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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연차보다 더 놀라운, 상상초월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

조회수 2020. 10. 4. 15: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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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휴가·원격근무..미래형 근무방식으로 일하는 회사
2018 여가친화기업 39개 기업 인증
문체부 장관상 4개 기업 기업문화 들여다보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2년부터 연말마다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선정해 여가친화기업으로 ‘인증’했다. ‘휴식 있는 삶’을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1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많다.


문예위는 직접 기업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하고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했다. 평가 지표는 4가지였다. 주당 근로시간·연차휴가 평균 소진율·대체휴일제 실시 여부를 알아보는 ▲시간의 자율성, 연차·휴가 사용을 근로계약서에 명문화했는지, 직원 여가 담당자가 있는지 등을 보는 ▲운영의 제도화, ▲여가·휴식 공간의 적절성, 여가 프로그램 운영 여부를 평가하는 ▲프로그램 다양성이다. 2018년에는 39개 기업이 '여가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중 우수기업으로 뽑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표창을 받은 4개 기업을 소개한다.


① 스튜디오씨드코리아


구글·네이버 등에서 1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한 김수 대표가 2014년 김성훈 최고기술책임자, 송재원 디렉터와 함께 창업한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창업 당시 세 사람 모두 기혼자였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자율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그 결과 스튜디오씨드코리아는 대기업, 공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가친화기업으로 뽑혔다.


‘주 40시간 재량근무제’가 핵심이다.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만 채우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근무를 고집하지 않는다. 근무 장소도 굳이 사무실이 아니어도 된다. 사무실은 서울 강남에 있는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블랙. 대전과 춘천에서 사는 직원은 원격근무를 한다. 집 근처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도 있다. 회사는 원격근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지원금을 준다. 전 직원 22명 중 10명만 고정적으로 사무실에 출퇴근한다.


업무용 기업 메신저인 ‘슬랙’으로 의사소통한다. 출근할지, 재택근무를 할지 매일 아침 슬랙에 올려 동료들에게 간단히 알린다. 이 회사의 슬랙 메시지를 보면 ‘어린이집에 다녀오겠다’,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물론 개인 용무에 쓴 시간은 업무시간에서 제외한다. 송영호 팀장은 “전 직원 중 절반이 기혼자이고 그중 대부분 평균 연령 5세 자녀를 뒀다”며 “창업 초기부터 일과 가정 양립을 중시하면서 자리 잡은 근무 방식”이라 했다. 

출처: 스튜디오씨드코리아 제공
(왼쪽부터) 기업용 메신저 슬랙으로 의사소통하는 모습, 격주 목요일마다 2~3명씩 짝지어 점심을 함께 먹는 '친해지길 바라' 모습. 원격근무 등으로 만나기 어려운 다른 동료들과 친목도모를 위해서다.

파격적인 건 휴가 제도다. 연차 일수가 무제한이다. 직원들의 자율에 맡긴다. 송 팀장은 “최근 현황을 파악해봤는데 8월부터 4개월 동안 평균 6일 정도 휴가를 썼다”고 했다. 워크숍을 가도 업무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강원 양양으로 서핑을 가거나 컬링 등 레크리에이션을 한다.


직원들의 자율에만 맡기는 건 양날의 검이다. 자유로운 업무방식과 시간을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송 팀장은 “맹목적인 신뢰가 아니라 본인이 맡은 일은 완수하겠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면접을 볼 때 지원자가 기업문화에 어울리고 책임감 있는지를 살핀다”고 했다. 이 회사의 면접 소요시간은 6시간이다. 면접에 모든 직원이 참여한다.


회사가 짧은 시간에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한 덕분이라고 임직원들은 자평한다. 송 팀장은 “동료들을 믿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90개국에서 스튜디오씨드코리아가 만든 프로토파이를 쓴다. 웹이나 앱의 UI(User Interface·사용자 환경) 디자이너가 코딩을 몰라도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구글·삼성·네이버·현대카드·마이크로소프트·닌텐도·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기업 직원들이 프로토파이를 쓴다. 2018년 매출액은 10억원을 예상한다. 

출처: 스튜디오씨드코리아 제공
워크숍에서도 업무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전직원이 모여 컬링·서핑·양궁 등을 즐기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② 롯데홈쇼핑


유통업계는 야근은 일상이 일상이고 휴일에 더 바쁘다. 특히 365일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하는 경우에는 업무 강도가 높다. 롯데홈쇼핑은 2016년 ‘모두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는 목표로 ‘조직문화혁신팀’을 만들었다.


일명 ‘야근 직원 공개수배’부터 시작했다. 오후 6시 이후 야근하는 직원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렸다. 오후 5시부터는 업무 마감시간이라 보고 회의를 금지했다. 혁신팀 직원들이 오후 5시부터 회의실을 돌며 회의하는 팀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렸다. 이선주 조직문화혁신팀 대리는 “처음에는 ‘중요한 회의였다’, ‘사진을 왜 올리냐’며 싫어하는 직원도 있었다”며 “기업 문화 변화 중심에 서달라고 동료들을 설득했다”고 했다. 

출처: 롯데홈쇼핑 제공
정시 퇴근을 독려하던 초기에는 기업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공개수배'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

‘퇴근하라’ 강압하기 보다 이벤트를 벌여 정시·조기 퇴근을 독려했다. 이 대리는 “정시 퇴근 인증샷을 올리면 선물을 주거나 생선 ‘조기’ 그림을 그린 배너를 두르고 다니는 등 직원들이 유쾌하게 퇴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퇴근 시간에는 장기하의 ‘사람의 마음’ 같은 퇴근송이 흘러나온다.


