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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숙제 만능해결사 전과, 요즘은 이렇게 나옵니다

조회수 2020. 10. 4. 16: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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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공부하는 '전과', 요즘엔 이렇게 만든답니다
동아출판 정상욱 과장 인터뷰
전과 등 초등학생용 교재 편집자

동아전과. 지금은 애 아빠가 된 1970~80년대생에게는 추억의 단어다.


어릴 적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할머니가 주신 빳빳한 1만원권 지폐를 들고 서점에 갔던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은 있을 법한 기억이다. 그리고 나서 전과를 사서 3월 새 학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막상 공부보다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일이 더 많았고, 전과는 숙제를 할 때 답을 찾아보거나 중간 기말고사 때 벼락치기 공부할 때 위주로 펴봤다. 기말고사 시험 범위 이후 분량은 왜 그리도 깨끗하게 남아있던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전과를 볼까. 어떻게 공부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동아출판 초등사회팀 정상욱(35) 과장을 만났다. 그는 동아전과 사회 영역 편집자다. 인천고와 한국외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대교를 거쳐 동아출판으로 이직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출처: jobsN
정상욱 과장이 역대 동아전과들과 사진을 찍었다. 정 과장 오른편에 있는 빨간 전과가 최신판이다.

- 전과는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다.


“전과는 1950년대 한국전쟁 중에 부산에서 천막학교를 운영할 때부터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동아출판사(동아출판의 전신)가 1953년 ‘동아전과’를 첫 발행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 요즘 아이들도 전과로 공부하나.


“연간 한 학년당 4만~5만부 정도 찍는다. 6학년까지 합하면 한 30만부 쯤 되는 셈이다. 물론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 70만부 찍었으니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초등학생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요즘은 예전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비해 지식을 전하는 텍스트는 줄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는 활동이 늘어났다. 또한 과목이 많아졌다. 그래서 여전히 전과가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할 때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 학원과 공부방에서도 최근에는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 옛날에 비해 아이들이 공부할 루트가 너무나도 많아졌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디지털 기자재를 활용해서 수업을 하는데.


“그렇다. 옛날 전과는 교과서 문제에 대해 답과 해설을 알려주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의 전과는 교과서 개념은 물론, 많은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교과서 해설서로서의 기능은 물론, 학교 수행평가와 서술형평가를 잘 대비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시킨 것이다. '교과서 공부와 문제 공부를 전과 한권으로 끝낸다'가 콘셉트다.


또한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전과도 변하고 있다. 페이지별 귀퉁이에는 ‘엄마와 생각해 보기’ 코너가 있어 집에서 토론을 유도하고 있고,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스마트 동아전과’ 사이트에서 관련 동영상도 볼 수 있다.”

/jobsN

- 요즘 전과는 한 권으로 나오나.


“그렇지 않다. 초등 1~2학년은 7권(950쪽), 3~6학년은 10권(1400쪽)이 한 세트다.”


- 그렇게 책이 많나. 보통 전과는 한 권 아닌가.


“그건 90년대까지의 이야기다. 지금은 1~2학년은 국어, 수학, ‘바슬즐’, 부록 등 7권이다. 3~6학년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예체능(음악, 미술, 체육), 부록 등 10권이 한 세트다.”(‘바슬즐’은 교재 출판업계의 약어로 기존에 초등학생 저학년이 배우던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 생활’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요즘에는 바슬즐 3권 대신, 봄 여름 가을 겨울 나 학교 가족 우리나라 등 8권으로 나온다.)


- 저학년(1~2학년)과 고학년(3~6학년)의 전과 제작 방향이 다를 것 같은데.


“저학년은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 부모님이 학습의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과 제작 역시 아이들이 ‘실제로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텍스트보다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이미지가 많고, 수행평가 활동지를 통해 가볍지만 기초 지식은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고학년은 학습의 기본을 익히는 시기다. 학습 목표가 뚜렷하다. 예컨대 국어는 지문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고 주제를 파악하는 습관을 길러 주고, 수학은 실생활을 소재로 아이들의 기초 수학 능력을 다져주며, 사회는 자료 해석, 과학은 실험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물론 공통된 콘셉트도 있다. 교과서 공부와 문제 풀이를 전과 한 권으로 끝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해외에도 전과가 있나.


“없다. 일본에도 교사용 지도서만 있는 것으로 안다.”


전년도 4월부터 기획 시작, 12월 말까지 ‘계속 편집’


- 전과는 언제 출간하나.


“2개월 쯤 전에 나온다. 2018년 12월 말에 2019학년도 1학기 전과가 나온다. 2019학년도 2학기 전과는 2019년 7월 초에 출간한다.”


- 작업은 어떻게 하나.


“2019년 1학기 전과를 기준으로 하면 2018년 4월부터 기획을 시작한다. 시장조사와 콘셉트를 잡고, 5월에 필진을 섭외해서 원고를 청탁한다. 그리고는 12월말까지 계속 원고를 받으면서 편집한다. 인쇄 전까지 조금씩 계속 고친다고 보면 된다.”


- 집필진은 누구인가.


“현직 교사 위주로 15명 정도로 구성한다. 그 외에도 학원 강사, 전문 참고서 작가 등도 있다.”


-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나.


“우선 전과를 제작한다. 그 외에 시장분석, 콘셉트 기획, 디자인 기획, 교정교열, 윤문, 최종 검토도 맡는다. 매년 학부모 면담을 통해 전과의 개선 방향도 잡는다.”


- 어떻게 선발하나.


“매년 공채가 있다. 연간 15~20명을 채용하며 이 중 3~4명이 초등팀으로 온다. 학습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사범대 출신이나 교사자격증 소지자가 많다.서류전형→인적성검사→실무진면접→임원면접→최고경영진(CEO) 면접 순이다. 출판에 대한 전문지식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출처: jobsN
정상욱 과장이 90년대 전과와 현행 전과를 비교하고 있다.

“어른의 시각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다듬어야”


- 전과 제작을 업(業)으로 삼게 된 이유가 있나.


“처음부터 전과를 담당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 쪽으로 직업을 택하겠다는 의지는 있었다. 대학 때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강사를 오래 했다. 그 때 교재 제작에 흥미를 느꼈다.그러다가 첫 직장인 대교에 들어가 ‘눈높이 역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2012년 이곳에 왔다.”


- 그동안 편집한 책은 무엇이 있나.


“대표 업적으로는 초등학교 사회 국정교과서 및 교사용 지도서 제작에 참여한 것이다. 그 외에 동아출판의 ‘백점맞는시리즈’, 각종 시험 대비 문제집, 초등 6학년용 반편성 배치고사 문제집 제작 등을 맡았다.”


- 전과 제작자의 ‘덕목’은 뭔가.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집필진의 원고를 받으면 아무래도 어른의 시각이 꽤 남아있다. 이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단행본에서 편집자의 재량이 10% 정도라면, 전과 제작에서는 편집자의 역할이 50%는 되는 것 같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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