육을 받고 교육생 신분으로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어요. 동승한 승무원 중 사무장에게 매번 평가를 받았고, 그렇게 교육생으로 5번 정도 비행한 후에 정식 승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 현지 국가의 연봉 수준이 있을텐데, 한국인 승무원이 받는 페이가 궁금하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싸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비엣젯 항공에는 각 국가에 맞는 서비스를 위해 외국인 승무원들이 무척 많은데, 외국인 승무원들은 연봉 체계가 달라요. 현지인 승무원보다는 훨씬 많이 받습니다.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한국 저가 항공사 승무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 전체 승무원 중에 외국인이 많은 편인지. 한국인 승무원 숫자도 궁금하다.

“승무원 중 70퍼센트는 베트남 친구들이에요. 나머지가 외국인 승무원입니다. 한국과 베트남 교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보니 한국 노선을 계속 늘리고 있고, 한국인 승무원도 계속 선발하고 있어요. 현재 한국인 승무원만 50여명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 전에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은 위계질서 때문에 힘들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입사하기 전부터 직장 문화가 좋다는 말을 듣고 선택한 직장이었어요. 실제로 일해보니 선후배 문화보다는 동료문화가 강한 게 특징인 것 같아요. 몇 년차가 됐든지, 같이 일하면 동료로 함께 일한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에서 호텔리어로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윗 분들이 강요하는 문화였어요. 격려 보다는 질타가 많았고, 지정된 업무 외에 해야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하려면 살 빼라’는 말을 자주 듣는 경직된 분위기였어요. 그에 비하면 지금 직장은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개인성을 많이 존중해주고, 내가 주어진 역할을 하면 그 외에는 일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 외항사 승무원의 생활이 궁금하다. 주로 머무는 곳은 베트남인지.

"저는 베트남 하노이를 본거지로 하고 있어요. 하노이에 있는 회사 지정 호텔이 승무원들 숙소입니다. 한국 노선에서 주로 일하고 있는데, 한국으로 운항하면 하루 머물고 다음달 나시 베트남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주로 하노이 호텔에서 머물고 있어요. 1년에 200일 정도는 베트남에 있습니다.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면 대부분 외국에 본거지를 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새봄씨 제공

-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외롭지는 않은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동남아시아의 문화도 맞을까 걱정됐구요. 처음에는 호텔 생활에 적응하는게 힘들었습니다. 음식도 마음대로 못 해먹어서 호텔식사에 적응해야 했어요. 개인적인 빨래 처리 문제도 불편했죠.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해 갔어요. 제가 머물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는 큰 도시이긴 하지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베트남 문화가 매력적인 곳이에요


커피가 유명한 지역이다보니 작은 규모의 카페도 무척 많고, 길거리에 있는 노점상도 구경하는 재밌가 있어요.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곳이라 한국인이 생활하기에는 편리하기도 해요. 한국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들어와 있을 정도니까요. 회사 사람들이나 외국 승무원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 합니다.


숙소가 있는 하노이에서 쉬는 날에는 한국인 승무원들과 식사나 술을 즐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비행 스케쥴이 다 달라서 함께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혼자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어요.”


- 요즘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인기가 최고라던데.

“지금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인이 박항서 감독이에요. 한국인만 만나면 박항서 감독에 대해서 물어보며 엄치를 추켜세워요.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서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아졌어요.


이번에 우승했던 스즈키컵 결승전이 열렸던 하노이 경기장이 제가 머물고 있는 호텔 인근이에요. 베트남 대표님이 우리 호텔에 머물기도 했어요. 폭발적인 열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는 외국인이 한국인이에요. 2위가 일본인이죠.”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 회사 문화가 저에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사무장급으로 진급하고 싶어요. 이미 승무원 중에 한국인 사무장이 3명 있습니다. 회사도 외국인 사무장을 적극 밀어주는 분위기라서 저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외국에서 일하다보니 시야가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베트남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자기 일하며 사는 한국인들을 많이 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하노이만 해도 주부임에도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계획할 단계는 아니지만, 많은 경험을 하면서 미래를 위해 다양한 꿈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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