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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할리스, 아내는 이디야..저흰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조회수 2020. 10. 4. 16: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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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할리스, 아내는 이디야..커피숍 점주 안착 비결은요
[n잡시대②] 커피숍 운영 김주엽·박승란 부부
할리스-이디야 연이어 열며 전업 성공
“창업 전 지하철역마다 내려 커피숍 탐방”

<편집자주> 직장 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정년퇴임으로 은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을 넘어 ‘n번째 직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당신의 n잡은 무엇인가요. 이직·창업·프리선언 등 전업에 성공한 ‘프로 전업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미안. 오늘도 야근이야. 우리 그냥 내일 볼까?”

“아니야. 괜찮아. 회사 근처에서 기다릴게. 끝나면 연락 줘.”


이제는 중년이 된 한 부부의 20년 전 대화다. 김주엽씨는 박승란씨의 전 직장 삼성물산이 있는 서현역을 자주 배회했다. 박 씨의 퇴근 시간은 항상 불규칙했고, 주말에도 자주 회사에 불려나갔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하철역 다섯 정거장을 사이에 둔 ‘할리스커피 서대문역점’과 ‘이디야 신당점’. 둘은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서로의 매장을 오간다.


아내 박승란씨는 삼성물산 식품관리팀에서 1992년부터 15년간, 남편 김주엽씨는 정보통신회사 생산팀에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일했다. 둘이 합쳐 30년의 직장생활을 한 셈이다. 부부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하나씩 차렸다.


아이를 가진 것이 계기였다. 2007년 6살이던 딸의 유치원 등·하원을 시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집안 어르신들 중 아이를 돌봐줄 분도 안 계셨다.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 그 해 겨울, 아내 박승란씨는 사직서를 던지고 모험에 뛰어들었다.

출처: jobsN
박승란(왼쪽)·김주엽(오른쪽) 부부가 나란히 앉아 웃고 있다. 부부의 앞에는 이디야·할리스의 종이컵이 놓여져있다.

“이건 운명이다” 싶을만큼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마침 지인의 건물에 자리가 났다. 서대문역 근처였다. 여러 업종을 놓고 고민하던 중, 분당 삼성물산 사옥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커피전문점을 떠올렸다. 서대문역에도 직장인이 많으니 커피전문점을 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러 커피전문점 브랜드 본사에 연락을 돌렸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고 하자 철저히 교육시켜 줄 것을 약속한 할리스커피와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할리스 본사에서 4주간 교육을 받았다. 첫 주는 개별 교육, 나머지 3주는 직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가며 카페를 연 지도 어느덧 11년이 흘렀다.

출처: jobsN
할리스 서대문역점 외부 테라스

부부는 “타이밍이 좋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11년 전인 2007년에는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이 나름 블루오션이었다”고 했다. 물론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박 씨는 카페 홍보를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학생 손님을 유치하려고 근처 학교마다 찾아가서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플랜카드를 달았어요.”


요즘 할리스 서대문역점은 일주일에 약 1500~1600잔 정도의 음료가 팔린다. 평일 점심시간이 가장 붐빈다. 평일은 하루 평균 250잔, 주말은 하루 평균 150잔 정도가 나간다. 안정적인 매출을 얻기까지 약 3년간 공들였다.

출처: jobsN
할리스 서대문역점 내부

사랑하면 닮는다더니…발로 뛰는 게 특기인 두 사람


남편 김주엽씨는 원래 계속 회사에 남아 있을 생각이었다. 둘 중 한 사람은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업 3년만에 할리스커피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자 김 씨의 생각도 변했다. 자녀 양육과 노후 대비,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 돈은 평생 필요했다. ‘정년이 정해지지 않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2010년, 김 씨도 사표를 던졌다.


비교적 익숙해진 업종인 커피전문점. 그 중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이디야를 열기로 결심했다. 본사에 연락했더니 점포개발팀에서 여러 후보지를 추천해줬다. 하지만 김씨는 “아무래도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할 것 같았다”면서 후보지들을 직접 물색하기 시작했다.


신혼집을 구할 때보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마다 내려 부동산을 순례했다. “목좋은 자리 있냐” “몇 평이냐” “권리금은 얼마냐” 등 한 번 질문을 시작하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조건에 맞는 후보지를 찾으면 그 근처에서 하루종일 시장조사를 한다. 시간대별 유동인구는 얼마인지, 근처 카페 손님은 얼마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는 후보지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죠.” 한가한 티 타임이 아니다. 영수증에 써진 번호를 얻기 위해서다. 그날 그 카페가 판매한 음료의 잔 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부동산에서 확인한 임대료와 시장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모아 꼼꼼하게 손익계산을 했다. 철저한 분석 끝에 입지를 정했다.

출처: jobsN
이디야 신당점 외부 모습.

