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때문에 만들었다가..전업주부의 대박 아이템은?

조회수 2020. 10. 4. 1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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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치유 위해 만든 조미료로 대박 친 전업주부
[n잡시대 ⑤] 정성깃든 김인경 대표
난임 때문에 만든 천연 조미료로 창업
”직장생활, 경단녀 모두 겪었기에 가능했던 일”

<편집자주> 직장 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정년퇴임으로 은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을 넘어 ‘n번째 직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당신의 n잡은 무엇인가요. 이직·창업·프리선언 등 전업에 성공한 ‘프로 전업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우리회사 에이스’ 10여년 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김인경(40)대표에게 늘 따라오던 수식어다. 두바이, 영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를 돌면서 친화력으로 바이어들을 친구로 만들고 주문량을 늘렸다. 다른 회사 스카웃을 받아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기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3년 차 스타트업 대표로서 새로운 경력을 쌓고 있다. 2015년 천연 조미료 브랜드 ‘정성깃든’을 런칭한 것이다. 정성깃든은 보리새우, 홍합, 멸치 등 재료만 100% 갈아 만든 원물 천연 조미료를 생산·판매한다. 요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작년 매출 1억3000만원 달성했고 올해는 2억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김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것도, 매번 승승장구하던 것도 아니었다. 결혼 후 난임과 경력단절을 겪기도 하고 처음 하는 사업에 쩔쩔매기도 했다. 부경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자리한 정성깃든 사무실에서 신제품 준비로 바쁜 그를 만나 전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정성깃든 김인경 대표

여행경력 살려 무역회사 취직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김대표는 용인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등록금을 스스로 벌어야 했다.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갈수록 장학금을 위해 영상을 만들고 있는 본인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2학년을 마치고 휴학 후 인도, 네팔, 유럽 등으로 배낭여행을 다녔다.


"실컷 여행을 다니다 돌아오니 부모님께서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으셨습니다. 부모님께선 제가 국문과로 다시 진학하길 원했고 저는 국문과가 싫었죠. 타협을 본 것이 경영학과였습니다. 시험을 보고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로 편입학했고 2002년 2월 졸업 후 바로 취업했습니다."


직물을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취업했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관련 전공도 아니었지만 여행 경력을 인정받았다. 샘플을 가지고 바이어들과 미팅을 주선하고 주문을 받아오는 해외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얼마가지 않아 신입사원임에도 남다른 친화력으로 바이어들과 어울리고 성과를 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에는 네팔 여행 중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주말부부 생활과 난임 겪고 부산으로


결혼을 하면 임신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2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그때부터 서울의 유명한 난임 클리닉은 물론 각종 검사와 상담을 받으러 다녔다.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해 더욱 애가 탔다. 1년 뒤에는 남편이 부산으로 이직을 해 주말 부부생활을 시작했다.


"한 주는 남편이 저를 보러오고 한 주는 제가 갔습니다. 2년 정도 반복하니까 지치더군요. 무엇을 위해 이러고 사는지 헷갈렸습니다. 결국 남편 따라 부산에 자리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거기서 다시 취업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결정이었죠."


부산에 내려와 구직을 시작했다. 김대표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3개월 정도 구직활동을 했지만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커리어 우먼에서 경력단절 여성이 된 것이다. 부산에 온 것을 잠깐 후회했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건강한 삶을 살면서 체질 개선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먹던 인스턴트 식품을 끊고 직접 요리하기 시작했다. 이바지 음식(결혼 전 주고 받는 예물 음식)을 만드는 시어머니를 따라 제철 재료를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어시장, 경매장 등을 다니면서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게 마냥 신기했습니다. 철에 맞는 재료들로 요리하는 시어머니를 보고 배웠습니다. 제 식습관도 반성하게 되더군요. 요리할 때도 아예 건강하게 먹자는 생각으로 조미료를 넣지 않았어요. 확실히 맛이 없더군요. 맛을 보완하기 위해 멸치를 갈아 넣었더니 감칠맛이 살아나 음식 맛이 좋아졌습니다. 그 뒤로 멸치, 새우, 다시마 등을 말려서 요리할 때 넣어 먹었습니다."

출처: jobsN
(왼쪽부터)집에서 혼자 쓰기 위해 만들었던 조미료. 입자가 굵다. 처음에는 팩과 플라스틱 통에 넣어 팔았다. 원산지, 유통기한 등을 모두 손으로 직접 썼다.

반가운 임신 소식, 스타트업 대표로서 첫 발걸음


체질 개선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첫째를 임신했다. 김대표는 "직장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은 결과라고 말했다. 요리를 시작한 후 꾸준히 표고 말리는 사진, 멸치 내장 제거하는 사진 등 천연 조미료 만드는 과정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천연 조미료를 살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아기 키우는 엄마들의 문의가 많았다.


