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어머니께 전화 좀.." 이런 부탁받는 사람들 직업은?

조회수 2020. 10. 4. 1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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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전공한 아기 엄마, 경력단절 이기고 선택한 '이 직업'은?
매일유업 수유·육아상담 전담하는
박정숙·천진희·전수연씨 인터뷰
연구원 등 일하다가 경력단절 겪어
“경력단절 때도 촉 유지하며 준비”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애 엄마들이 모였다. 장성한 자녀를 둔 엄마부터 아이 티를 벗지 못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모여 하는 일은 우유 회사의 고객상담이다. 분유를 먹이는 아기 엄마의 문의를 해결해주는 팀인데 신세한탄을 들어주고 고부갈등이나 육아 문제를 상담하는 일도 적지 않다.


지난 6일 서울 종로 매일유업 본사에서 박정숙(52) 고객상담실장과 천진희(48) 과장, 전수연(41) 과장을 만났다. 

출처: 매일유업 제공
왼쪽부터 전수연 과장, 박정숙 실장, 천진희 과장.

“시어머니와 양육방법 갈등 올 때 ‘전화해 달라’ 부탁도”


- 고객상담실을 전부 엄마들로 구성한 것이 이채롭다.


(박정숙 실장) “고객상담실은 이전부터 있었다. 분유에 대한 문의를 받아주는 업무니깐. 그런데 애를 키워본 엄마들이 답변을 잘하지 않겠냐는 내부 의견이 있어, 엄마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 첫 케이스가 나다. 2000년 고객상담실 엄마 1호 직원으로 입사했다.”


- 입사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박) “식품영양학 전공으로 대학원 졸업 후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했다. 이후 좀 쉬다가 학원에서 과학 강사를 했다. 그러던 중 매일유업에 입사했다. 그 때가 서른 다섯이었다. 처음에는 파트타임이었는데, 1년 뒤 정직원 전환제의가 왔다. 개인사정이 있어 파트타임을 1년 더 하고 정직원으로 전환했다.”


(천진희 과장) “식품회사 연구원 출신이다. 아워홈에서 10년 근무했는데, 당시 세 살 배기 애를 키우느라 퇴사했다. 그리고 2년간 전업주부를 했다. 이후 함소아한의원에서 영양상담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5년 이곳으로 왔다.”


(전수연 과장) “한화그룹과 병원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중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이후 채용사이트를 우연히 보고는 입사했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박) “근무는 오전9~오후6시다. 하지만 준비를 위해 대개 오전 8시30분에 출근한다.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담소를 좀 나눈 뒤, 오전 9시부터 상담을 시작한다. 컴퓨터에 상담 고객별로 이력을 적어놓는다.”


- 아이 엄마들은 어떤 걸 물어보나.


(천) “아기와 함께 있으면서 생긴 소소한 질문이 많다. 수유량이 맞는지, 이유식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등이다. 일부 특수 분유에 대해서 질의를 하는 아기 엄마도 많다. 가령 아토피성 피부인 아기를 위한 분유를 먹는 아기라면, 변이 무르게 나온다. 원료 특성에 따른 것인데, 설사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기가 분유를 먹을 때 집중을 잘 못하는 때도 있다. 100일 전후 아기는 감각기관이 발달하면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주변 환경을 조용하고 어둡게 하여 아이가 수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그 외에 수유 상담, 아기 변 상태 등도 묻는다. 사실 엄마들 입장에서는 분유 알레르기나 아기 변 색깔 등에 대해 묻고 싶은데, 소아과 진료 때는 시간이 부족하고 해서 물어볼 곳이 없다.”

출처: 매일유업 제공
박정숙 매일유업 고객상담실장.

초보 엄마는 잘 모르는 수유와 육아 팁은


인터뷰를 하는 김에 수유와 이유식 팁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 아기 엄마들이 잘 모르는 수유 팁이 있나.


(박) “아기가 분유를 먹다가 잠들면 그냥 놔두면 안 된다. 잠깐 깨워서 남은 분유를 다 먹이고, 트림을 시킨 뒤 재워야 한다. 아이가 충분히 먹지 않고 잠을 자면, 배가 고파서 깬다. 너무 자주 수유를 하면 소화불량이 올 수 있다.”


