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0만원에 회사는 사라졌지만..팬택맨들의 부활

조회수 2020. 10. 4. 17:0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베트남에 진출한 팬택의 후예
베트남에 첫 프리미엄 애플인증 받겠다
“베트남 서비스 한단계 도약” 애플도 기대

불과 몇년전 한국 스마트폰 시장엔 세계 최고라는 삼성전자, 애플과 맞대결을 벌인 업체가 있었다. 바로 거인 골리앗과 싸운 다윗이라 불렸던 팬택이다. 다윗은 골리앗을 이겼지만 팬택은 애플 삼성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다. 2015년 5월 법정관리를 택한 팬택은 헐값에 여기저기로 팔리는 신세로 전락했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때 조단위 매출을 올렸던 팬택은 마지막엔 단돈 1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삼성, 애플과 대기업 팬택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그리고 얼마 전 팬택맨들이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팬택 서비스 직원들이 다시 모여 2015년 아이폰 전문 수리업체 앙츠(ANTZ)를 설립한 것이다. 한때 경쟁자였던 애플 제품의 수리를 맡은 것이다. 앙츠는 설립 2년만에 국내에는 4개 밖에 없는 애플 ‘프리미엄 인증 서비스센터’(PSP) 자격을 얻었다. 앙츠의 전체 센터 중에 PSP는 모두 9개다. 생존을 위해 과거의 적과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는 길을 택했다. 

출처: 사진 jobsN
앙츠 호치민 법인 개소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전응식(왼쪽부터) 대원 대표, 박창진 앙츠 대표, 김정민 앙츠 호치민 베트남 법인장

애플 코리아와 신뢰를 쌓은 앙츠는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애플 인증 서비스 센터’(ASP) 모임에서 우수사례로 자사를 소개할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애플 지사들이 앙츠에 관심을 보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베트남이다. 그리고 10월30일 한국 AS기업 사상 최초로 베트남 호치민에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진 팬택의 후예들은 이렇게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앙츠 베트남 법인에 공동투자한 건설기업 대원의 전응식 대표, 박창진 앙츠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정민 법인장은 “애플이 '앙츠가 애플 베트남의 서비스 질을 한단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 8월부터 호치민 센터 구축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정민 베트남 법인장을 만나 해외에서 AS 서비스 센터를 구축한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사진 jobsN
김정민 앙츠 베트남 법인장

-처음부터 AS 관련 기술자로 일했나.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제주도에 계시는 아버지 사업을 도왔다. 그러다 아무 것도 없는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하루는 팬택에 다니는 여자친구가 AS기사를 뽑는다며 지원하라고 했다. 전공이나 경력 같은 자격조건은 없었다. 합격하고나자 교육을 받아 인천 주안 센터에서 근무했다.


5년만에 센터장으로 승진했지만 기쁘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워져 선배들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1년만에 AS 부문을 제외한 매각을 하기로 했다. 그 때 박창진 대표님이 팬택 서비스 직원을 모아 앙츠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두고 앙츠에 합류했다.”


-호치민에 오기 전까지 앙츠에서 한 일은 무엇인가.


“앙츠에 합류해 인천 연수 센터를 맡았다. 센터장으로 일했다. 연수센터에서 고객 반응이 좋았는지 앙츠본사에서 불렀다. 서비스 운영팀에서 1년 정도 일했다.”


-서비스센터가 해외 진출을 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


“사실 이전까지는 가전제품 업체들이 해외에 나가면 현지에 AS센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AS센터가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2017년에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상을 받은 게 계기였다.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앙츠의 노하우를 탐냈다.


AS센터의 해외 진출 소식에 다른 ASP에서 많이 놀랬던 것 같다. 인건비 등 문제로 전자제품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의미가 큰 것 같다.”

출처: /jobsN
앙츠 호치민 센터를 소개하는 김정민 법인장

-베트남 근무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올해 1월 앙츠는 베트남 진출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베트남 시장 조사를 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업무에 합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트남에서 사람을 뽑고 센터 설립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했다. 6월에 법인장을 하라고 했다. 8월부터 호치민에 법인을 만들면서 호치민에서 살았다. 사실 베트남은 자료 조사를 하면서 안 나라라서 걱정이 많았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베트남에서 아이폰 이용자가 많이 있나.


“베트남은 몇 해 전까지는 저가폰이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트렌드도 있다. 문제는 정식으로 구매한 사람이 아니라 해외 중고품을 산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 분들은 정식으로 서비스 접수를 할 수 없다. 이런 분들은 사설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좋은 서비스를 하면 정식 구매자가 늘어날 거다.”


-베트남에서 센터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게 있었나.


“사람 뽑는 게 제일 어려웠다. 베트남에서 앙츠는 전혀 모르는 회사다. 당연히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당장 사업을 하지 않으니 뽑아놔도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있는 직원들은 힘든 기간을 잘 버텨준 사람들이다. 서로 신뢰가 쌓였다.


베트남 사람들의 느긋한 성격도 사업 추진을 힘들게 했다. 관공서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허가를 받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며칠 몇시까지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렇게 해도 그날 늦게나 자료를 보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센터 입지가 좋다. 장소를 알아보러 몇 군데나 다녔나.


“처음 베트남에 와서 센터 장소를 알아보러 열흘 동안 하루에 10여군데씩 다녔다. 못해도 40~50곳 정도는 돌아다닌 것 같다. 시내 중심가는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좋은 곳을 발견해 애플 베트남에서도 좋은 장소라고 수락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자리가 나오자 너무 좋다며 여기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곳으로 정했다. 타이반룽가는 호치민의 가로수길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바로 옆에 프랑스 문화원도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유동인구도 많다.”


-다른 수리점과 비교하면 어떤 경쟁력이 있나.


“센터 오픈 전에 다른 ASP도 많이 다녔다. 베트남에는 6개 ASP가 있고, 모두 20곳의 센터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한국에 비해 열악했다. 서비스 수준도 그리 높지 않았다. 애플에서는 이용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커뮤니티룸도 만들었다. 그곳에서 애플의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줄 예정이다.”

출처: 사진 jobsN
아침에 센터에 출근해 업무준비를 하고 있는 앙츠 직원들

-집에는 언제 다녀왔나.


“8월에 베트남에 와서 한 번도 못갔다. 추석에도 여기는 일을 하더라. 내년에 센터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한 번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트남에 한국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앙츠 사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앙츠에 투자한 대원만 하더라도 베트남에서 18년째 활동을 하고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호치민 시에만 공식적으로 한국인이 10만명이 살고 있다. 센터 근처에는 CJ 베트남 지사가 있다. 한화도 내년에 드림플러스를 세워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을 도울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빠르게 발전하는 베트남에서 성공 기회를 찾는 한국 기업과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대원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나.


“대원은 베트남에서 아파트 건설과 부동산 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에 가치를 더 해줄 사업자를 찾아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원 건물에 입점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논의를 진행하면서 합작으로 방향을 바꿨다. 앙츠 베트남에 투자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은 호치민 센터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일이다. 베트남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선 고객들에게 알리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베트남은 스마트폰 수리를 판매점에서 일괄로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형 판매점과 관계도 만들어야 한다. 1호 센터가 안정단계에 오르면 2호점도 낼 계획이다. 현재 2~3곳을 알아보고 있다.


베트남에는 아직 PSP가 없다. 애플이 앙츠를 첫 PSP로 선정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글 jobsN 호치민=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