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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인기 DJ의 말, 새벽3시 제 손가락에서 시작됩니다

이숙영 DJ의 목소리, 그 뒤에 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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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12.06. | 4,680 읽음
25년차 라디오 작가 송정연
대박보다 소박을 꿈꾸는 사람
소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저술

“무언가를 특출하게 잘하는 사람들에게 '장인'이라는 말을 붙이죠? 연애를 잘하는 연애 장인, 싼 값에 쇼핑을 잘하면 핫딜 장인.


그럼 우리 ‘이러엠(이숙영의 러브FM)’은 응원 장인 아닐까요? 응원과 위로가 절실한 분들에게 좋은 기운과 함께 여러가지 정보도 전해드릴게요.”


지난 11월25일 FM 103.5㎒를 타고 이숙영 DJ의 목소리가 전국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이숙영 DJ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녀의 말을 만드는 사람이 그 뒤에 있다. ‘이숙영의 러브FM’ 메인 작가 송정연(59). 송 작가는 20년 넘게 출연자의 말을 미리 만드는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다.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이숙영 DJ(왼쪽)와 송정연 작가(오른쪽)

출처 : 송정연 작가 제공

쓰고 싶은대로 쓰는 게 비결


송정연 작가는 1996년부터 SBS ‘이숙영의 파워FM’에 참여해 지금까지 이숙영 DJ와 호흡을 맞춰왔다. 2010년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 2014년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방송작가협회 이사로도 활동한다.

송정연 작가는 한때 송정연 '기자'였다. 사회초년생이던 송정연 작가의 풋풋한 모습.

출처 : 송정연 작가 제공

-라디오 작가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했던 건 아니에요. 성신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기자 일도 하고 여기저기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했어요. 방송사 취재를 다니던 중에 PD로 근무하던 대학 선배를 만난 게 계기였습니다.


선배가 제가 쓴 인터뷰 기사를 보더니 방송 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기사가 아닌 방송 원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작가로 데뷔한 셈이죠.”


작가에게 있어 모든 경험은 귀한 재료다. 기자로 시작한 사회생활의 경험은 방송 원고를 쓰는 데 도움을 줬다. 송 작가는 아픔·슬픔·고난·상실 등 힘겨운 일도 작가에겐 ‘보석’같은 경험이라고 한다.

다른 직업을 거쳐서 작가가 되는 것도 좋다. 그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송정연 작가 제공

-아침 방송을 하는 작가의 아침은 어떤가요?


“이숙영의 러브FM은 매일 아침 7시~10시까지 청취자들의 아침을 깨우는 프로그램입니다. 매일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서 새벽 3시면 기계처럼 일어나요. 보통 사람들은 가장 깊은 잠을 잘 시간에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죠. 몸이 먼저 앉으면 영혼은 잠시 후 뒤따라앉아요.


눈뜨자마자 하는 일은 뉴스를 찾아 읽는 거예요. 궁금했던 이야기나 시사 이슈를 바탕으로 원고를 씁니다. 이어서 재미와 정보를 줄 수 있는 원고를 써요. 따뜻함·상상력·자극을 줄 수 있는 이야기로요.”


6시에 원고를 메일로 보내고 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방송국으로 달려간다. 오전 7시, 스튜디오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10시까지 ‘온에어’(ONAIR). 생방송이다. “10시에 생방송이 끝나지만 라디오 부스를 떠날 수 없어요. 녹음이 필요한 코너가 있기 때문에 12시까지는 꼼짝도 못해요.”


방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 남은 커피가 말라붙은 컵, 제멋대로 헝클어진 이불이다.


“집이 엉망인 것은 상관없어요. 아침시간을 누리지 못해서 아쉬운 단 한가지는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은 적이 없다는 거예요. 아침방송을 오래 하다보니 이젠 그마저도 익숙해져버렸네요.”

송 작가에게 아침밥이란 없다.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 송정연 작가 제공

-25년차 방송작가가 원고를 쓰는 비결이 있다면?


“저는 그냥 쓰고 싶은대로 써요. 단, 이숙영 DJ의 목소리를 거쳐서 방송하기 때문에 DJ의 캐릭터로 원고를 쓰죠. 거창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다보면 그 안에 갇히고 맙니다. 영화를 보고 사람을 만나는 뻔한 일들이 모두 방송의 이야깃거리예요. 중요한 건 ‘새로운 관점’이죠.


