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일하고, 2~3달 쉬고..세후 520만원 받습니다

조회수 2020. 9. 18. 15: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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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과 배 안전 책임지는 항해사
선원과 배 안전 책임지는 항해사
길게는 1년 동안 배에서 일해

박지예씨(26)는 2등항해사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해 3등항해사로 20개월 일하고 8개월 전 진급했다. 한 번 배를 타면 짧게는 3개월, 길면 1년까지 바다에서 생활한다. 항해가 끝나면 2~3개월 쉬는 일상을 되풀이한다. 아시아는 물론 북미·남미·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누볐다. jobsN이 박지예 항해사를 만나 바다 생활에 대해 들었다.

출처: 박지예씨 제공
짐을 실으러 호주로 가는 인도양 바닷길에서.

마흔에 선장 진급, 연봉 체계도 복잡해


-항해사의 직급 체계가 궁금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12~20개월 3등항해사로 일한다. 근무 태도와 능력을 인정받아 선장이 추천서를 써주면 심사를 거쳐 2등항해사로 진급한다. 2등항해사로 15개월 이상 일하면 1등항해사로 진급하는데, 마찬가지로 선장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1등항해사로 보통 5년 이상 일하면 선장 진급 기회가 온다. 빠르면 35살, 보통 38~40살에 선장으로 진급한다. 대기자는 있을 수 있지만, 따로 진급하는 인원 수가 정해져있지는 않다.”


-처우는.


“지금 월 실수령액이 520만원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신임 3등항해사의 업계 평균 실수령액은 월 350만~400만원. 선장의 실수령액은 월 700만~1200만원이다. 기본급과 고정적인 시간외 근무수당이 나온다. 배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 일일이 계산하기 어려워서 시간외근무수당을 고정한다.


생활비 개념으로 달러로 지급받는 ‘본선불’도 있다. 해외나 배에서는 달러를 많이 써서 고정적인 달러 수당을 받는다. 4대보험 중 건강보험을 빼고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료를 부담한다. 건강보험은 회사에서 부담한다.

항해사의 연봉은 고용 형태에 따라 다르다. 현대상선, SK해운 등 규모가 큰 기업은 정규직으로 직원을 뽑지만, 보통 계약직 채용이 흔하다. 정규직은 휴가 때도 지원금을 받는다.


배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위험화물운반선이나 유조선에 타면 수당이 붙는다. 예전에는 해적 출몰 확률이 높은 구간에서 일할 때는 해적수당이 나왔다. 악명 높았던 아덴만 인근 해상 위험이 줄면서 해적수당을 주지 않는 곳도 있다.”

출처: SBS 화면 캡처
지난 2013년 4월 SBS '짝'에 출연한 항해사는 31살에 연봉 8000만원을 받는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해양대 진학 필수 아냐, 군복무 대신하기도


-해양대에 진학해야만 항해사를 할 수 있나.


“아니다. 보통 항해사와 기관사를 해기사라고 하는데, 다른 국립대학에도 해기사 육성 과정이 있다. 2년제인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오션폴리텍 해기사 양성과정이나 해사고등학교 진학을 통해서도 해기사를 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1~2학년 때는 실무에 필요한 이론과 기초지식을 배운다. 3학년 때는 1년 동안 교내나 외부 실습으로 실무 경험을 쌓는다. 4학년 때는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심화 지식을 배운다. 3급항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졸업과 동시에 면허를 발급받는다. 자격증은 필기 시험만 통과하면 딸 수 있지만, 면허는 1년 동안 실습을 해야 받을 수 있다.”


-남자는 병역의 의무도 있는데.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있다. 현역병입영대상자로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정규 교육을 마친 항해사·기관사 면허 소지자가 편입 대상이다. 승선근무예비역에 편입하면 3년 동안 해운·수산업체의 선박에서 일하고 군 복무를 대신한다. 국가는 전시·비상시에 이들을 동원해 물자 수송 등 업무 지원을 맡긴다. 2학년 때 해군 ROTC에 지원해 졸업 후 해군으로 복무하기도 한다.”

출처: 한국해양대 홈페이지 제공
지난 10월11일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가 3학년 학생들을 태우고 원양항해실습에 나섰다.

막중한 책임 따르는 직업, 쉴 때는 골프도 쳐


-배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항해사는 배에 짐을 싣고 내리는 하역 작업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직접 배를 운전하기도 한다.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직업이다.”


-배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생활하고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배 안에 노래방·탁구장·헬스장·수영장·사우나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다. 나는 배에서 제과·제빵도 한다. 집에서 살 때보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한다.”


-쉬는 기간에는 뭘 하면서 지내나.


“평소 하고 싶었던 자기개발을 몰아서 한다. 지난 휴가 때 골프를 시작했고, 이번 휴가 때는 필라테스를 배우려 한다.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외국어를 배우려고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보통 직장인들과 달리 시간 제약이 적은 편이라 자유롭게 휴가를 활용한다.”

출처: 박지예씨 제공
'브릿지'라고 부르는 선교의 모습.

하루 8시간 당직 근무, 기항지에서는 외출도


-하루 일과는.


“2등항해사는 보통 자정부터 4시간, 정오부터 4시간 당직 근무를 한다.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잔다. 11시에 일어나면 밥을 먹고 다시 당직을 선다.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퇴선훈련 등 상황에 따라 추가로 일할 때도 있다. 오후 5시30분에 밥을 먹고 운동을 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도 본다.”


-기항지에서는 뭘 하나.


“정박 기간에 따라 다른데, 당직 근무제로 돌아가는 배에서는 근무 시간이 아니면 ‘상륙’이라고 부르는 외출을 할 수 있다.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심사 과정을 거쳐 현지 국가 상륙 허가증이 나온다. 이를 여권과 함께 가지고 나간다. LA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고, 브라질에서는 항구 인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일이 힘에 부치지는 않나.


“체력만 있으면 충분히 할 만하다. 여러 나라를 다니려면 시차 적응 능력이 필요하다. 입항이나 출항 등의 일로 추가 근무를 할 때도 있다. 이를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은.


“주로 메신저나 SNS를 활용한다. 위성인터넷 이용자가 적은 시간대에는 영상 통화도 가능하다. 보통 메시지 하나를 보내는 데 1~3초가 걸린다. 웹서핑도 할 수 있어서 자료를 찾거나 정보를 얻기도 수월하다.”

출처: 한국해양대 홈페이지 제공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 지난 2005년 순수 국내기술로 건조했다.

꾸준히 경력 쌓아 선장 도전한다


-항해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협업 능력이 필요하다. 배에서는 혼자 하는 일보다 남과 함께 하는 일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정직해야 한다. 배에서 다루는 기계나 화물은 작은 것이라도 배 전체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영어실력도 필요하다. 배에서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선원과 함께 생활한다. 기항지에서는 현지 작업자들과 같이 일해야 한다. 일반 사무직보다는 영어를 쓸 일이 많다.”


-향후 목표는.


“항해사로 꾸준히 경력을 쌓고 선장을 하고 싶다. 중학교에 다닐 때 직업적성검사에서 1순위 직업이 선장으로 나왔다. 선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던 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그 꿈을 키워왔던 것 같다. 아직은 2등항해사지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본다.”


글 jobsN 송영조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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