‘PC 오프(OFF)제’에 이어 ‘PC 온(ON) 제도’를 도입했다. 퇴근 시간에 PC가 강제로 꺼지는 ‘PC 오프제’를 도입한 회사는 많다. ‘PC 온 제도’는 출근 시간 전 PC가 켜지지 않도록 한 제도다. 이 대리는 “2017년 4월 PC 오프제를 도입했는데 일찍 퇴근하는 대신 일찍 와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생겼다”며 “일찍 와도 컴퓨터가 켜지지 않도록 했다”고 했다.


조기 퇴근제도는 2013년부터 점차 확대했다. 현재 매주 수요일에는 30분, 금요일에는 1시간씩 일찍 퇴근한다.

출처: 롯데홈쇼핑 제공
정시, 조기퇴근을 독려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

최우선 과제는 ‘근무방식의 효율화’였다. PC 오프제 도입 초기 ‘업무는 그대로인데 PC만 꺼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고, 회의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도록 했다. 또 복잡한 결재 절차를 단순화하고 서면 대신 전자 결재 시스템을 갖추는 등 실제 근로 시간을 줄였다. 직원들의 정시 퇴근율은 PC온·오프제 도입전 30%에서 시행 후 93.5%로 3배 이상 올랐다. 2017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휴가를 신청할 때 사유를 묻는 칸도 없앴다. 또 ‘연차내기 좋은 날’이란 제도를 만들어 연차 사용을 독려했다. 연차를 쓰면 휴일을 포함해 4일 연속해 쉴 수 있는 날을 회사가 정하고, 직원들이 이 중 3일을 반드시 연차를 쓰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출처: 롯데홈쇼핑 제공
롯데홈쇼핑의 여가친화 활동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3월 2일 금요일, 5월 21일 월요일, 5월 25일 금요일, 10월 8일 월요일, 12월 24일 월요일, 12월 31일 월요일을 '연차내기 좋은 날'로 정했다. 직원들은 이중 3일을 골라 반드시 연차를 써야 했다. 분기마다 연차 사용률이 높은 팀에는 회식비를 준다.


회사가 나서서 직원들의 여가를 챙겼다. 주말 및 연차 활용으로 해외여행을 할 때 숙박비와 항공운임비를 모두 지원하는 ‘도깨비 투어’가 대표적이다. 또 영화관으로 출근해 영화를 보는 ‘시너지데이’, 한달에 2번씩 수제맥주 배우기 같은 ‘원데이 클래스’도 연다.


이 대리는 “‘롯데그룹 계열사 내에서 롯데홈쇼핑을 ‘양평동 구글’로 부른다”며 “이런 변화는 최고경영자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어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라 설명했다.


③ 롯데리조트


롯데리조트는 강원 속초시 대포동, 충남 부여군 규암면 등 지방 소도시에 있다. 고객이 휴양을 즐기기에는 좋은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과거 평균 근속연수는 4년으로 낮았다. 평균 나이 33세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했다.


강선형 기업문화개선팀 주임은 “직원들에게 불만사항을 들었는데 ‘불만은 디테일에 있었다’”고 했다. 유일한 휴식 공간인 휴게실은 낡고 개성이 없었다. 강 주임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고객이 지나다니는 곳에 휴게실이 있다 보니 직원들이 맘 놓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회사는 프런트 데스크 뒤에 쉴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만들어 동선을 줄였다. 기존 휴게실도 깔끔하고 아늑하게 고쳤다.

출처: 롯데리조트 제공
새롭게 리모델링한 사무실과 휴게실.

또 직원들이 여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장소와 금액을 지원했다. 강 주임은 “직원들이 직접 우리 서비스를 경험해봐야 고객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고객이 몰리는 주말에만 개방했던 스포츠 시설을 주중에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시간 외 카카오톡 메시지·문자·전화를 통한 업무 지시도 금지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분과'를 만들고 신문고를 운영해 익명으로 직원들의 고충을 제보받았다.


근무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를 근로 집중 시간으로 정하고 유연근무제를 운영한다. 김유림 기업문화개선팀 대리는 “외근이 많은 판촉팀의 경우 주 40시간만 채우면 일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등 직무에 맞게 유연근무제를 운영한다”고 했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했을 때는 근로시간을 저축해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출처: 롯데리조트 제공
동료들끼리 영화, 축구 경기를 보러 간 모습.

④ 서울시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서울시 동대문구의 주차사업, 체육문화 사업, 공공 도서관 운영 등의 사업을 하는 공기업이다.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 직원들의 여가에 신경 쓰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외부고객만족도는 90점을 웃돌 만큼 높았지만,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았다. 내부직원만족도를 조사했더니 2015년 100점 만점에 56.9점, 2016년 57.3점이었다.


내부 만족도 향상 추진단을 만들어 직원들의 고충을 듣기 시작했다. 저녁 6시 이후 회사에 직원들이 ‘남지 않도록’했다.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매주 수요일을 ‘3無 데이’로 정해 야근·회식·회의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들의 평균 월 초과근로시간은 2015년 40시간에서 2017년 20시간으로 줄었다. 

출처: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제공
직원들이 함께 혹은 각자 여가를 즐기는 모습. 함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자녀의 유치원 체육대회에 참석하거나 음악 축제를 가기도 한다.

또 1년간 쓰지 못해 ‘남은’ 휴가를 쓰기로 했다. 2시간 단위로 연차 쓸 수 있도록 해 업무 부담 없이 자주 쓸 수 있도록 했다. 원한다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0분씩 연장 근무를 하고 금요일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해 주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은 콘서트를 가거나 등산을 함께 가는 등 여가를 즐겼다. 그 결과 회사의 내부직원 만족도는 2017년 70.5점, 2018년 72.3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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