문의가 끊이지 않자 팔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판매 경로를 알아보던 중 집 주변 플리마켓(flea market)을 알았다. 3000원짜리부터 1만원짜리까지 팩에 담아 다양하게 준비했다. '안 팔리면 내가 먹지'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뜻밖의 성과를 냈다. 준비해 간 것을 모두 팔아 7만6000원을 번 것이다. 두 번째 참여했을 땐 10만원을 벌었다. 내가 만든 걸 누군가 사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중엔 온라인에서 사전 주문을 받았는데 당시 100만원이 훌쩍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창업의 '창'자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막막했죠.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부경대학교 창업지원센터를 발견했어요. 찾아가니 예비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알려줬습니다. 그중 부경대와 연계한 창업선도대학 프로그램에 지원했어요. 그곳에서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서류, 회계, 법률 등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대학캠퍼스 내 사무실은 물론 지원금을 받아 '정성깃든'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은 4명의 직원과 함께하지만 처음엔 직원 없이 혼자 시작했다. 주변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회사명, 패키지 등을 밤새 준비했다. 로고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낮에는 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찾아다녔다. 수십 개의 공장과 미팅을 하고 나서 추구하는 방향이 같은 곳을 만날 수 있었다.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입자를 더 곱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기계를 새로 만들었다. 초미리 분쇄 기계를 개발해 요리할 때 건더기가 떠오르지 않고 음식에 잘 스며들게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2015년 12월 네이버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김대표는 첫 주문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인터넷에서 처음 본 저희 제품을 어떻게 믿고 구매하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믿고 사주셔서 감사하고 오늘을 잊지 않고 더 믿음직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쪽지를 보냈습니다.” 2개월 반 만에 1000세트를 팔았다. 네이버 스토어가 선정한 고객이 많이 본 천연 조미료 1위에도 올랐다.

출처: 정성깃든제공
(왼쪽부터)원물만 100%갈아 만든 조미료. 원물을 그대로 말려 팩에 넣은 해물육수팩

출시 3년 만에 매출액 2억 바라보는 정성깃든


2016년에는 KBS 농수산 창업경연 프로그램 ‘나는 농부다’에 출연했다. 900대 10의 경쟁률을 뚫고 TOP10에 뽑히기도 했다. 그때 알게 된 쇼호스트가 정성깃든 홈쇼핑 판매를 추진했고 올 4월 방영한 정성깃든 홈쇼핑 방송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창업 후 처음으로 백화점 판매도 했다. 바이어 눈에 띄어 추석 특판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CJ, 동원 등 쟁쟁한 대기업들 사이에서 3주 동안 준비한 제품을 모두 팔았다. 성과가 좋아 올 설날과 추석에 다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추석 때는 선물 세트 가이드북 베스트5 안에 들기도 했다. 덕분에 매출이 올랐다. 판매를 시작한 첫해에는 7000만원의 매출을 냈고 작년엔 1억3700만원이었다. 올해는 매출액 2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재료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미료 원재료를 납품 받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바다 사정이 일정하지 않아 누가 언제 어디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구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어떤 날은 최상급이 잡히지만 어느 날은 쓸 수 없는 재료만 잡힐 때도 있습니다. 디포리는 국내에서 잘 잡히지 않을뿐더러 건조를 하면 껍질이 정말 잘 벗겨집니다. 모양이 예쁘지 않은 것과 불량인 것을 버리다 보면 수량을 채울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때는 정말 속이 타들어 가죠.”


김대표는 조미료 수분 함유량을 7% 미만으로 정했다. 수분이 많을수록 미생물 번식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조과정이 중요하다. 멸치, 홍새우, 홍합 등 재료 종류에 따라 건조 시간과 온도가 다르다. 같은 재료일지라도 크기와 잡는 시기에 따라 건조 환경이 달라진다.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서 김대표만의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천연 조미료 시장은 이미 많은 기업이 진출해있다. 김대표는 ‘좋은 원물을 정직하게 쓰는 것’과 ‘고객관리’를 차별점으로 꼽았다. 좋은 재료가 있을 때만 제품을 만든다. 만약 신선한 원물이 없을 경우에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제품 배송도 모두 관리한다. 지금까지 물건이 바뀌거나 배송지가 틀린 적이 없다고 한다. 한 번은 택배사 부주의로 제품이 깨져서 도착했다는 문의가 들어왔다. 김대표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제품을 보내줬다.

출처: jobsN

”직장생활, 경단녀 모두 겪었기에 가능했던 일”


김대표는 무역회사에 다니고 경력단절 여성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전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역회사에서 바이어를 만나고 주문을 받고, 생산관리 및 고객관리를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전에 해봤기 때문에 지금 회사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을 못 구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땐 ‘서울에 있었으면 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냥 주말부부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해봤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난임도 이겨내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창업 컨설턴트 양성 프로그램,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창업 성공 사례로 강의도 한다. 그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도전해보라고 조언한다. “생각만 해서는 절대 시작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행해보세요. 훗날 좋은 씨앗이 될 겁니다.” 큐브형 제품 출시를 앞둔 있는 정성깃든의 목표는 매출 성장과 고용 창출이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판로를 확장할 것입니다.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는다면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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