예를 들어 '공부하는 이유'를 방송에 쓴다고 생각해볼게요. 가능한 빨리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뻔한 말은 방송에 못 써요. ‘빨리 성공하기 보다는 천천히 걸어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거나 ‘빌딩을 많이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부수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생각을 비틀어서 쓰려고 합니다.”


-방송멘트를 쓸 때 신경쓰는 점이 있나요?


“원고를 쓸 때 프로그램의 특징과 진행자의 캐릭터는 기본으로 알아야 해요. 제 경우엔 이숙영의 러브FM 원고를 쓸 때 아침 방송이라는 점, 이숙영 DJ의 톡톡 튀는 캐릭터를 항상 염두에 둡니다.”

송정연 작가(왼쪽)와 이숙영 DJ(오른쪽)는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출처 : jobsN

방송작가는 프리랜서이자 파리랜서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는 자유로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능력에 따라 파리 목숨 같다고 해서 ‘파리랜서’라고도 한다. 라디오작가는 그 중 안정적인 축에 속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원고를 쓰고, 방송을 내보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하루를 반복한다. 직장인이 월급을 받듯 원고료도 꾸준하게 받는다.


-라디오 작가의 매력은 뭔가요?


“라디오작가는 ‘대박’보다는 ‘소박’함이 매력이에요.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매일 방송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는 낙이죠.”

송 작가는 소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출처 : jobsN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하기 위해서.


“라디오 작가로 행복하게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3관이 필요해요. 관점·관대·관절 세가지입니다. 신선한 관점이 있어야 매일 새로운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팀원들의 실수는 물론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지’하고 넘길 수 있는 관대함도 필요하죠.


그리고 관절은 그 관절 맞아요.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고 매일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무릎이나 허리·손목에 무리가 가요. 관절 여기저기 고장나기 십상입니다.”


-슬럼프가 올 때도 있겠죠?


“1년에 한두 번은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그때는 고향인 제주도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 시간만큼은 방송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근데 잠깐을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남겨요. 마음에 드는 글은 내게쓰기 모드로 메일을 보내놓고요. 창밖을 보거나 잡지를 보다가, 심지어는 눈을 감고 있다가도 뭔가를 끄적입니다.”

동생 송정림 작가(왼쪽)는 언니 송정연 작가(오른쪽)를 따라 방송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2019년2월23일 첫방송 예정인 MBC 주말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를 집필하고 있다.

출처 : 송정연 작가 제공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는 일


작가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송 작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1인 크리에이터 등 방송과 관련한 새롭고 다양한 직업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 영역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오히려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얼마 전에 만났던 60대 어른 한 분 때문인데요. 1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방송 멘트 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오셨어요.


‘방송 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닐까요?’하고 물었죠. ‘무라카미 하루키도 저보다 오빠예요’라는 답을 하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보면 방송대본 쓰는 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것 같아요. 누구나 방송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방송작가가 오랫동안 유효할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작가는 주목받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정면보다 측면이 더 좋다고 한다.

출처 : 송정연 작가 제공

방송작가는 좀처럼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묵묵히 글을 써내야 하는 직업이다. 이러한 작가의 숙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송 작가는 DJ로 일한 경험이 있다며 에피소드를 꺼내놨다.


“잡지사 기자로 일할 때 잠깐 라디오 진행을 맡은 적이 있어요. MBC ‘밤과 음악 사이’라는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1번씩 진행했었죠. 얼마 안 가 중도하차 당했습니다.


예쁜 목소리를 내는 DJ를 흉내내려고 했었어요. 방송에서 원했던 건 저의 기자다운 진행이었는데 말이죠. 전 제가 하고 싶은대로 예쁜 척하면서 좋은 노래를 듣는 감상에 빠졌던 거에요.”


그 때 깨달은 것이 있다. ‘일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쓰고 싶은 글은 혼자만의 공간에 쓰고, 듣고 싶은 노래는 혼자 다운 받아 들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청취자가 옳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글 jobsN 이영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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