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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100만원 아껴드려요..국내유일 이 남자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18. 15: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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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높이려면..", 베테랑 트러커에게 운전 가르치는 국내 유일 이 남자
다임러트럭코리아 김두현 드라이버 트레이너
10년째 트러커들 전담 교육하는 국내 유일 직책
“연비와 수익 직결되는 트러커들 돕는 데 자부심”

“대형 면허는 있어요?”


김두현(40) 다임러트럭코리아 드라이버 트레이너가 트럭 운전사 교육에 나설 때면 자주 듣는 소리다. 트럭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운전 실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트러커(Trucker·트럭 운전사)들이 김 트레이너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김 트레이너는 트럭 운전석에 대신 앉는다. 그리고 조용히 직접 차를 몬다. 찍혀 나오는 연비를 본 트럭 운전사들은 그제야 고분고분해진다.


김 트레이너는 자기 트럭이 없다. 트럭 운전 횟수도 1년에 5~6번 정도다. 하지만 웬만한 트러커보다 운전을 잘한다. 그의 직업은 운전 자부심이 강한 트럭 운전사들에게 차량 유지관리법, 주행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일만 전담으로 하는 사람은 김두현 트레이너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는 “트럭은 사소한 운전습관 하나로 한 달에 50만~100만원의 기름 값이 왔다갔다한다”며 “트러커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일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2일 jobsN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다임러트럭코리아의 출고장에서 김두현 트레이너를 만나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법을 물었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이다. 다임러 트럭은 벤츠의 ‘삼각 별’ 모양을 단 ‘벤츠 트럭’이다.

출처: jobsN
다임러트럭 수원 출고장에서 김두현 드라이버 트레이너.

트럭 특장·판금·도장·A/S 지원 등 트럭의 모든 것 경험


김두현 트레이너는 트럭 회사 근무 경력 18년차다. 그는 지방의 한 2년제 대학교 자동차 정비과를 나왔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 특히 큰 차를 좋아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일본의 트럭 브랜드인 히노모터스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보다 자동차에 대한 선진 문화와 기술을 가진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일본 취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3년간 일했고, 2004년 4월 이베코의 한국 지사인 이베코코리아에 자리를 잡아 귀국했다.


-일본 업체에서 무엇을 배웠나.

“처음에는 차에 색을 칠하는 도장부서에서 일했다. 이후 특장차 적재함 제작업무를 했고, 손상된 자동차 외형을 복원하는 판금 업무도 했다. 일본에서 자동차 구조와 정비에 대해 배운 셈이다. 여러 번 직무가 바뀌었지만 투덜거리지 않았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큰 경험과 자산이라고 봤다. 의욕도 많고 욕심도 많았던 때다. 나중엔 일본인 회사 사장에게도 인정받았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고 하더라.”


-한국에 돌아와서 한 일은 뭔가.

“이베코코리아에서 서비스 기술지원 업무를 2년간 했다. 품질관리 업무도 맡았고, 기술실에서 진행하는 트럭 테스트도 맡아서 했다. 테스트할 때 연비가 잘 나와야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오랜 시간 테스트 업무를 하면서 연비가 잘 나오는 주행법도 터득했다. 트럭 특장, 판금, 도장 등 정비와 A/S, 품질 관리, 트럭 드라이빙 등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 모든 경험이 드라이빙 트레이너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드라이빙 트레이너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뭔가.

“차량 제작·품질·서비스쪽에서 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전자들이 차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이해한다면 고장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차량을 보니 운전자의 운전스타일이 차의 마모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2009년 다임러트럭코리아에 전담 드라이버 트레이너로 입사했다.”


-드라이버 트레이너가 하는 구체적인 일은 뭔가.

“트럭 운전은 승용차보다 안전과 효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전문 영역이다. 연비를 높이면서 차량에 설치된 각종 첨단 사양을 어떻게 활용해야 효율적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차량 출고 시 차량 관리법, 주의점 등을 교육한다. 고객이 요청하면 고객의 트럭에 함께 타고 온종일 맞춤교육을 한다. 새벽에도 고객들의 문의를 받는다. 지난 추석 당일에는 밤 11시 59분에 ‘차량에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어찌해야 하느냐’는 문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출처: jobsN
김두현 드라이버 트레이너가 다임러트럭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다.

하루 16시간 트럭 동승해 교육하기도


그는 3주에 한 번 정도 교육을 요청한 고객의 트럭에 동승한다. 시간이 곧 돈인 트러커들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그가 직접 고객의 트럭이 출발하는 지점으로 찾아간다. 김 트레이너는 “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고객의 운송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것”이라며 “트러커의 정해진 일과 내내 트럭에 동승하며 노면 상황에 맞는 맞춤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운전 베테랑인 트러커들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트럭은 사소한 운전 습관 하나가 금전적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의 경비를 좌지우지한다. 트러커들은 자신의 잘못된 운전습관이 뭔지, 차량의 기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운전 습관 탓은 안 하고 차량 탓만 하는 사람도 있다. 얼굴을 한번 훑어보며 ‘트럭 운전을 할 수 있긴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조용히 대신 트럭 운전대를 잡는다. 트러커가 운전할 때 나오는 연비보다 3~25%까지 더 좋게 나오는 연비를 보여주면, 그때부터 질문 공세가 쏟아진다.”


