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이 애용한다는 '야반도주 용달', 처벌 어려운 까닭

조회수 2020. 10. 4.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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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 전문' 업체, 처벌 어려운 까닭은
성행하는 ‘야반도주 용달’ 서비스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존재했던 직업
현행법상 범인도피죄 묻긴 어려울 듯

“다른 업체보다 두세배 정도 빠릅니다. 일도 조용히 하고요.”


일명 ‘야반도주 전문 용달’ 업체에 전화를 걸면 들을 수 있는 멘트다. 사람들은 종종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급히 짐을 싸 거처를 바꾼다. 이런 행위를 흔히 ‘야반도주’(夜半逃走)라 한다. 여기에 기댄 직업이 바로 ‘야반도주 용달’ 이다. 일반 용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짐을 포장하고 옮겨준다.


야반도주업만 전업으로 하는 업체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이들을 따로 분류해 집계한 직업 관련 통계는 찾기 어렵다. 다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를 넣으면 업체가 다수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행 중이라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직업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 즈음부터 성행했다. 일본 야반도주 전문업자들은 작업 시간이 보통 이삿짐센터 대비 1/2~1/3 정도에 불과하며, 트럭 엔진 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움직이기로 유명했다. 지금은 도산했지만, 오사카의 야반도주 도우미 업체 ‘라이프보드’(ライフボード)가 한때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당시 일본에서 정식 신고절차를 거쳐 개업한 운송회사 중에선 유일하게 야반도주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1992년엔 하라 타카히토(原隆仁) 감독이 이들을 모델로 한 영화 ‘요니게야 혼포’(夜逃げ屋本舗·야반도주센터 본점)를 내놓기도 했다.

조선DB

하지만 최근 논란이 있었던 한 연예인 사례처럼, 빚을 크게 지거나 잘못을 범한 사람이 채권자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한국 형법엔 죄를 짓고 도주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바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제1항이다. 이에 근거해 ‘야반도주 업체’가 법적 책임을 지는 일은 없을까.

중고거래 사이트 '번개장터'

법조계에선 대부분 경우 처벌이 어려울 거라 보고 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야반도주 용달 업체가 의뢰인이 범죄자임을 몰랐다면 죄를 묻기 어렵다”고 했다. 꼭 범죄자만이 야반도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토커를 피해 몸을 숨기거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성사코자 사랑의 도피를 하는 사람도 있다. 업체에서 그런 케이스인 줄 알았다 주장하면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야반도주 업체.

설령 의뢰인이 죄를 저지른 티가 나더라도 그것만으론 야반도주 용달 업체를 처벌하기 힘들다. 죄가 벌금 미만이면 형법상 범인도피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야반도주 용달 업체가 "의뢰인의 죄목을 정확히 몰라 사소한 죄인 줄 알았다"고 항변하면 추궁이 어렵다. 서 변호사는 “야반도주 용달 업체가 의뢰인에게 굳이 도피 이유를 상세히 물을 리도 없으며, 만에 알았더라도 몰랐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니 범인도피죄를 묻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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