- 다문화 가정 엄마들도 전화를 거나.


(전) “물론이다. 약간 어눌하지만 또렷한 한국어로 물어본다. 주로 아기가 배탈이 난 것 같다면서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온라인상 외국인이 영어로 문의하거나 재외 교포들이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 이슬람권아기 엄마들이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 유래를 질문해 오기도 한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영어로 질문을 하는 아기 엄마들이 하루에 한두 명 정도 있다.”


- 기억에 남는 아기 엄마가 있다면.


(천) “선천성 대사 이상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기가 있었다. 단백질 소화가 안되는 아기였다. 출생 후 3~7일 사이에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 검사를 하게 되는데, 검사 시행전에 이미 관련 증상이 보였다며 연락이 왔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특수분유를 먹고 잘 크고 있다.”


(박) “때로는 시어머니와 육아 문제로 갈등을 겪는 아기 엄마도 꽤 있다. ‘분유 먹다가 잠들면 놔둬야 한다(깨워서 더 먹이고 재워야 함)’, ‘밥 알갱이를 돌이 안 된 아기에게 손으로 먹여준다.(소화를 할 수 없음)’ 등의 문제로 언쟁이 있다. 내게 ‘우리 시어머니께 전화 좀 해달라’는 부탁도 들어온다.(웃음)”


- 이유식을 먹이는 것도 공식이 있나.


(박) “그렇다. 처음에는 일단 아주 조금 먹인다. 한 티스푼 정도 먹여본다. 그리고 양을 늘린다. 2주 정도 지나면서 식품 종류를 하나씩 추가 하며, 계속 추가할 수 없으며, 5가지 내외로 한다. 쌀, 야채, 고기, 생선, 과일 등으로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 중에서 아기가 잘 먹는 것 위주로 구성하면서도 잘 먹지 않는 것도 섞어 주어야 편식을 예방할 수 있다.”

출처: 매일유업 제공
전수연 매일유업 과장.

“우리 모두 경력단절 겪어…늘 준비 해야”


- 지금은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는데 애로사항이 없나.


(박) “지금이야 애들이 다 커서 그렇지, 학교 보내면서 힘 들었다. 친정 어머니가 많이 도와줬다.”


(천) “친정 어머니의 희생이 컸고, 학원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뺑뺑이’라고 하지 않나. 애가 초등학생 때는 학원을 보내면서 보육 공백을 해결했다.”


(전)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 막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요즘에는 주변 전업주부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 과장은 인터뷰한 날에도 이웃인 주부 최모씨의 도움으로 초등학교 봉사활동 순번을 바꿀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 이곳에서 상담실 직원으로 일하려면 조건이 있나.


(박) “일단 식품 전공자여야 한다. 그래야 성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아기 엄마여야 한다. 그 외에는 조건이 없다. 덕목을 꼽자면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반복된 질문에도 꾸준히 계속 답을 해줄 수 있는 참을성이 있으면 좋겠다.”


(전) “아기를 사랑해야 한다. 아기 변을 사진 찍어서 올리면 소아과 의사(정지아 매일유업 아시아모유연구소장)가 무료로 답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회사와 제휴한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의 모유를 수거해 무료로 분석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업무 자체가 아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 아기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박) “아이는 다 똑같지 않다. 조금 느긋하게 육아를 했으면 한다.”


(전) “카더라 통신에 휘둘리지 말자. 인터넷에서 퍼지는 정확하지 않은 소식을 신뢰할 때가 있다. 우유 먹이지 마라, 고기 먹이지 마라 등이다. 성인병을 걱정하면서 소금을 아예 안 먹여야 한다는 글도 있었다. 적절한 수준에서 먹이면 안전하다.”


-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전)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채용 정보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천) “우리 모두 경력단절을 겪었다. 하지만 경력단절에 낙담만 하고 있으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 늘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학설, 새로운 트렌드는 쏟아져나온다. 이를 평소에 파악하고 있어야, 구인 자리가 났을 때 잡을 수 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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