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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동전 콧구멍에 넣던 ‘뺑코’ 개그맨, 요즘 뭐하세요?

“만든 영상 100번 보고 올려요”⋯유튜버로 변신한 노장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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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11.11. | 424,384 읽음
‘펫튜버’로 변신한 개그맨 이홍렬
17년간 함께 한 반려묘 영상 유튜브에 올려
40여 년간 모은 사진·동영상 활용
“나이에 맞는 재미, 감동 주는 영상 만들고파”

‘뭐 필요한 거 없수? 없음 말구~’


1990년대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대히트 친 유행어다. 유행어의 장본인은 개그맨 이홍렬(64)씨다. 콧구멍에 500원짜리 동전이 들어가는 묘기를 선보이면서 얻은 별명 ‘뺑코’로도 익숙한 연예인이다. 개그맨 40년 경력의 이 씨가 ‘펫튜버’라는 명함을 하나 더 달고 등장했다. 펫튜버는 반려동물이라는 뜻의 펫(Pet)과 유튜브(Youtube) 채널을 만들고 활동하는 유튜버를 합친 말이다. 17년 동안 함께 한 반려묘와의 추억을 담은 이 영상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내 나이에 맞는, 어른이 만든 채널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홍렬씨가 유튜브에 올린 '풀벌이야기'. / 유튜브
출처 : 이홍렬 · 풀벌이야기(20)엄마,안녕...

반려묘와 추억 공유하고 싶어 유튜브 시작


이씨는 6월부터 유튜브에 ‘이홍렬 TV’라는 채널을 만들고 반려묘인 ‘풀벌’이 등장하는 '풀벌 이야기' 영상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장면을 담은 ‘강화 아재’라는 영상도 솔직 담백한 재미를 준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이 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반려묘 때문이다. 17년 전 고양이가 태어날 때부터 마지막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까지 함께 했다.


“유튜브 계정을 만든 때가 2013년이었어요. 만들어 두고 들여다만 봤어요.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2년 전쯤 문득 키우는 고양이를 보는데 ‘이제 얘도 참 늙었구나’ 생각이 들어라고요. 그때 고양이가 15살이었어요. 사람으로 치면 할아버지 나이겠구나 싶었죠. ‘내가 풀벌이가 된다면 할 말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얼마 후에 제주도로 내려가 2박 3일 동안 5분짜리 영상 40편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몇 년 세월이 흘렀죠. 올해 4월 고양이가 이상해 병원에 갔는데 구강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더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6월부터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홍렬씨.

출처 : jobsN

그가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지 한 달만인 7월에 풀벌은 하늘나라로 갔다. 풀벌은 떠났지만 17년간 함께 한 집사의 유튜브 채널을 찾는 이들은 이전보다 많아졌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양이라는 ‘주인님’을 모시는 ‘집사’라고 부른다. 고양이의 도도한 캐릭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11월 현재 ‘풀벌 이야기’ 구독자 수는 8000명을 넘겼다. ‘감동적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그는 영상을 만들 때 딱 두 가지만 생각한다고 했다. 재미와 감동이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아무도 안 봐도 좋다, 풀벌이와의 아름다운 추억만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유튜브에 자극적인 문구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구독자 수를 늘리려면 그렇게 해야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나이에 맞는, 어른이 만든 채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단 재미와 감동이 없으면 안 돼요. 영상을 통해서 고양이를 이해하면서 키워야 한다는 점,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1980년대부터 캠코더로 촬영…영상 올리기 위해 수백 번 수정


노장 개그맨이 유튜브에 뛰어드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도 유튜버에 도전했다가 빛을 보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얼굴이 알려진 이 씨는 기왕 하는 것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구글코리아에 가서 유튜브에 영상 올리는 방법을 교육받고 그동안 쌓은 데이터도 차분히 정리했다. 그가 6~7분짜리 영상을 찍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5~6시간에 달한다. 영상을 만들기 위해 쓰는 도구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삼성전자 ‘노트8’ 하나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혼자 다 한다.

