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많고 정상적인 연애도 하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조회수 2020. 10. 4. 16: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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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지옥", 직장내 괴롭힘 한국이 유럽보다 2배 많은 이유는?
직장인 73.3% 직장내 괴롭힘 직·간접 경험
대처방법 마땅치 않아, “그냥 참는다”
해외 각국 대책 마련, 한국은 지지부진

올 10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영수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한국거래소 계약직이었던 그의 딸 김나영씨는 직장내 성희롱과 집단 따돌림을 당한 뒤 우울증을 앓다가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 김씨는 국감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딸이 당한 피해를 언급했다. 그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과 이 회사에 입사시킨 죄책감으로 우리 부부의 삶은 송두리째 날아갔다”고 했다.


상사나 동료에 의한 직장내 괴롭힘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상사의 괴롭힘과 동료의 외면, 직장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처절함에 피해를 해소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장 괴롭힘 피해율은 업종별로 3.6~27.5%(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6년 연구)다.


이는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원이 2010년 조사한 EU국가 27개국의 직장 괴롭힘 비율보다 2배 이상 높다. 불가리아의 직장 괴롭힘 피해율은 0.6%에 불과하고 유럽 27개국 중 해당 비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도 9.5%에 그친다. 한국이 해외에 비해 직장내 괴롭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상명하복 등 경직된 조직 문화와 규제 미비를 꼽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연화된 직장내 괴롭힘


“나 빼놓고 회식하고, 매일 나에 대해 험담을 하고, 내 노력의 결과에 거짓말을 섞어 불리한 결과로 만들더라. 무엇보다 굴욕감이 매우 크다.”


한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직장내 왕따 피해자의 사연이다. 직장내 괴롭힘과 왕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성인들의 직장내 괴롭힘은 책을 찢거나 별명을 붙여 놀리고 구타하는 청소년들의 괴롭힘과는 차원이 다르다. 회의 시간이나 회식 일정을 알려주지 않거나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작은 실수에도 크게 면박을 준다. 직급에 맞지 않는 하찮은 일만 줘 성취감을 뺏고, 사사건건 감시하는 등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압박한다.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직장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했는데, 전체 중 73.3%가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정부는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근무시간 손실비용이 연간 4조7800억원이라고 밝혔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캡처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경직된 조직 문화, “한번 찍히면 그때부터 괴롭힘 시작”


직장내 괴롭힘의 뿌리엔 상명하복을 강조하고, 명령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잘못된 문화가 자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직장내 괴롭힘 행위자가 주로 임원과 경영진을 포함한 상급자(전체 중 77.6%)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직원은 15.7%, 고객과 거래처 직원은 10.1% 순이었다.


직장내 괴롭힘은 대체로 성희롱이나 내부 고발, 문제 제기 등 특정 사건 이후 ‘찍힌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다른 대외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일상에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정상적인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는데 직장에서 상사와 한번 삐끗한 후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직속 상사의 의견을 거부한 적이 있다. 그 후 이유 모를 부당한 지시와 공개적인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자르고 싶지만 현행법상 못자르는 근로자를 괴롭혀 스스로 퇴직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 MBC 무한도전 캡처.
공개된 장소에서의 지속적인 모욕주기는 직장내 괴롭힘 중 하나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중 10명 중 6명은 이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개선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6 직장인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회사에 직장 괴롭힘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부서와 담당자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48.7%)에 달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직장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이라는 연구에서, “성과주의에 따라 상급자 및 동료로부터 평가를 받는 체계가 확산됐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는 방지책 마련에 총력, 우리는 지지부진


이러한 직장내 괴롭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 직장인이 상사의 강요로 끓는 물에 얼굴을 집어넣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문강분 행복한일노무법인·연구소 대표는 “외국에서도 직무 스트레스, 직무 탈진, 직장내 괴롭힘 등과 같은 직장내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 각국은 산업안전과 건강 관점에서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동자의 정신건강 조성 지침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6월 직장내 폭력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1차 결정문을 채택했다. 일본도 후생노동성이 적극 나서 직장내 괴롭힘을 막을 책임을 기업에 강제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도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10여년전 직장내 괴롭힘 방지 조례와 처벌 조항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 '직장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 보고서 캡처
일본 후생노동성이 만든 직장내 괴롭힘 방지 가이드라인.

반면 우리나라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와 규제책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 7월 18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내놓고 올 10월까지 직장 괴롭힘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다. 또 올 12월까지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월 말 현재까지 직장 괴롭힘 방지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초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등의 절차가 이뤄지고 있어 법 개정 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으로 내부 조율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9월 이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 자구·체계를 심사하는 법사위에서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야당의 반론이 제기돼 2개월째 계류 중이다.


글 jobsN 김성민

디자인 플러스이십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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