부부는 2010년 12월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 이디야 신당점을 열었다. ‘자영업 선배’인 아내가 ‘할리스 3년 경력’을 살려 이디야를 키우기로 하고, 남편 김 씨는 할리스를 맡았다.


분석과는 달리 초반 고객 유치가 쉽지 않았다. 홍보를 위해 개업 후 3일 간 ‘전 메뉴 1000원 판매’ 행사도 열고, 키다리 퍼포먼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전단지도 배포했다. “평일 낮에 골목을 지나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전단지 알바생에게 들어와 쉬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하는 김 씨의 표정에서, 그 당시의 걱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출처: jobsN
이디야 신당점은 '신당동 떡볶이 타운' 입구에 위치해 있다.

시장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근처에 동대문이 있어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나 디자이너들이 많았다. 주말에 신당동 떡볶이를 먹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타켓층을 파악하고 주력 메뉴를 고민했다. 시원한 얼음이 들어간 ‘플랫치노’ 광고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골 고객이 자주 주문하는 음료를 기억해두고,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척척 주문을 받았다.


할리스커피와 비슷하게 3년쯤 지나자 매출이 안정적으로 올랐다. 요즘 이디야 신당점은 일주일에 평균 약 1800잔 정도의 음료가 팔린다. 평일 하루 평균 250잔, 주말은 하루 평균 300잔 정도다. 할리스커피와는 반대로 평일보다 주말에 더 붐빈다.


사장만 한 직원 없고, 주인만 한 종업원 없다


직장생활의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 김씨는 “그 때(회사 재직 중)도, 지금도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 뽑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15년 경력의 팀장이었던 김씨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면접관으로 자주 참여했다.


대답의 내용보다 눈빛이나 태도를 더 눈여겨본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고급 바리스타 기술자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오랫동안 근무할 수만 있다면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라도 환영이다.

출처: jobsN
박승란(왼쪽, 이디야)씨와 김주엽(오른쪽, 할리스)씨는 '사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직접 주문을 받거나 커피를 내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면접관’의 경험을 살려 아르바이트생을 뽑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생기게 마련이다. 알바생이 말도 없이 그만두면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까지 온종일 음료를 만들어야한다. 오픈부터 마감까지 혼자 해야하는 날도 있다.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사람을 관리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바빴다’고 이들 부부는 말했다. ‘월차’를 낼 수도 없고, ‘휴가’가 정해져있지도 않았다. 알바생이 잠수를 타면 당장 카페로 달려간다. 매출이 오르지 않을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홍보에 나서야 한다.


정년, 있다 없으니까


두 카페가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면서부터 그제야 ‘시간과의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단 ‘내 시간’이 크게 늘었다. 김씨는 5년 전 담배를 끊었다. 전업 이후 스트레스가 줄어서 술 마시는 날도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운동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집 근처 헬스장에 꼬박꼬박 출근 도장을 찍는다. 주말에는 딸과 함께 테니스장에서 땀이 나도록 뛴다.


‘정년 걱정은 없겠다’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이 건물의 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사장’으로 불리기 때문에 ‘갑’처럼 보이지만, 임대인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을’ 임차인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그런 점에서는 ‘언제 잘릴 지 모르는 직장인의 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일에는 ‘노오오오력’이 필요하다


부부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아내 박씨는 “창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이 아니면 길이 없어서 내몰린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담이었다.


남편 김씨는 “좋은 입지를 먼저 찾은 후에 창업을 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역시 경험담이다. 부부는 카페를 개업하면서 ‘입지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할리스커피는 운 좋게 좋은 자리를 얻어 개업했다. 하지만 이디야는 개업하기까지 좋은 입지를 찾느라 6개월 간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전업한 비결에 대해서는 ‘노력’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아내 박씨가 홍보를 위해 이곳 저곳 포스터를 붙이고 다닌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시도한 것. 남편 김씨가 직접 발로 뛰면서 시장조사를 하고 투자 대비 수익률을 철저히 분석한 것. 딱 3년간 온갖 노력을 쏟았더니 어느새 두 카페가 모두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었다.


만약 창업을 이미 결심했다면, 입지 후보지들의 조건에 맞춰서 손익계산, 예상매출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분석한 결과가 틀릴 수도 있다. 막상 개업했는데 예상했던 매출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봐야 한다.

출처: jobsN
이디야 신당점에서 일하는 아내 박승란(왼쪽)씨를 만나러 온 남편 김주엽(오른쪽)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현상유지’


부부는 10년 전을 되돌아보면서 본인들의 ‘모험심’에 새삼 놀라워했다. “그땐 우리도 젊었다”는 아내 박씨. 그 옆에 나란히 앉은 남편 김 씨는 “뭐든 시도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커피전문점’에 있어서는 도사가 아닌가”라며 새로운 카페를 더 열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부부는 “그저 이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더이상 모험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도전’보다는 ‘안정’을 찾는 걸 보니 우리도 나이가 들었나보다”라며 웃었다.

글 jobsN 이영지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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