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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하고, 5일 쉬고…세전 6500만원 받고 있습니다

한 달 절반은 산에서 일하는 평생 직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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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12.08. | 110,941 읽음
탐방객 안전 산행 돕고 대피소 관리도
5일 산에서 일하고 5일 쉬는 공기업

우리나라 산에는 대피소가 있다. 대피소는 탐방객이 간단한 음식을 사먹거나 숙박할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설악산·덕유산·오대산·북한산·소백산 6개 국립공원에 총 20개가 있다. 그중 8개가 지리산에 있다. 지리산 대피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40명 정도다.


대피소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인력이 필요할 때 직원에게 신청을 받아서 뽑는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일한다. 대피소 공간 일부를 직원 생활 공간으로 쓴다. 직원용 취사장·화장실도 있다. 대피소 규모에 따라 4명부터 8명까지 일한다. 1995년 입사해 24년째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김덕성(50)씨는 지리산 세석분소장이다. 세석분소는 벽소령·세석·장터목 3개 대피소를 관할하는 곳이다. 세석 대피소 일부를 사무실로 쓴다. 그에게 대피소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대피소 직원은 무슨 일을 하나.


“탐방객의 안전한 산행을 책임진다. 사고가 나면 대피소 직원이 출동한다. 119 구조대가 출동해도 산악 지형에서는 대피소 직원이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피소에서 일하는 공단 직원 뿐이다.


탐방객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피소를 관리하는 일이 기본이다. 탐방객이 쓴 담요를 개고 취사장 청소를 한다. 비법정 탐방로에 출입하는 등산객을 단속하고 산불 감시도 한다. 나무에 병해충 피해가 있는지 검사하는 등 국립공원에 필요한 일은 가리지 않고 한다.”


-일은 언제 시작했나.


“1995년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3년 정도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고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24년 중 대피소에서 근무한 기간은 6~7년 정도다. 사무소에서 행정 일을 할 때는 탐방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들어온 이유는.


“지리산과 가까운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친구들과 천왕봉을 올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취업하는 학교 선배도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산에 다녀서 상대적으로 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산과 자연도 좋아해서 공단에 취업했다.”


-근무 환경은 어떤가.


“산에 한 번 올라오면 보통 5일 동안 일하고 5일 쉰다. 내년부터는 6일 일하고 4일 쉰다. 지금까지는 휴무 시작일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산에서 내려갔다. 이동 시간은 평균 2~3시간 걸린다. 이동하는 동안 시설물을 점검하고 쓰레기도 줍는다. 마주치는 탐방객에게 길 안내도 한다. 지금까지는 근무 시간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인정 받는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휴무 때는 대부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인천·서울·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직원들이 일한다. 근무지 인근에 관사도 있지만 수용 인원이 제한적이라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울철 세석대피소 전경.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복지는.


“신입사원 연봉은 세후 3000만원에 약간 못 미친다. 지금은 상여금을 포함해 세전 6500만원 정도 받는다. 실수령액은 5500만원 정도다. 한 달에 한 번 특근지 수당 20만원이 나온다. 작년부터는 대피소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한 달에 5만원씩 ‘안전장비비’를 지급한다. 산에서 일하면 신발 밑창이 빨리 닳는다. 밑창을 갈거나 겨울에 방한용품을 살 때 쓴다.”


-애로사항은.


“대피소에 있는 동안은 근무 시간 이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여름에는 밤 9시에, 겨울에는 8시에 소등한다.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문화생활을 할 수도 없다. 직원 휴게실이 있지만 개인 공간이 따로 없다는 점도 있다.


탐방객 음주 문제도 있다. 작년 3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작년 9월부터 산 정상이나 대피소 등에서 술을 마시면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소주병은 사라졌지만 생수통에 물 대신 소주를 담아 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피소에서 안내 방송을 하고 있지만 일일이 생수병을 열어 보기는 힘들다. 지난 9월 지리산 로타리대피소에서 술 마신 탐방객에게 직원이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


-2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1998년 대피소 사전 예약제를 시범 도입하기 전에는 대피소에 탐방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여름 휴가철이나 징검다리 연휴 때 당시 150명(지금은 15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터목 대피소에 650명까지 재운 적이 있다. 개인 공간은 전혀 없었고 제대로 누워 있지도 못했다.


탐방객을 받기 전에 공단 직원들이 대피소의 상황을 설명했다. 인원수별 대피소의 사진을 미리 찍어두고 ‘오늘은 이런 상황이다’라고 안내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서 사람이 어떻게 자느냐’는 불만은 기본이고 욕하는 사람도 많았다.


2012년 입산 시간지정제를 도입하고 난 뒤에야 탐방 예약제가 정착했다. 입산 시간지정제는 산행 목적지·거리·소요 시간 등을 고려해 입산할 수 있는 시간을 지정해 운영하는 제도다. 이제는 탐방객이 예약을 안 하고 오면 하산을 시킨다. 밤이라도 공단 직원이 탐방객과 동행해서라도 낮은 지대까지 안내한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하거나 환자라면 직원 판단에 따라 대피소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

대피소 안전 점검을 하는 모습. 헬멧을 안 쓴 사람이 김덕성 소장.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물품 보급은 어떻게 하나.


“분기별로 한 번 헬기로 짐을 실어 나른다. 생수·즉석밥·랜턴·아이젠 등을 들여온다. 예전에는 라면도 있었다. 버려지는 국물도 많고 환경 문제도 있어서 없앴다. 공단 직원이 필요한 물건 중 쌀처럼 부피나 무게가 큰 것은 헬기로 가져온다. 간단한 식재료는 휴무가 끝나고 돌아오는 직원이 배낭에 넣어서 가져온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나.


“대피소 운영 초창기에는 일반쓰레기·재활용 등으로 구분해서 대피소 앞에 쓰레기통을 비치해뒀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쓰레기통으로 쓰는 대형 마대 자루가 하루 40~50개까지 나왔다. 헬기를 이용해 쓰레기를 날랐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대피소에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니 필요한 것 이상으로 음식이나 짐을 가져오는 사람이 많았다. 비용 문제도 있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2007년 5월 전 국립공원에서 쓰레기 수거함을 없앴다.


또한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그린포인트 제도’ 덕분에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탐방객이 하산할 때 쓰레기를 가져가면 탐방안내소에서 무게를 측정하고 1g당 2포인트씩 적립해주는 제도다. 포인트는 1대1 비율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1포인트는 1원이다. 대피소를 예약할 때나 주차장 등 공단 시설을 이용할 때도 쓸 수 있다. 트렉스타와 협업해 배낭 등 등산 장비도 살 수 있도록 했다.”

대피소에서는 탐방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도 한다.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보람 있는 순간은.


“아침에 탐방객이 ‘덕분에 따뜻하게 잘 지내다가 갑니다’라고 한 마디 건네주면 정말 뿌듯하다. 같은 공간을 쓰지는 않지만 공단 직원은 탐방객과 같은 장소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런 탐방객이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면 직원들에게 큰 힘이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청년에게 권하고 싶다. 요즘은 안전 분야 자격증이 많이 나온다. 응급구조사나 산악안전법·응급처치 강사자격증 등을 미리 따 놓으면 입사할 때 유리하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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