이홍렬씨가 1993년 MBC 코미디프로그램 '오늘은 좋은날'에 출연했던 모습,

출처 : 유튜브 캡처

“본격적으로 유튜버로 활동한지 6개월 밖에 안됐지만 ‘완전 초보’는 아니에요. 40년간 개그맨 생활을 하면서 기획하는 훈련을 해왔죠. PD, 편집자 등으로부터 어깨너머 배운 것들이 경험으로 축적된 것도 있고요. 그래도 편집할 때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오탈자가 없는지, 더 나은 대사가 없을지 수십 번 고민하고 고쳐요. 한 번 영상을 올리기 전까지 수십 번을 들여다보고 많게는 100번까지도 본 적이 있어요.”


그가 꿋꿋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은 ‘데이터’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과거 사진이나 영상이 거의 매번 등장한다. 한국에서 캠코더를 보기도 쉽지 않던 1980년대부터 날짜를 기록해가며 자식들의 성장기를 화면에 담았다. 40여 년간 찍은 영상과 사진 분량만 1테라바이트(TB)에 가깝다. 가장 최근에 올린 ‘풀벌 이야기’ 영상에는 후배 개그맨 이성미 씨가 27년 전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성미가 유튜브 영상을 보더니 연락을 해왔어요. ‘오빠가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찍는 것이 너무 재밌었어요. 중요한 것은 옛날에 찍은 동영상 테이프들을 다시 수백만 원을 들여서 디지털로 옮겨놨다는 겁니다. 꼼꼼한 성격이라 모든 것을 정리해야 직성이 풀려요.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까지가 힘들지 일단 디지털화하면 다음 편집은 크게 어렵지 않거든요. 인덱스를 잘 해놔서 몇 년 몇 월만 치면 기록물이 쫙 나와요. 풀벌이도 태어나는 장면부터 마지막 침대에 누운 장면까지 기록했죠. 자식들에게도 얘기해요. 내가 너희들에게 물려줄 것은 기록을 담은 외장하드 하나밖에 없다고.”


유튜버, 짧은 시간 내 승부 보는 종목 아냐…운동처럼 ‘구력’ 필요해

이홍렬씨.

출처 : jobsN

이 씨는 흔치 않은 노장의 현역 개그맨이다. TV프로그램에 예전처럼 모습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어도 활동은 꾸준히 해 왔다. 케이블TV 방송은 물론 강의도 활발히 나간다. 한 달 평균 10번 정도 강의를 한다. 일반 시민들부터 자원봉사자, CEO까지 대상도 폭넓다. 강의 주제는 ‘즐겁게 사는 법’이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면 바로 전화가 와요. 왜 전화를 하냐고 하면 글자가 잘 안 보여서 문자를 못 친다고 해요. 나도 처음에 어색했는데 연습하니까 되더라고요.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도 무지 많이 연습했어요. 신의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지금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빨라요. 강의도 그랬어요. 초기에는 사회를 보라면 봤지 강의는 못하겠다 했어요. 그런데 연단을 스테이지라고 생각하고 청중을 웃게 만들자는 목표로 서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유튜브 확산이 가속화되는 것처럼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개그맨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씨는 “막상 시작하고 보니 유튜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더라”며 “경력, 자료를 많이 쌓아둬야 나중에 경쟁력 있게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인 1미디어 시대입니다. 유튜브의 강점은 내가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방송처럼 한번 나오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쟁여두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의 장점이죠. 이 시장은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구분을 확실히 지어줍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디어,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이에요. 하지만 콘텐츠가 있다고 바로 뛰어들면 안 됩니다. 유튜버 제대로 하려면 2년 정도는 정기적으로 활동해 봐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이 기억나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운동처럼 구력을 쌓아야 합니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하기 2년 전부터 풀벌 이야기를 40편 준비했어요. 초기에는 영상과 대본을 각각 기획해야했는데 이제는 별도로 대본을 쓰는 작업이 필요 없어요. 영상 작업과 동시에 대본을 써 내려가거든요. 앞으로 내가 출연하는 영상도 만들고 싶네요.”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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