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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가장이 됐지만 돈 걱정없이 외국서 공부할 수 있었어요

낯선 학문? 경제적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공부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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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11.10. | 3,450 읽음
지구청년 시리즈 ②
이화여대대학원 북한학 석사과정 고민정씨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연구원 경험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에서 북한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고민정(26)씨.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우드로 윌슨 센터는 1968년 윌슨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미 의회가 설립한 외교·안보 분야 연구소다. 싱크탱크(연구소) 세계 톱 10에 드는 곳이다(출처 2013 Global Go To Think Tank Index). 한미 대화, 합동 주최 세미나 및 토론이 자주 열린다.


북한학은 낯선 학문인데다 분단 상황 상 국내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하기 쉽지 않다. 국내 중요한 자료나 관련 서적 등은 대부분 기밀문서여서 일반 학생이 열람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 중요 자료가 미국에 있다. 고씨에겐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집안의 가장이다. 학창시절 그의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고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계속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도 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던 그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외교부 지구청년 사업이다. 그는 이 제도를 이용해 ‘낯선 학문을 공부하는 어려움’과 ‘경제적 난관’이라는 두가지 장벽을 넘었다.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에서 북한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고민정씨.

출처 : jobsN

어떤 연구할지 목표 명확해야


학부에서 사학과 사회학을 복수 전공했다. 북한학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2013년 베를린 동독 박물관을 본 것이다. “예전 동독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집·부엌·거리·자동차·잡지·라디오 등을 그대로 보존해 놓았어요. 우리도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이런 식으로 알 수 있겠다 싶었죠.”


석사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다 2016년 KF 글로벌챌린저 프로그램을 알았다. 외교부 지구청년 사업 중 하나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미국·러시아·스웨덴 등 국제 연구기관에 인턴연구원을 파견하는 사업이다. 파견자에게는 생활하고 연구하는 데 필요한 체재비(월 2279달러)와 왕복 국제항공료를 지원한다.


KF 프로그램에 선발되려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야 했다. 고씨는 미리 자격 요건부터 갖췄다. 대학(원) 학점은 3.35이상(4.5만점 기준)이어야 했다. 학부와 대학원 성적표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학부와 대학원 최근 성적을 합해 환산한 고씨의 학점은 4.0점이었다. 

우드로 윌슨 센터 연구보고 모습.

출처 : 고민정씨 제공

토익 점수도 945점으로 자격 요건을 맞췄다. KF 프로그램 지원 자격 요건은 공인영어성적 TOEIC 850점, TOEFL 100점(IBT)·250점(CBT), TEPS 750점 이상이다. “회화는 기본 수준이면 무리 없지만, 영어 논문과 연구 서적을 보기 때문에 독해·작문 실력은 중요합니다.”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제안서를 내야 한다. 고씨는 자소서를 쓰기 전 3~4개월 동안 고민했다. “가서 무엇을 얻고 돌아올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표를 명확히 했어요.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 지원받아 해외에 한번 나가볼 기회’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어떤 연구를 할지 고민 없이 그냥 간다면 우왕좌왕하다 성과 없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안서에는 어떤 연구를 할지 목적과 계획을 담아야 한다. 고씨는 제안서를 작성하기 전 ‘기관 조사’를 강조했다. “내가 지원하는 기관이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자료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관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그래도 정보가 부족하다면 기관에 직접 물어보면 좋습니다.”

(왼쪽부터) 센터 앞 레스토랑에서, 워싱턴 벚꽃축제에서.

출처 : 고민정씨 제공

고씨는 소비에트연방의 북한과 베트남에 대한 지원을 비교하는 연구 제안서를 썼다. “6.25 전쟁이 끝나고 소련이 북한에 지원을 많이 해줬다는데, 소련이 북한에만 각별히 지원한건지 아니면 베트남과 차이가 없는지 알고 싶었어요. 북한이 소련에 어떤 존재인지를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면접은 2차례였다. 한국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면접을 봤고, 이후 우드로 윌슨 센터와 스카이프로 화상면접을 봤다. “인턴십을 하고자 하는 동기를 중시했어요. 면접관이 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느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얻어 가고 싶은지 등을 물어봤어요.”

근무하는 모습.

출처 : 고민정씨 제공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자료 볼 기회


인턴연구원의 일은 ‘개인 연구’와 ‘연구소 업무 지원’으로 크게 두가지였다. “연구자료를 취합하거나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때는 뉴스를 취합하거나 회의 준비를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키워드대로 자료를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단순 업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미국 국회도서관의 자료, 북한 관련 잡지도 볼 수 있었어요.”


외교·북한 관련 학회에도 적극적으로 찾아갔다. “센터에서 학회나 회의가 많이 열려서 외교 안보 분야 관계자와 학자를 만날 수 있어요. 물론 먼저 찾아가서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하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한번 작은 용기를 내니 인연이 계속 이어졌어요. 우드로윌슨센터의 한국 센터장이 북한 AP 통신 지국장을 했던 분이에요. 얼마 전 한국에 오셨다고 해서 다시 만났습니다.” 

(왼쪽부터) 소련 홍보 영상 필름, 쿠바 국립도서관 카드

쿠바에 있는 호세마르티 국립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볼 기회도 있었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로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북한에서 쿠바로 보내줬거나 쿠바에서 발행한 북한 소개 자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된 다양한 자료를 봤어요.”


고씨는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룸메이트 2명과 함께 살았다. 월세 약 240만 원을 셋이 나눠냈다. 보증금은 1개월치였다. 워싱턴 D.C는 1개월분을 초과하는 보증금을 낼 수 없도록 규제한다. 고씨는 한달에 약 2300달러씩 KF에서 지원받은 체재비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외식 한번에 25~35달러이기 때문에, 주로 집에서 해먹고 도시락을 싸서 다녔어요. 룸메이트가 있었기 때문에 외롭지 않고 즐겁게 지냈습니다. 저는 북한학, 룸메이트 언니들은 개발학, 국제정치를 전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맨 위) 미 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 VOA(Voice of America) 스튜디오에서. (왼쪽부터) 미 국회도서관에서, 미 연방대법원에서. 다양한 기업, 기관을 견학했다.

출처 : 고민정씨 제공.

나답게 사는 게 뭘까 고민해보는 계기


8월 초 귀국해 3학기에 재학 중이다. 조교로 일하기 때문에 귀국하자마자 학교 행사를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외교부 지구청년 프로그램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길을 찾았다. “과거 북한에 있던 일들이 사실 확인 없이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아요. 북한의 역사를 좀 더 명확히 알고 싶습니다. 또 학자와 연구원의 역할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현학적인 단어 때문에 학문과 현실에 괴리가 생기는 일을 경계하고 싶습니다.”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고씨는 “인턴십을 다녀오기 전에는 늘 아등바등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학원·박물관 기념품숍·맥도날드 라이더·과외·리서치 알바를 했다. 각종 정부·기업 장학금을 찾아다녔다.


“제가 워싱턴에 가기 전에 교수님이 ‘너를 한번 돌아보라’고 말씀을 했습니다. 제가 조급한 게 보였나봐요. 그런데 조급해도 해결되는 건 없더라구요.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저런 지원 프로그램을 제때에 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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