-출장 동승 교육은 한 번에 몇 시간이나 하나.

“고객의 일과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16시간 동안 트럭을 함께 탄 적도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을 갔다가 광양을 갔다가 다시 서울을 찍고, 대전과 부산으로 오는 경로였다. 장시간이다 보니 트러커는 좀 쉬고, 내가 대신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문제는 트러커들이 주로 일하는 시간이 새벽이나 늦은 저녁이라는 점이다. 그럴 때는 회사 사무실 일을 다 마친 후 이동해서 출장 교육을 한다. 출장을 나가면 근무시간이 긴 편이다.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160여명에게 출장 교육을 했다.”

출처: 다임러트럭코리아 제공
출장 동승 교육 중인 김두현 드라이버 트레이너 모습. 오른쪽은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드라이빙 스쿨에서 김 트레이너가 강의하는 모습.

-주로 가르치는 내용은 뭔가.

“트러커들이 가진 잘못된 운전 상식 등을 바로잡고, 연비를 높이는 방법을 조언한다. 예를 들면 트럭의 경우 모든 도로에서의 정속 운행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트럭은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오르막길 등에서는 좀 더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 해당 구간을 빠르게 벗어나는 게 연비에 도움이 된다. 30초 이상 정차할 때도 트럭은 기어를 중립에 놓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연비를 높이는 불문율은 멀리 내다보고 예측 운전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속 페달을 적게 밟고, 그만큼 브레이크도 적게 밟게 된다. 트러커들은 교통 체증을 피하고, 통행 할인을 받기 위해 야간 운행을 많이 하는데, 초행길을 야간에 가는 것은 예측 운전이 불가능해 연비가 좋을 수가 없다.”


-연비가 잘 나오는 또 다른 팁은 뭔가.

“다임러 트럭의 경우 ‘에코롤 모드’가 있다. 가속 후 중립 상태로 탄력 주행을 하는 기능인데 내리막이라고 무조건 이 기능을 쓰는 건 연비에 도움이 안 된다. 내리막 후 신호등이 있거나 차량 정체가 있어 속도를 줄여야 할 경우 전혀 효과가 없다. 이때는 차라리 기능 사용 없이 기어가 걸린 채로 내려오는 게 연비에 도움이 된다. 또 여름철 연비를 높인다며 에어컨은 끄고 차량 창문을 열고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주행법이다. 창문을 열면 바람 저항 때문에 연료 효율이 더 떨어진다. 크루즈콘트롤(자동 정속 주행) 기능을 사용할 경우 연비에 대한 의견이 다른데, 사실은 이 기능을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운전할 때보다 연비가 좋게 나온다. 하지만 오르막에서는 크루즈콘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연비가 안 좋을 수 있다. 항상 기분 좋게 운전해야 차량의 급가속, 급제동 등이 없고 부품 마모도 덜 하다.”

출처: 다임러트럭코리아 제공
독일 본사에서 트레이닝 전용 트럭 앞에 선 김두현 드라이버 트레이너.

국제 공인 드라이버 트레이너에 도전


김두현 드라이버 트레이너는 “트러커의 운전법을 교정한 후 그만큼 실제 효과가 나타날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국제 공인 드라이버 트레이너가 되려는 것이다. 국제 공인 드라이버 트레이너가 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벤츠 트럭 운전사를 교육할 수 있다. 이러한 벤츠 트럭 국제 공인 드라이버 트레이너는 전 세계에 54명뿐이다. 김 트레이너가 이 자격을 갖추면 한국 최초가 된다. 인터뷰 후 그는 자격 취득을 위해 독일로 출장을 떠났다. 다임러트럭코리아 관계자는 “드라이버 트레이너는 독일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웬만큼은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드라이버 트레이너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 공인 드라이버가 되려면 무슨 시험을 봐야 하느냐.

“고객에게 운전법을 가르치는 교수법과 다임러 트럭의 기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노면 상황별 효율적 운행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테스트해 통과해야 한다. 자격을 딴 후에도 3년에 한번씩 재교육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이 자격을 따면 일단 국내에 드라이버 트레이너를 양성하고 싶다. 남북관계 개선과 국내 인프라 확충 등의 영향으로 트럭 시장 수요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본다. 드라이버 트레이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드라이버 트레이너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차의 원리와 기술적 부분에 대해 기본적 내용을 알아야 한다. 또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서비스 마인드도 필요하다. 같은 내용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면 좋다. 물론 트럭도 운전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이 일을 좋아하며 배우려는 자세가 있느냐는 것이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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