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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격탄 맞은 문과 출신 92학번 'IMF 백수' 지금은..

조회수 2020. 9. 18.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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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백수가 이제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
김선영 데이터리셔스 대표
"옛날 데이터는 쓸모없는 데이터"
데이터분석·코딩하는 '그로스 해커' 키워야

1997년 겨울 한국기업들은 일제히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른바 IMF가 한국을 덥쳤다. 당시 졸업한 대학생과 실직자를 구제금융을 준 IMF(국제통화기구)에 빗대 ‘IMF 백수’라고 했다. 92학번이지만 어학연수 때문에 졸업이 늦어진 김선영(45)씨도 외환위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1년은 IMF 백수로 지내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어학연수 중에 봤던 닷컴 열풍이 떠올랐다.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따고, 웹마스터 과정도 공부했다. 전공인 영어학을 살려 프로그램 언어 자바(Java)나 공개 운영체제(OS) 리눅스 매뉴얼 번역 일도 했다. 번역을 하려니 코딩도 할 줄 알아야 해 코딩 공부도 했다.


김씨는 벤처기업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곧 LG그룹 웹마스터로 자리를 옮겼다. 고 구본무 회장의 홈페이지를 비롯해 LG그룹의 다양한 홈페이지를 관리했다. 지금은 데이터 분석 마케팅 컨설팅 기업 데이터리셔스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김선영 대표를 jobsN이 만나 마케팅에 데이터 분석과 코딩이 필요한 이유를 들었다.

출처: 사진 jobsN
김선영 데이터리셔스 대표

출산휴가 복귀 후 분석업무 시작


- 데이터분석 업무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LG그룹 웹마스터로 이직하고 나서다. 처음에는 고 구본무 회장의 홈페이지를 관리했다. 브랜드를 위한 다양한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그런데 출산휴가를 다녀오니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내 일을 만들어야 했다.


그 때 아무도 분석업무에는 관심이 없었다. 채널별로 분석업무를 도맡아 했다. 분석 일을 하려니 통계지식이 모자랐다. 통계공부를 하면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공부도 했다. 고객관리를 데이터로 하면서 돈을 버는 분야라 너무 재밌었다. LG에서 구조조정이 있을 때 CRM 컨설팅 회사로 이직했다.”


- 지금 회사는 데이터분석 컨설팅 기업이다. 여기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리서치 회사, 컨설팅 회사 등 여러 회사를 옮기며 ‘웹심리통계학’이라는 나만의 실험을 해 왔다. 웹에서 사람들이 하는 반응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는 일이다. 그러던 중 호주에 있는 데이터리셔스 대표에게 취업제안을 받았다. 링크드인 메일로 연락이 왔는데 모르고 있다 한달 뒤에 답을 줬다. 그런데 바로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서 놀랐다. 다행히 뜻이 맞아 한국에 데이터리셔스를 창업하고 지사가 아니라 회원사 형태로 관계를 만들었다.”


- 데이터리셔스의 현재 매출은 어느 정도이고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2016년에 창업했다. 당시 매출액은 1억원이었는데 작년에는 10억원으로 올랐다. 올해는 3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SK텔레콤, 위메프, 인터파크, KB국민은행, 현대캐피털 등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다. 호주 본사는 페이스북, 레고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출처: 사진 구글
구글 애드워즈 데이터 분석 도구 화면

마케터도 데이터분석·코딩 알아야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로스 해커는 무엇인가.


“그로스 해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코딩하는 마케터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매출을 끌어 올리는 사람이다.


드롭박스 마케팅 담당자였던 셜 엘리스(Sean Ellis)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처음 이 말을 썼다. 당시 션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마케터라는 말로는 자신이 뽑으려는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며 그로스 해커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 그로스 해커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다면.


“데이터를 끝까지 파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새로운 지식에 도전하고 숫자·IT·마케팅·심리를 넘나드는 인재다. 코딩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이다.”


- 기존 마케터와 차이가 있다면.


“마케터는 상품을 파는 데 ‘도움’을 주거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도록 홍보나 이벤트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로스 해커는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도 관여하면서 세일즈도 책임진다. 업무 영역이 더 넓다.”


- 그로스 해커의 업무에 대해 설명해 달라.


“가장 기본적으로 ‘A/B 테스트’를 들 수 있다. 기존 서비스와 새로운 서비스를 동시에 하면서 효과를 검증한다. 페이스북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때 모든 이용자에게 동시에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일부 이용자를 상대로 신규 서비스나 메뉴 순서를 바꾼다. 반응이 좋으면 모든 이용자에게 적용한다. 그로스 해커는 수시로 이런 식으로 A/B 테스트를 하면서 성과를 끌어올린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상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을 상대로 장난하냐’며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생각을 타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 구체적인 예가 있을까?


“온라인 쇼핑 사례를 보자. 보통 쇼핑몰은 ‘인기상품’ ‘신상품’ ‘세부 카테고리’와 같은 순으로 메뉴가 나온다. 그런데 의류는 신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고 신발은 인기상품을 먼저 찾는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고민없이 메뉴를 구성했다. 우리는 일부 사용자에게는 인기상품이 먼저 나오는 메뉴로 노출하고, 다른 사용자는 신상품이 먼저 나오도록 한다. 그 이후 둘을 비교해야 한다. 실험 하나가 구매전환율 0.04% 차이를 보여줬다고 해보자. 하루에 몇억원에 달하는 금액일 수 있다.”


- 마케팅에서 데이터가 왜 중요한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할 때 경영학의 선지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한다.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도 개선할 수도 없다.’ 데이터로 파악하면 마케터가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아끼고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인식전환을 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ROI(return on investment·투자대비수익)가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기업가들이 ‘마케팅에 돈을 썼는데 그 돈이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효과를 모른다는 게 마케터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TV광고·유튜브·신문광고·옥외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 광고를 했다고 보자. 이용자가 상품을 스마트폰에서 구입했다면 스마트폰 광고만 효과가 있는 것인가. 어떤 채널에서 광고 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연결하면 가치 올라


- 데이터도 좋은 데이터와 필요없는 데이터가 있을 것 같다. 필요없는 데이터에는 어떤 게 있을까.


“필요없는 것을 말하자면 옛날 데이터를 꼽을 수 있다. 고객 정보만 보더라도 5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신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미혼인 사람이 결혼을 한다, 학생이 취업을 했을 수도 있다. 기업 임원에서 은퇴한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단시 시간이 5년이 지났을 뿐이다. 옛날 데이터를 많이 쌓아뒀다고 빅데이터라고 하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코미디다.


또 오류가 있는 데이터도 필요없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 그로스 해커는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봐야 한다.”


- 유용한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최신 데이터는 모두 유용하다. 그런데 데이터 하나만으로는 크게 쓸 일이 없을 수도 있다.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야 한다. 웹툰 서비스에서 회원들의 기본 정보로는 마케팅에 활용할 수단이 거의 없다. 그런데 그 정보가 회원이 자주 보는 콘텐츠 정보를 결합하면 마케팅에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쌓아놓은 데이터를 따로따로 보관하고 있다. 서로 연결하면 유용한 데이터로 바뀔텐데 안타깝다.”


- 기업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면서 왜 안하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가공처리 기술이 모자라서다. 데이터를 기록한 저장방식이 다르다보니 서로 연결하기 힘들다. 이제라도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와 쉽게 연결할 수 있게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 그로스해커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이제 어느 분야에서도 코딩이나 데이터분석은 필수다. 의사결정자나 마케터가 모른다면 제대로 영업 할 수 없다. 기술이 마케팅 업무를 빼앗아간다는 두려움이 있겠지만, 이제는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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