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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부족했던 세전 170만원,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조회수 2020. 10. 4.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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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자격증 4개 따고 꿈의 공기업으로
2015년 한국남동발전 취업 성공한 김민회씨
경찰 포기→불안정한 직업→폴리텍대 입학
6개월만에 자격증 4개 따고 공기업 입성

강릉에 사는 삼부자 김재탁(63), 김민회(34), 김준회(32)씨는 모두 한국폴리텍대학 출신이다. 폴리텍대는 기술 실무 인력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특수 대학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 김씨는 냉동설비기술을 배우기 위해 베이비부머 대상 냉동공조 6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민회와 준회씨는 1년 과정의 발전설비과를 졸업한 후 취업에도 성공했다. 준회씨는 강릉원주대 기숙사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삼부자 중 형인 민회씨에게 취업 과정을 들었다. 그는 2015년 10월 한국남동발전에 입사했다. 2009년 관동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고향을 떠나 울산·서울·평택 등을 전전하며 자동차 부품 포장 회사, 특수경비업체 등에서 일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았지만 불안정한 직업 특성상 늘 고민이 있었다. 아버지 권유로 발전설비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6개월 만에 자격증 4개를 따고 꿈의 직장인 공기업에 입사했다.

출처: jobsN
한국남동발전 영동에코본부 기획부에 근무 중인 김민회씨.

불안정한 직업 끝에 찾은 길


그는 원래 전공을 살려 경찰공무원을 꿈꿨다. 안정적이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직업이었다. 형편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 청원 경찰로 일하면서 시험을 준비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시험공부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맘먹은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경찰공무원 시험은 딱 1년 준비했습니다. 마지노선을 정하고 집중해서 공부하기로 했어요.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대부분 간발의 차이로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합격 선이 평균 85점이라고 하면, 80~85점 사이가 많아요. 그 간발의 차이 때문에 좀더, 좀더 하다가 장수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해볼 만큼 해봤으니 더이상 미련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항만보안요원 등 나름 전공을 살린 직업을 가졌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은 고됐다. “서울에서는 고시원에서 한달에 40만원을 주고 살았어요. 창문도 없고 잠만 겨우 자는 공간이었죠. 같은 돈이면 강릉에서는 보증금 좀만 보태 괜찮은 원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릉으로 다시 돌아와 레일바이크 업체에서 일했지만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월급은 세전 170만원.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었다.

출처: 김민회씨 제공
강릉에 있는 레일바이크 업체에서 일할 때.

미래를 고민하던 그에게 폴리텍 선배인 아버지가 입학을 권유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 더 나은 직업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뒤늦게 다시 공부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니 일을 그만둬야 했다.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고 입학 원서를 냈다. 중학교 수준의 간단한 시험을 보고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학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도전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걸 배워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습니다. 면접에서 교수님이 공부 계획은 어떤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취업이 정말 간절한지를 봅니다.”


“도서관 갈 시간조차 아까웠다”


서른명 동기 중 그의 나이가 3번째로 많았다. 처음 접하는 전기·기계 기술을 공부하느라 처음엔 애를 먹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도 높은 수업을 들었습니다. 첨엔 모르는 내용 투성이었어요. 공고에서도 기본 중에 기본인 접점 출력 개념도 몰랐습니다.”


발전소에 취업하려면 기계 정비 관련 자격증이 기본이다. 자격증 난이도는 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술사 순으로 높아지는데, 최소 ‘산업기사’ 수준 이상을 따야 했다. 그는 6개월 만에 기계정비 산업기사, 산업안전 산업기사, 공조냉동 기능사, 에너지 관리 기능사를 땄다. 짧은 시간 안에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비결로 ‘계획’을 꼽았다.


“연초에 ‘자격증 취득 1년 계획’을 짰습니다. 교수님이 어떤 자격증은 꼭 필요하다 말씀해주셨어요. 수업 내용도 자격증 취득이 중심이었습니다. 취득할 자격증을 파악하고 각각의 필기·실기 시험 일정을 파악했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공부하기 보다 일정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년에 4번 시험을 본다 해도, 그중에서 공고 출신만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 있어요. 또 실기시험에 나오는 과제 종류가 정말 다양합니다. ”

출처: 김민회씨 제공
학교에서 정비 실습할 때.

그는 가장이기 때문에 맘 놓고 공부만 할 순 없었다. 오후 5시 수업이 끝나면 아버지 식당에서 일을 도왔다. 가게 일을 마치면 밤 10시. 육체적으로 힘들어 나머지 공부는 불가능했다. 학교 수업 시간 말고는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도서관에 한번 가봤는데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웠어요. 주말에도 식당 일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고 늦게까지 공부하면 다음날 수업시간에 피곤해서 졸아요. 있는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무조건 공부했어요. 공조냉동 자격증 실기 시험을 앞두고는 공조냉동학과 교수님이 하는 특강을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그의 공부법은 ‘기출문제 반복 풀이’다. 이론 공부는 책을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내고 10년전 기출문제부터 풀었다. “기출문제를 풀어봐야 어떻게 공부할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10년전부터 3~4년치를 푼 다음 틀린 문제를 워드로 정리를 했습니다. 이후 또다시 3~4년치를 풀고 워드로 정리했어요. 직접 편집해서 출력한 오답노트를 출근길에, 밥먹을 때 수시로 봤습니다. 단 최근 1년치는 시험 전까지 남겨둡니다. 최종적으로 1년치를 풀고 틀린 문제를 정리해 시험날에는 그것만 봤어요.”

출처: 김민회씨 제공
신입사원 환영회 때.

취업 비결은 ‘간절함’


처음에는 남들보다 늦고 실력이 부족했을지 몰라도 그는 졸업 전 조기 취업에 성공했다. 김씨가 다닌 폴리텍대 강릉캠퍼스 발전설비 1년 이하 전문기술과정의 경우 평균 취업률이 90%에 육박한다. 대학 측은 국내 발전소 정비업체와 연계해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즉시 전력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가 최종 합격한 한국남동발전 6급직은 단 2명만을 뽑는 특채였다. 지원자 100여명이 몰렸다.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최종 10인에 들어 면접을 첫번째로 봤다.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자세히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생각해낸 경험이 있는지 질문받았습니다. 레일바이크업체에서 일할 때 헐거워진 레버를 고무줄 하나로 고정한 경험을 답변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문제해결력을 중시하는 인재상에 맞는 답변이었어요.”

출처: jobsN
근무하는 모습.

미처 준비하지 못해 당황한 질문도 있다. “한국남동발전이 한수원을 비롯해 6개사가 있습니다. 다른 발전사와 우리 발전사인 영동에코발전본부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이 나왔어요. 그땐 정말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본부가 석탄 발전을 할 때라 석탄 발전 노하우가 쌓인 점이 다르다고 답변했어요.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합격 비결로 ‘간절함’을 꼽았다. “제 노력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자격증 뿐이었습니다. 면접을 볼 당시 자격증 4개뿐만 아니라, 필기시험 2개를 합격한 상태였어요. 취업하고 나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자격증을 계속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죠.” 그의 이런 간절함과 각오는 ‘학습형 인재’라는 회사 인재상에도 부합했다.


입사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이전에는 한 직장에 1년 이상 다녀본 적이 없다. 급여도 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이렇게 안정적이고 규모가 큰 직장은 처음입니다. 체계가 확실히 잡혀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다같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정을 꾸리는 데에도 맘이 놓여요. 10월에 첫아이도 태어났습니다.”

출처: 김민회씨 제공
아내와 함께.

아빠가 된 민회씨는 취업을 한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설비보존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필기시험을 합격했다. 회사에서 틈날 때마다 책을 펼친다.


“이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왔으니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싶어요. 직업을 택할 때 안정성을 중시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자기계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전공자가 아니고 경력이 없어서 따고 싶어도 못 딴 자격증이 많아요. 아무래도 기술 전공자보다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공부하면 목표가 없어 게을러질 수 있으니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야 간절하게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김에 최고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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